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제조 의약품, 본격 상업화 시대 열리나

미국 우주 스타트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즈가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와 손잡고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우주 의약품 제조 실험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우주 궤도 기반 의약품 생산의 첫 상업화 사례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 의약품 실험 기술을 개발 중인 미국 스타트업 바르다 스페이스 인더스트리즈(Varda Space Industries)가 제약사 유나이티드 테라퓨틱스(United Therapeutics)와 우주 의약품 궤도 제조 상용화를 위한 협력에 나섰다.

지구에서 사용할 물품을 우주에서 제조한다는 개념은 지금까지 주로 국제우주정거장(ISS) 내에서 정부 지원 아래 진행된 소규모 실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바르다는 이제 제약사들에게 자사가 미세중력 환경에서 새로운 분자를 생산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반복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마이클 라일리(Michael Reilly)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유나이티드와의 이번 협력을 통해 우주에서 제조된 제품의 첫 상업적 경로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화학 혼합물이 지구에서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점은 과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물은 중력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표면 장력이 가장 강한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구형 형태로 뭉쳐 있게 된다.

유나이티드의 다양한 약물을 궤도로 발사해 고체 결정이 형성되도록 하는 것이 이번 계약의 핵심이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지구상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원자 배열이 형성돼 안정성이나 기타 특성이 향상된 새로운 형태의 약물이 나올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유나이티드는 초기 통신위성 개발에 참여했던 마틴 로스블랫(Martine Rothblatt) CEO가 이끌고 있다. 그는 딸이 앓고 있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사업과 장기 이식을 위한 유전자 변형 돼지 개발 사업 등을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헬스케어 기업을 구축했다.

로스블랫 CEO는 궤도 환경이 자사 약물의 뛰어난 변형체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제형 시장 노리는 우주 제약 실험

제약사들은 종종 약물의 개선된 버전을 개발하거나 제형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블록버스터 제품군의 수명을 연장하려 한다. 유나이티드가 자사 제품 일부에서 그렇게 한 것처럼 알약 형태에서 흡입제 형태로 바꾸는 방식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통해 경쟁사의 복제를 막고 추가 특허 보호 기간을 수십 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할로자임(Halozyme)이나 맨카인드(MannKind)와 같은 전문 기업들은 다른 회사의 약물을 재제형화(reformulation)하는 기술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향후 판매 수익 일부를 로열티 형태로 받는다.

바르다가 진출하려는 시장도 바로 이 분야다. 다만 네뷸라이저나 패치, 나노입자 대신 우주 환경을 활용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이 회사는 피터 틸(Peter Thiel)의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파트너인 델리안 아스파루호프(Delian Asparouhov)와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서 항공전자 엔지니어로 근무했던 윌 브루이(Will Bruey)가 2021년 공동 설립했다. 현재 브루이가 CEO를 맡고 있다.

두 창업자는 로켓 발사 횟수가 충분히 늘고 발사 비용도 낮아질 경우 원자재를 궤도로 보내 가공한 뒤 새로운 형태로 지구에 되돌려 보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바르다는 우주 진출을 위해 스페이스X의 발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 2~3일마다 재사용 로켓 팰컨9를 발사하고 있다.

바르다는 2023년부터 바위 크기의 캡슐이 부착된 소형 위성을 우주로 보내기 시작했다. 캡슐에는 실험 장비가 들어 있으며, 임무 종료 후 분리돼 지구로 귀환할 수 있다. 캡슐은 마하 25 수준의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한 뒤 공기 저항으로 감속하고, 최종적으로 낙하산을 이용해 착륙한다. 바르다는 현재 호주 내륙 지역에 캡슐을 착륙시키고 있다.

이 같은 초고속 재진입 기술은 미군의 관심도 끌고 있다. 미국 공군은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과 관련된 계측 장비를 탑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바르다와 협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바르다가 궤도에 올린 6기의 위성 가운데 절반은 군사 연구 임무에, 나머지 절반은 의약품 관련 실험에 활용됐다.

바르다는 이러한 ‘이중 용도(dual use)’ 기술 활용을 우주 산업의 현실적인 특성으로 보고 있다. 우주 산업이 여전히 정부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창립자들은 바르다가 극초음속 엔지니어와 제약 화학자를 동시에 고용한 드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바르다 본사에서는 약물 샘플을 초고중력을 발생시키는 회전 암에 장착한다. 이는 미세중력과는 정반대이지만, 중력이 증가하면 약물이 새로운 환경에서 다르게 작용할지 여부를 파악하는 데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바르다 제공

우주 제조 산업, 아직은 초기 단계

다만 실제 우주 제조 산업은 여전히 초기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2021년 첫 우주 비행 이후 MSNBC 인터뷰에서 “모든 중공업과 오염 산업을 우주로 옮겨야 한다”며 “지구를 아름다운 보석 같은 행성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발사 비용이다. 현재도 화물 1kg을 궤도에 올리는 데 약 7000달러(약 1040만 원)가 필요해 일반 제조업에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의약품은 예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의약품은 무게 대비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희귀 방사성 동위원소나 고급 다이아몬드 수준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도 있다.

예를 들어 비만 치료제 오젬픽(Ozempic)은 1kg 기준 소매 가치가 1억 달러(약 1490억 원)를 넘는다. 실제 주사제에는 극소량의 유효 성분만 포함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바르다는 장기적으로 궤도상 의약품 제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나이티드와의 이번 프로젝트는 우선 폐 질환 치료제가 미세중력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결정화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 성격이 강하다.

양사 간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어떤 특정 약물을 대상으로 실험할지도 밝히지 않았다.

로스블랫 CEO는 유나이티드가 자사 약물의 새로운 결정 형태(다형체·polymorph)를 발견하기 위해 바르다에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약물 특성이 개선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그것이 실제로 가능한지는 실험을 해봐야 알 수 있다”며 “우선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 어떤 다형체가 형성되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확보된 다형체들을 실제로 테스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주에서 결정 구조가 다르게 형성된다는 증거는 이미 존재한다.

2017년 제약사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샘플을 ISS로 보내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우주에서는 단일 크기의 결정이 형성됐지만, 지구에서는 서로 다른 크기의 결정이 동시에 형성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실험은 정맥주사 형태였던 약물을 주사제 형태로 개발하는 데 단서를 제공했다. 다만 머크는 이후 다른 방식을 활용해 키트루다 주사제를 출시했다. 즉, 우주에서의 발견이 아직 상업적 의약품 생산으로 직접 연결된 사례는 없는 셈이다.

라일리 CSO는 “우리는 수년 동안 우주에서 많은 것을 배워왔지만, 우주에서 제조돼 지구로 돌아와 실제 판매된 제품은 아직 없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최초 사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르다가 내년 초 유나이티드의 약물을 실제로 궤도에 올려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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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5월 14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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