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도, 젠더 콘텐츠도 차단…美 기독교 겨냥 이동통신망 출범

5월 초 티모바일 망에서 출시된 이동통신 요금제는 온라인 안전 문제에 대해 사실상 ‘전면 차단’에 가까운 강경한 접근법을 택했다.

5월 5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기독교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하는 새 이동통신망이 출시됐다. 이 이동통신망은 음란물(포르노)을 차단하도록 설계됐는데,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이동통신 요금제가 성인 계정 소유자조차 설정을 해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음란물을 네트워크 단계에서 차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이동통신망은 또한 젠더와 트랜스젠더 관련 이슈를 다룬 콘텐츠 차단을 목표로 하는 성적 콘텐츠 필터도 함께 제공한다. 이 필터는 선택 사항이지만 모든 요금제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된 상태로 제공된다.

이 이동통신망은 새로 출범한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인 레이디언트 모바일(Radiant Mobile)이 운영한다. MVNO는 자체 통신 기지국을 보유하지 않는 대신 대형 통신사에서 통신망 용량을 사들인 뒤 특정 고객층을 겨냥해 요금제를 판매한다. 레이디언트 모바일의 경우 티모바일(T-Mobile) 망을 사용한다. 참고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트럼프 모바일(Trump Mobile)이라는 자체 MVNO를 발표한 바 있으며, 역시 미국의 MVNO인 크레도모바일(CREDOMobile)은 진보 성향 단체에 기부금을 보내는 방식으로 고객층을 겨냥한다.

레이디언트 모바일의 폴 피셔(Paul Fisher) 창업자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독교 가치를 중시하고 음란물이 없으며 성소수자(LGBT)와 트랜스젠더 관련 콘텐츠가 없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면서 “우리에게는 그렇게 할 충분한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티모바일 관계자는 이러한 콘텐츠 차단이 자사 정책을 위반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성명에서 “티모바일이 레이디언트 모바일과 직접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며, MVNO 관리 업체인 컴팩스디지털(CompaxDigital)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셔 창업자는 “요금제 출범을 홍보하기 위해 여러 기독교 인플루언서를 섭외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미국 전역 수천 곳의 교회에 접촉해 신자들이 지불하는 월 30달러 구독료 중 일부를 레이디언트 모바일이 해당 교회에 기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피셔 창업자는 미국을 넘어 한국과 멕시코처럼 기독교 인구가 많은 다른 나라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홍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레이디언트 모바일의 홍보 문구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는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해 보인다. 바로 ‘인터넷이 유해한 콘텐츠로 넘쳐난다’는 주장이다. 해당 논리에 따르면 인터넷은 사람들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혐오를 부추기며,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콘텐츠와 알고리즘으로 움직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미 다수 존재한다. 그중 하나는 논란이 많은 ‘연령 확인법’이며, 소셜미디어가 자사 플랫폼을 고의적으로 중독성 있게 설계했다며 제기되는 소송들도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피셔 창업자가 택한 방식은 훨씬 더 강경하다. 그는 “레이디언트 모바일은 이스라엘의 사이버 보안 기업 알롯(Allot)과 협력해 폭력이나 자해 관련 콘텐츠 등 특정 범주의 콘텐츠를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범주는 기본적으로 금지되며 성인 이용자에게도 허용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금지되는 범주에는 음란물도 포함된다. 레이디언트 모바일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된 올랜도의 크리스 클리미스(Chris Klimis) 목사는 “내가 이 일에 참여한 이유 중 하나는 기독교계 내부의 음란물 문제에 실제로 대응할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클리미스 COO는 최근 한 조사에서 목회자의 67%가 음란물 이용과 관련해 ‘개인적 경험’이 있다고 답한 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신의 여섯 자녀가 의도치 않더라도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통해 음란물을 접하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클리미스 COO는 “디지털 공간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한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하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차단에 사용되는 기술은 정교한 도구라기보다 포괄적이고 투박한 도구에 가깝다. 우선 알롯은 웹사이트 도메인을 100여 개의 범주로 나눈다. 이 범주에는 음란물뿐 아니라 폭력, 악성 소프트웨어, 게임 등도 포함된다. 레이디언트 모바일의 경우에는 악마 숭배(Satanism) 관련 웹사이트를 포함하는 ‘비주류 종교 분파’ 범주도 차단 대상에 들어간다. 이용자가 차단 범주에 속한 웹사이트에 접속하려고 하면 페이지가 열리지 않는다. 이는 앱 기반 콘텐츠 차단기보다 더 강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 중단 앱 ‘커버넌트 아이스(Covenant Eyes)’는 이용자가 규칙을 어길 경우 친구나 가족에게 알림을 보낸다. 그러나 이런 앱은 우회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사이버보안·프라이버시 연구소의 데이비드 초프네스(David Choffnes) 컴퓨터과학 교수 겸 소장은 “네트워크 차원의 차단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은 아니”라고 말했다. 예컨대 권위주의 정부가 검열을 시행할 때 이런 방식의 차단은 핵심 수단으로 사용된다. 물론 더 온건한 목적에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 통신사들은 악성 소프트웨어를 퍼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도메인을 차단한다. 또한 아동 휴대전화에서 성인 콘텐츠를 차단할 수 있도록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네트워크 차원의 보호 기능도 제공한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 새로운 점은 미국 이동통신 요금제가 성인도 해제할 수 없는 네트워크 차단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하나의 범주에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떤 사이트를 허용하고 어떤 사이트를 금지할지에 대해 피셔 창업자가 상당히 큰 재량권을 갖게 되며 그 판단에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젠더 정체성과 관련된 콘텐츠를 차단하려는 레이디언트 모바일의 시도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알롯의 앤서니 리(Anthony Re) 영업이사는 “알롯에 젠더만을 따로 분류하는 범주는 없다”면서 “다만 ‘LGBT 콘텐츠’는 대체로 성(sexuality) 관련 범주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디언트 모바일의 웹사이트에서는 성 관련 범주를 “음란물 콘텐츠는 아니지만, 성, 청소년과 성, 성교육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성 관련 범주는 모든 휴대전화에서 기본적으로 차단되지만, 성인 계정 소유자는 해당 설정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뉴스 사이트가 젠더 관련 콘텐츠를 일정 수준 이상 많이 다루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피셔 창업자는 해당 사이트를 허용 범주인 ‘언론’으로만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성 관련’ 범주로도 분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성 관련 범주가 차단된 휴대전화에서는 해당 뉴스 사이트의 도메인 전체가 열리지 않게 된다.

피셔 창업자는 예일대와 관련된 최근 사례에서 이런 판단이 얼마나 주관적일 수 있는지 보여줬다. 알롯은 예일대의 일반 웹사이트(www.yale.edu)를 교육 범주로 분류한다. 그러나 피셔 창업자는 “예일대 웹사이트에 포함된 한 사이트는 트랜스젠더 평등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셔 창업자가 말하는 사이트는 ‘lgbtq.yale.edu’이다. 이 사이트는 별도의 도메인이기 때문에 레이디언트 모바일은 이를 성 관련 범주에 포함해 차단할 수 있다.

현재 예일대 메인 웹사이트는 차단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피셔 창업자는 “예일대 첫 화면에 LGBTQ 콘텐츠가 계속 올라온다면 예일대 메인 웹사이트도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웹사이트 차단 목록을 관리하는 일은 피셔 창업자에게 전혀 새로운 분야다. 그는 통신업계가 아니라 패션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나오미 캠벨과 같은 슈퍼모델과 힐튼 및 게티 가문 구성원 등의 에이전트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재활 시설과 노숙인 쉼터에서 사람들을 찾아 모델로 변신시키는 리얼리티 쇼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패션업계를 떠난 그는 지금은 그 업계에서 자신이 했던 역할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피셔 창업자는 “내가 35년간 스타 모델이나 스타 인플루언서를 만들어낸 것이 자랑스럽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의 친구이자 패션업계 거물인 번트 울먼(Bernt Ullmann)은 피셔 창업자에게 “라이언 레이놀즈가 이동통신망 민트 모바일(Mint Mobile)로 무엇을 만들었는지 살펴보라”고 권했다. 민트 모바일은 이동통신 요금제 가입을 단순한 통신 서비스 계약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일처럼 느끼게 했고, 2023년 티모바일에 13억 달러(약 1조 9,200억 원)에 인수됐다. 피셔 창업자는 이동통신망 사업이 마음에 들었지만 처음에는 어떤 고객층을 겨냥할지 정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계시처럼 한 생각이 떠올랐다. 피셔 창업자는 “하나님이 내게 말씀하셨다”며 “신앙 기반 산업에서 해야 할 일을 하라고 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기독교와 양립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콘텐츠만 허용하는 최초의 이동통신망을 만들기 시작했다.

피셔 창업자에 따르면 레이디언트 모바일은 컴팩스 벤처스(Compax Ventures)에서 1,75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컴팩스 벤처스는 레이디언트 모바일과 티모바일 사이에서 기술 중개 역할을 하는 회사의 일부다. 엔비디아의 로저 브링먼(Roger Bringmann) 부사장은 레이디언트 모바일의 주요 투자자이자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 동업자다. 참고로 브링먼 부사장은 최근 텍사스 오스틴 크리스천 대학교의 새 복합시설 건립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이 대학은 스스로를 ‘기독교 기업가를 위한 대학’이라고 소개한다.

레이디언트 모바일은 많은 사이트가 차단되면서 생기는 빈자리를 종교 콘텐츠로 채우려 한다. 예를 들어 AI로 생성한 성경 영상 등이 포함된 종교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신데렐라, 팅커벨 등 여러 캐릭터도 활용할 예정이다. 레이디언트 모바일은 수백 개의 아동 캐릭터 권리를 확보해 온 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 엘프 랩스(Elf Labs)를 통해 관련 캐릭터 사용권을 얻었다. 클리미스 COO는 “그 캐릭터들은 원래 보수적 관점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캐릭터들은 간증과 묵상 콘텐츠를 담은 AI 생성 영상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초프네스 교수는 요금제의 방화벽, 즉 원치 않는 접속을 막는 보안 장치가 약속한 만큼 효과적일지에 대해 기술적인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라고 생각하는 모든 웹사이트의 목록을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근본적으로 초프네스 교수는 인터넷이 답답하고 해로운 면이 있더라도 닫힌 공간이 되기보다는 열린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나는 열린 인터넷의 가치를 믿는다”라며 “인터넷의 많은 부분이 유해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콘텐츠를 통째로 막아버리는 이런 방식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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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5월 06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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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5월 06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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