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출산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살펴보자
기술의 발전은 체외수정(IVF)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식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기술이 아이를 갖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체외수정(IVF)을 발명한 과학자들의 선구적인 연구 덕분에 1978년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다. 그리고 그 이후 우리는 정말 먼 길을 걸어왔다.
필자는 최근 최첨단 체외수정 기술과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관한 기사를 썼다. 인공지능(AI), 로봇,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유전자 편집 배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취재 도중 지난 5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진전이 있었는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의료진은 호르몬 치료법을 개선했고, 배아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배아를 더 오래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오늘날 체외수정 클리닉에서는 배아를 대상으로 다양한 유전자 검사도 제공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세 사람의 DNA를 가진 아기, ‘이동식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기, 수십 년 동안 냉동 보관된 배아에서 태어난 아기, 심지어 정자 주입 로봇의 도움으로 수정된 아기에 대한 소식까지 등장했다.
이 기술은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가족의 형태를 변화시켰고,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생식 선택권을 제공했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출산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기술들을 살펴보려 한다.
보스턴 IVF의 생식내분비학자 앨런 펜지아스(Alan Penzias)는 1990년대 초부터 체외수정 분야에서 일해 왔다. 당시 예일대 연구실에서 그는 환자의 난자를 채취해 수정시키고, 생성된 배아를 이틀 동안 배양했다. 그 시점의 배아는 세포 수가 2~4개 정도였다.
배아는 그 이상 체외에서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자궁으로 이식됐다. 모든 배아를 한꺼번에 말이다. 가령 총 5개의 배아가 있다면 5개 모두를 이식하는 식이었다. 그는 당시 건강한 환자의 생아 출산율이 약 12~15% 수준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던 중 펜지아스는 다른 연구팀들이 배아를 3일 동안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우리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한다. 이후 그는 과학자들이 배아를 키우는 영양분이 풍부한 액체인 배양액(culture medium)을 조정해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세포 수가 약 6~10개인 3일 배아는 실제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였다. 펜지아스에 따르면 배아를 더 오래 배양한 연구팀들은 비슷한 환자군에서 성공률을 25%까지 끌어올렸다. 그는 또다시 믿기 어려웠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이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 후 수년 동안 연구팀들은 배양액을 더욱 개선해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체외수정 배아는 5~6일 동안 배양되며, 이 시점에는 세포 수가 80~100개 정도에 이른다. 이 배양 과정은 일종의 스트레스 테스트 역할을 한다. 6일째까지 살아남은 배아는 일반적으로 끝까지 정상적으로 발달해 건강한 아기로 태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같은 기간 동안 다른 기술들의 발전은 배아 활용 방식의 선택지도 넓혀놓았다. 과학자들은 배아를 냉동 보관한 뒤 나중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10여 년 전부터 클리닉들은 배아를 급속 냉각해 유리 같은 상태로 만드는 ‘유리화(vitrification)’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유리화된 배아는 냉동과 해동 과정에서 생존율이 더 높았고, 이 기술은 빠르게 확산됐다.
그 결과 의사들은 더 이상 여러 개의 배아를 한 번에 이식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는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쌍둥이 또는 세쌍둥이 임신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유리화 기술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체외수정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 환자들이 불임 치료 사이에 일정한 회복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체외수정의 첫 단계에서 사용되는 호르몬 치료는 채취 가능한 성숙 난자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시행된다. 하지만 이 치료에는 난소과자극증후군(OHSS)이라는 부작용 위험이 있으며, 드물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OHSS는 유도 치료나 체외수정 시술 과정에서 난소가 호르몬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커지고, 혈관에서 체액이 빠져나와 복부 등에 고이는 부작용이다. 하지만 모든 배아를 냉동 보관했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신체가 호르몬 치료로부터 회복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OHSS 위험도 줄어드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오늘날 클리닉에서는 배아를 최대 일주일까지 배양할 수 있기 때문에 약 100개의 세포 가운데 일부를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뒤 배아를 냉동할 수 있다. 체외수정을 받는 사람들은 어떤 배아를 이식할지 결정하기 전에 각 배아의 유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검사 기술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펜지아스는 “이런 변화들은 정말 혁명적인데도, 우리는 이제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이 기술들은 체외수정의 역할 자체도 바꿔놓았다. 한때 불임 치료법이었던 체외수정은 이제 생식 능력을 보존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부모가 되는 시기를 늦추고 싶은 사람들은 난자나 배아를 냉동 보관한 뒤 나중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년 뒤에 배아 하나를 이식하고, 몇 년 후 또 다른 배아를 이식하는 식이다. 펜지아스는 “우리는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은 생식 선택권을 갖고, 단 한 번의 체외수정 주기로 더 오랜 기간 생식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한 고환이나 난소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암 치료를 앞둔 사람들도 미리 난자나 정자를 보관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심지어 난소와 고환 조직 일부를 보존한 뒤 나중에 다시 이식해, 환자가 건강한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체외수정 옵션을 통해 부모가 되는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지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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