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세모글루 MIT 교수가 우려하는 세 가지 AI 이슈
대런 아세모글루 MIT 경제학자 교수는 AI가 노동시장을 즉각 뒤흔들 것이라는 전망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신 그는 AI 에이전트의 한계, AI 기업들의 경제학자 영입 경쟁, 사용하기 쉬운 AI 앱 부족 등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 몇 달 전,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 큰 환영을 받지 못한 논문을 발표했다. 빅테크 CEO들이 AI로 인해 사무직 업무 전반이 대대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그는 AI가 미국의 생산성을 소폭 끌어올리는 데 그칠 뿐 인간 노동의 필요성을 없애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AI가 특정 업무를 자동화하더라도 상당수 직업은 그로 인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아세모글루 교수의 이 같은 신중한 견해는 주류 이론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의 유세 현장부터 식료품점 계산대 앞 대화에 이르기까지, ‘AI로 인한 일자리 대재앙’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과거 회의적이었던 일부 경제학자들조차 AI가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을 점점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5월 첫째 주 캘리포니아 주지사 후보인 억만장자 톰 스테이어(Tom Steyer)는 기업의 AI 사용에 과세하고 AI로 인해 해고된 피해자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는 여전히 아세모글루 교수의 분석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우선 AI가 아직 고용률이나 해고 규모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의 초기 전망 이후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다. 이에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아세모글루 교수를 만나 최신 AI 기술 발전이 그의 생각을 바꿨는지, 그리고 그가 현재 가장 우려하는 AI 이슈가 무엇인지 물었다.
AI 에이전트
아세모글루 교수의 논문 발표 이후 기술 업계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에이전트형 AI(agentic AI)’의 등장이다. 이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사용자가 부여한 목표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점점 더 이런 AI 에이전트를 인간 근로자를 대체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세모글루 교수는 이에 회의적이다. 그는 “그건 결국 성공 가능성이 낮은 접근”이라고 말했다. AI 에이전트는 인간의 전체 업무를 대체하기보다 특정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직업이 수많은 세부 업무들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세모글루 교수가 2018년부터 AI와 노동시장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온 주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엑스레이 기술자는 환자 병력을 기록하고, 유방촬영 이미지 보관 시스템을 관리하며, 각종 데이터베이스와 업무 절차를 넘나드는 등 수십 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인간은 이런 작업 전환을 자연스럽게 해내지만, AI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려면 수많은 개별 도구와 프로토콜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 에이전트가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려면 인간처럼 다양한 업무 사이를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AI 기업들은 자사 AI 에이전트가 더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경쟁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때로는 성능을 과장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세모글루 교수는 에이전트가 업무 간 전환을 자연스럽게 수행하지 못한다면 상당수 직업은 AI로 대체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채용 열풍
지난 수년간 빅테크 기업들은 AI 연구자를 확보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연봉 경쟁을 벌여 왔다. 하지만 아세모글루 교수가 최근 주목하는 또 다른 흐름은 AI 기업들이 벌이는 ‘경제학자 영입 경쟁’이다.
오픈AI는 2024년 로니 채터지(Ronnie Chatterji) 듀크대 경영학과 교수를 수석 경제학자로 영입했고,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자문역을 맡았던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AI와 노동시장 영향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쟁사인 앤트로픽 역시 10명의 저명한 경제학자 그룹을 구성했으며, 구글 딥마인드는 최근 알렉스 이마스(Alex Imas) 시카고대 교수를 ‘범용인공지능(AGI) 경제학 디렉터’로 영입했다.
아세모글루 교수는 “주변 동료들 역시 이런 역할로 잇따라 스카우트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기업들은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자사 기술에 대한 경제적 서사를 주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우려도 드러냈다.
“경제학자들을 단지 자신들의 관점을 강화하거나 AI 과열 분위기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는 AI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정작 AI 산업에서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들 중심으로 생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AI 앱
아세모글루 교수는 현재 AI의 가장 큰 한계 중 하나로 ‘사용 편의성’을 꼽는다. 그는 과거 기술 혁신을 이끌었던 파워포인트나 워드 같은 소프트웨어를 예로 든다. 누구나 쉽게 설치하고 바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폭발적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현재 AI는 누구나 챗봇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실제 업무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는 “우리는 아직 파워포인트나 워드처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앱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AI가 아직까지 노동시장이나 경제 전반에 지각변동 수준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아세모글루 교수는 앞으로 AI를 더 쉽고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지를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보고 있다.
다만 그는 당분간 AI를 둘러싼 상반된 신호들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난 악화를 호소하는 사례는 늘어나고 있지만, 거시경제 차원의 생산성 지표에서는 아직 AI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식이다.
그는 “불확실성이 엄청나게 크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AI 경제를 가장 잘 설명하는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것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AI에 대한 확신에 찬 수사만큼은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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