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외수정의 미래…AI·로봇·유전자 기술이 바꾸는 생식의학
AI와 로봇, 유전자 선별 기술이 체외수정(IVF)의 성공률과 효율성을 높이며 생식의학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동시에 배아 유전자 편집과 형질 선택을 둘러싼 윤리적 논쟁도 커지고 있다.
올해 7월이면 루이즈 조이 브라운(Louise Joy Brown)이 체외수정을 통해 태어난 세계 최초의 아이가 된 지 48년이 된다. 브라운이 태어난 이후 수백만 명의 체외수정 아기들이 세상에 태어났다. 이는 체외수정을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만든 기술 발전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체외수정은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다. 과정은 느리고 고통스러우며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게다가 애초에 시술을 받을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들만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간 체외수정 성공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생식은 복잡한 과정이라 배아학자와 산부인과 의사들이 아직 알지 못하고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겉보기에는 건강한 배아가 왜 자궁에 착상되지 않는지 그들은 알지 못한다. 환자들이 임신하지 못하는지 이유에 대해 항상 명확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개인 간이나 불임 클리닉 간에 나타나는 체외수정 성공률의 큰 차이를 항상 설명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니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은 이러한 질문들과 그 이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유전학적 도구가 배아를 분석하거나 심지어 변형하는 데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한 복잡한 윤리적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다. 한편 치료를 표준화하고, 인적 오류를 줄이며, 성공률을 높이고, 체외수정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들은 이미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도움을 받는 ‘보조생식(assisted reproduction)’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1. 배아 착상 돕기
이러한 기술 중 일부는 스페인 발렌시아에 위치한 카를로스 시몬 재단(Carlos Simon Foundation)이 개발 중이다. 지난 3월 필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연구원들은 인체 밖에서 인간 자궁을 처음으로 생존 상태로 유지하는 데 사용된 장치를 보여줬다.
연구팀 일부는 언젠가 태아를 만삭까지 키울 수 있는 인공 자궁 개발을 꿈꾸고 있지만, 우선은 이러한 장치를 활용해 착상 과정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착상이란 수정란이 자궁 내막과 접촉해 내부로 파고들고 사실상 ‘부화’하면서 임신이 시작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체외수정 기술이 수십 년간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은 여전히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 겉보기에는 건강한 배아조차도 착상 성공률이 40~60%를 넘지 않는다.
현재 사용되는 체외수정 기술에서는 병원들이 초기 배아를 생성한 뒤 자궁이 가장 착상하기 좋은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만, 일단 배아를 자궁에 삽입하면 이후는 배아 스스로에 맡겨진다. 자비에르 산타마리아(Xavier Santamaria) 카를로스 시몬 재단의 수석 임상 과학자와 동료들은 다른 접근법을 시험하고 있다. 이들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배아를 자궁 내막에 주입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필자가 시제품으로 지켜본 시연에서 산타마리아는 검경(speculum)을 들고 환자의 질 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물론 이 환자는 실제 인체를 본뜬 모형이었다. 음순과 질, 자궁, 난소가 달린 플라스틱 모형에 발걸이에 고정된 다리를 표현한 짧은 구조물이 달려 있었다. 검경은 질 내부를 벌려 자궁경부나 내부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의료 기구다.
산타마리아는 몸을 숙여 안을 들여다보며 “배아”라고 말했다. 그러자 동료이자 배아학자인 마리아 파르도(Maria Pardo)가 세포·배아·미생물 등을 배양하거나 관찰할 때 사용하는 얕고 둥근 접시인 페트리 접시(petri dish)에서 방금 채취한 생쥐 배아가 들어있는 가는 바늘을 건넸다.
산타마리아의 장치는 배아가 들어 있는 바늘을 이송 튜브에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튜브에는 카메라와 조명, 그리고 바늘이 자궁 내막에 도달했을 때 의사에게 알려주는 센서가 장착돼 있다. 자궁 내부로 삽입되면 산부인과 의사는 내부를 관찰하며 튜브를 내막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산타마리아는 “모든 준비가 끝나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발 페달을 밟아 장치를 작동시키며 배아를 주입했다. “자, 들어갑니다.”
연구팀은 이 장치의 임상시험을 이제 막 시작했다. 단, 지금까지 10명 미만의 여성이 시술을 받았지만 임신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카를로스 시몬(Carlos Simon) 재단 이사는 여전히 낙관적이다. 그는 루이즈 브라운이 태어나기까지 체외수정 발명가들이 160회 이상의 시도를 거쳐야 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1969년부터 1978년 사이 연구팀은 250명을 대상으로 457회의 시술을 진행했지만 살아서 태어난 아기는 단 두 명뿐이었다. 시몬은 “임상시험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2. ‘최상의’ 난자, 정자, 배아를 선택하기
체외수정의 오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선택 문제다. 한 파트너에게서 난자 10개를 채취하고, 다른 파트너에게서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정자 샘플을 얻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세포를 사용할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생성된 배아를 배양 접시에서 며칠간 배양한 뒤에도 같은 질문이 제기된다. 어떤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야 할까?
전통적으로 이러한 판단은 육안으로 이루어졌다. 배아학자들은 말 그대로 모양이 가장 좋아 보이는 배아를 고르거나, 정자의 경우 운동성이 좋은 것을 선택해 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지난 10년여 동안 많은 이들이 건강한 아기를 낳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배아를 가늠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에 주목해 왔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사는 PGT-A로, 이는 ‘착상 전 염색체 수 이상 유전자 검사’란 의미의 preimplantation genetic testing for aneuploidy의 약자다. 염색체 수 이상은 본질적으로 염색체 수가 비정상적인 상태를 뜻하며, 이러한 특성을 가진 배아는 유산되거나 유전적 질환을 가진 아기로 태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겨진다.
배아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배아를 생성한 후 일부 세포를 채취해 염색체 수 이상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보스턴 IVF의 생식 내분비학자 앨런 펜지아스(Alan Penzias)는 이 검사가 특히 38세 이상의 여성에게 유익하다고 말한다. 그는 “출산율은 높아지고 유산율은 낮아지는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검사는 임신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유전자 검사는 유전체학 분야의 발전뿐만 아니라, 배아를 배양 접시에서 5~6일간 생존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과 세포 검사 기간 동안 배아를 동결 보관했다가 결과가 나오면 해동하는 기술 등 다양한 기술적 진보 덕분에 가능해졌다. 또한 이 검사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일부 병원에서는 모든 배아에 대해 PGT-A 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뉴욕 인간생식센터(Center for Human Reproduction)의 생식 내분비학자 소니아 가예테-라푸엔테(Sonia Gayete-Lafuente)에 따르면 PGT-A가 미래 아기의 유전적 정보를 완벽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또한 일부 이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교정될 수도 있다. 가예테-라푸엔테 박사와 동료들은 이러한 ‘비정상’ 배아 일부를 환자의 자궁에 이식한 결과, 완전히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른 형태의 PGT는 더욱 논란의 여지가 있다. PGT-P 검사는 의학적 질환은 물론 키와 같은 신체적 특성이나 IQ와 같은 인지적 요소를 포함해, 여러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복합 형질의 발현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검사는 아직 새로운 기술이며 영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불법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고객들에게 ‘최고의 아기’를 가질 수 있다고 홍보하는 뉴클리어스 제노믹스(Nucleus Genomics)는 눈 색깔과 지능부터 왼손잡이 성향,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체외수정 전문가들에게 환자가 이런 서비스를 요청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었을 때 대부분은 질문을 피하며 이러한 검사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형질을 선택하려는 시도가 의도치 않은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각한 질병 예방 이외의 목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사용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3. AI로 빨라진 속도
일부 전문가들은 AI의 잠재력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했다. AI 도구는 일반적으로 패턴 인식에 뛰어나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자들은 건강한 정자, 난자, 배아를 식별하도록 AI를 훈련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고 있다.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의료센터 연구팀은 건강한 정자가 극소수만 존재하는 남성의 정액 샘플을 검사하기 위해 AI 기반 장치를 개발했다. 배아학자라면 이런 샘플에서 건강한 정자 하나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정자 추적 및 회수(STAR)’ 시스템은 한 시간 만에 100만 장 이상의 현미경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건강한 배아를 만드는 데 사용됐으며,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해당 치료를 통한 첫 임신 사례를 발표했다.
다른 연구팀들은 AI 도구를 활용해 체외수정 기술을 더욱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약 10년 전 생식 내분비학자 알레한드로 차베스-바디올라(Alejandro Chavez-Badiola)는 배아를 등급별로 분류하는 AI 도구와 난자·정자를 선별하는 도구 개발에 착수했다. 그는 이 도구들이 미래에 로봇을 구동할 잠재력을 지닌 두뇌라는 점에 큰 가능성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4. 로봇을 활용한 체외수정 표준화
2020년대 초 차베스-바디올라와 동료들은 기술을 결합해 체외수정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이론적으로 AI 도구가 탑재된 로봇 시스템은 난자와 정자 선별, 수정, 배아 배양, 이식할 최적의 배아 선택 등 체외수정 과정 대부분을 수행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이 지치지 않고 전 과정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콘시버블(Conceivable)의 창립자이자 최고의료책임자(CMO)인 차베스-바디올라는 기존 체외수정 장비를 전동화하고 컴퓨터와 연결해 시제품 제작을 시작했다. 연구팀은 동물 세포를 대상으로 시스템을 시험한 뒤 인간 세포로 확대 적용했다. 그는 “체외수정 여러 단계를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 장치는 현재 정자와 난자를 처리하고 배아를 생성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자동화된 체외수정을 통해 최소 19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차베스-바디올라는 향후 기계 한 대가 매년 수천 건의 체외수정 주기를 처리하게 되어 시술 비용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은 콘시버블 같은 자동화 장치의 잠재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탈리아 IVIRMA 불임 치료 네트워크의 임상 배아학자이자 과학 책임자인 로라 리엔지(Laura Rienzi)는 “이는 배아학자들의 시간을 절약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동화를 통해 전 세계 모든 실험실에서 모든 환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체외수정 치료 표준화 가능성에도 기대를 나타냈다.
5. 지속되는 유전자 편집 논란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이 모든 기술은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건강한 정자와 난자, 배아가 확보돼 있어야 가능하다. 배아학자와 체외수정 환자들은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작업해야 하며, 때로는 그것만으로 건강한 아기를 얻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CRISPR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배아가 자궁에 이식되기 전에 유전체를 수정하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다. 생물물리학자 허젠쿠이(He Jiankui)는 2010년대 후반 이 방법으로 배아를 만들어 세 명의 아이를 탄생시켰으며, 이후 과학계의 거센 비난을 받고 중국에서 3년간 복역했다.
현재 스타트업 오리진 제노믹스(Origin Genomics)를 이끄는 그의 전 연인 캐시 타이(Cathy Tie)는 이 기술을 중증 질환 예방 수단으로 연구하고 있다. 타이는 최근 열린 헤이스팅스 생명윤리센터(Hastings Center for Bioethics) 행사에서 낭포성 섬유증, 헌팅턴병, 겸상적혈구빈혈 같은 질환 예방을 위해 배아 유전자 편집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술적·법적·윤리적 장벽은 여전히 크다. 단일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질환은 상대적으로 적합한 대상이지만, 인간생식센터의 가예테-라푸엔테가 지적했듯 대부분의 질병은 훨씬 복잡하다. 그는 “모든 질병의 유전적 기전을 이해해 예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질병은 유전자뿐 아니라 식습관과 행동, 환경의 영향도 받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특정 질병 위험을 없애기 위한 인간 배아 편집이 오히려 다른 질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기술이 유전자 강화나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리엔지는 이 기술이 엄격한 규제 감독 아래 특정 질병에 한해 안전하게 개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법적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내게는 꿈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분야는 이미 건강한 아기 출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새로운 기술들의 발전과 함께 계속 변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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