구글 I/O가 예고한 과학 AI의 새 흐름

2년 전 구글 딥마인드는 AI 도구 개발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리고 이제 연구자들은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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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최근 개발자 행사에서 과학 분야 인공지능의 새로운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기존에는 날씨 예측이나 단백질 구조 분석처럼 특정 문제만 푸는 AI 도구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의 연구를 수행하는 똑똑한 연구 도우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이런 시스템을 묶어서 ‘제미나이 포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공개했으며, 과학자들이 더 빠르게 연구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의 허사비스 대표는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며, 앞으로 AI가 과학 연구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왜 중요한가요?

AI가 과학 연구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되면 신약 개발, 기후 예측 등 인류의 중요한 문제를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서, 우리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주요 용어 설명
에이전트형 시스템 (Agentic System)

사람이 목표만 알려주면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를 실행하는 시스템입니다. 마치 상사가 ‘이 프로젝트 완성해줘’라고 말하면 직원이 알아서 자료 조사, 분석, 보고서 작성까지 해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재귀적 자기 개선 (Recursive Self-Improvement)

AI가 스스로를 더 똑똑하게 업그레이드하고, 똑똑해진 AI가 다시 자기 자신을 개선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을 말합니다. 눈덩이가 굴러갈수록 점점 커지는 것처럼, AI의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특이점 (Singularity)

AI의 지능이 인간을 넘어서서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론적인 미래 시점을 뜻합니다. 마치 물이 100도에서 갑자기 끓어오르듯, AI 능력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높아져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이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알파폴드 (AlphaFold)

단백질이 어떤 3차원 모양으로 접히는지 예측하는 구글 딥마인드의 AI 도구입니다. 단백질의 모양을 알면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약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기술로 노벨상을 수상할 만큼 과학계에서 혁명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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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9일부터 20일(현지시간)까지 구글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인 구글 I/O가 진행됐다. 19일 구글 I/O 기조연설에서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는 “우리가 지금 특이점의 초입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인상적인 발언이었다. 특이점이란 AI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세계를 극적으로 바꾸는 이론적 미래 시점을 뜻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의 말을 들으며 특히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가 이 말을 꺼낸 맥락이었다.

허사비스 CEO는 기조연설의 마지막 순서로 과학 AI를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올랐다. 이 발표의 핵심은 구글의 날씨 예측 소프트웨어인 웨더넥스트(WeatherNext)가 지난해 허리케인 멜리사의 자메이카 상륙을 앞두고 사전 경보를 제공했고, 이를 통해 잠재적으로 생명을 구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영상이었다. 웨더넥스트가 누군가 허리케인을 피하거나 집을 더 안전하게 보강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 매우 의미 있는 성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성과가 특이점이 임박했다는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허사비스 CEO의 ‘특이점’ 발언은 웨더넥스트가 보여준 구체적 성과와 대비되며 과학 AI가 두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나는 웨더넥스트처럼 특정 과학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학습된 AI 도구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언젠가 인간의 개입 없이 최첨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될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에이전트형 시스템이다. 여기서 에이전트형 시스템이란 목표가 주어지면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를 실행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이 두 번째 비전은 현재 AI 열기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고 있다. AI 시스템이 언젠가 인간의 개입 없이 자체 능력을 향상시켜 AI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에 대한 최근의 기대도 여기에 포함된다. 재귀적 자기 개선이란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스스로를 개선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로 에이전트형 시스템은 이제 연구 현장에서 인간의 제한적인 지시만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구글 클라우드의 푸시미트 콜리(Pushmeet Kohli) 수석과학자는 학술지 <다이달로스(Daedalus)>의 AI와 과학 특별호에 글을 발표했다. 글에서 그는 “우리는 AI가 과학을 단순히 지원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연구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처럼 자율적인 ‘AI 과학자’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특정 분야에만 특화된 도구 개발에 막대한 노력을 쏟는 일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을 안긴 알파폴드(AlphaFold)나 생명을 구할 가능성을 보여준 웨더넥스트 같은 시스템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과 AI 시스템이 동료처럼 협력하거나, 나아가 AI가 스스로 과학적 진전을 이루는 훨씬 더 낯선 과학의 미래가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구글이 과학용 특화 AI 도구 개발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각각 유전학과 지구과학 응용 분야를 위해 학습된 알파게놈(AlphaGenome)과 알파어스 파운데이션(AlphaEarth Foundations)은 지난해 여름 공개됐고, 웨더넥스트의 최신 버전은 11월에 출시됐다.

이런 도구들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구글은 알파폴드의 단백질 구조 예측 결과를 전 세계 300만 명이 넘는 연구자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알파폴드와 관련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구글의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는 최근 20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관심과 자원 배분이 실제로 재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도 있다. 지난달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알파폴드로 노벨상을 받은 구글의 존 점퍼(John Jumper) 연구원이 현재 과학 특화 AI 도구가 아니라 AI 코딩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이 최고의 인재들을 코딩 문제에 배치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최근 구글은 자사 코딩 도구가 앤트로픽과 오픈AI의 도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평판에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구글 또한 에이전트형 시스템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코딩 능력은 에이전트형 시스템의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반에서도 에이전트형 연구자 시스템은 실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오픈AI는 자사 모델 중 하나가 중요한 수학 추측을 반박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수학자들은 이를 두고 지금까지 생성형 AI가 수학에 기여한 성과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사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요한 것은 오픈AI가 사용한 모델이 수학 문제 풀이에 특화된 모델도, 연구 전용 모델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픈AI에 따르면 해당 모델은 GPT-5.5 계열의 범용 추론 모델이다. 범용 에이전트가 수학 연구에 독립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머지않아 과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물론 과학의 가설은 실험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학은 AI에게 수학보다 더 까다로운 영역이다.)

구글은 분명 에이전트형 시스템이 주도하는 과학의 미래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실제로 구글은 I/O에서 새로운 ‘제미나이 포 사이언스(Gemini for Science)’ 패키지를 공개했다. 이는 구글의 LLM 기반 과학 시스템 여러 개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제미나이 포 사이언스에는 가설을 생성하는 ‘AI 코사이언티스트(AI Co-Scientist)’와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알파이볼브(AlphaEvolve)’가 포함된다. 두 시스템은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구글이 이제 모든 연구자에게 제미나이 포 사이언스 접근 권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만큼, 앞으로 과학계에서 더 널리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 테스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이 도구들의 잠재력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유전학자 게리 펠츠(Gary Peltz) 교수는 의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기고한 기사에서 AI 코사이언티스트를 사용하는 일을 “고대 그리스의 신탁에 조언을 구하는 것”에 비유했다.

제미나이 포 사이언스가 특화 도구들과 공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에이전트형 시스템은 필요할 때 특화 도구를 불러와 활용하도록 설계될 수 있다. 어떤 에이전트형 시스템도 알파폴드의 도움 없이는 단백질이 어떤 구조로 접힐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적어도 아직은 그렇다). 그러나 구글은 그러한 특화 도구를 직접 개발하는 데서 벗어나, 일부 자원 및 인력뿐 아니라 대외적 이미지까지 다른 방향으로 옮기고 있는 듯하다. 알파폴드가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한 지 겨우 5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술과 담론은 한때 혁명적이었던 그 성과를 빠르게 넘어서고 있다.

구글은 새로운 과학 에이전트 시스템들을 인간 과학자를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과학자의 연구 속도를 높여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데 신중을 기해 왔다. 예컨대 이번 시스템의 이름을 ‘AI 사이언티스트’가 아니라 ‘AI 코사이언티스트’라고 붙인 것은 상당히 의도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허사비스 CEO도 과학 AI 분야의 변화를 언급할 때 ‘인간 중심적’ 설명을 사용한다. 허사비스 CEO는 <다이달로스> 특별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앞으로 10년 정도는 AI를 과학자들을 돕는 놀라운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의 시기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이런 시스템들은 협력자에 더 가까운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효과적인 과학 협력자가 되려면 그 자체로 뛰어난 과학자여야 한다. 그리고 허사비스 CEO가 말한 ‘특이점의 초입’이라는 표현이 조금이라도 현실에 가깝다면, AI 과학자들은 결국 인간 과학자들의 능력을 넘어설 수도 있다.

I/O에서 허사비스 CEO는 마이크 앨런(Mike Allen)기자와 대담을 나누면서 “1970년대 이후 물리학의 진전이 정체된 모습을 보며 처음 AI 연구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학 분야에서 인간의 지성이 한계에 도달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AI가 그 장벽을 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초인적 에이전트형 과학자라면 분명 그 역할에 들어맞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수준의 AI가 등장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구글은 지금 그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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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5월 24일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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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5월 25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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