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점프형’ 잠수정, 심해 탐사 판도 바꾼다

오르페우스 오션이 개발한 저비용 무인 잠수정이 심해 탐사의 접근성을 낮추며 과학 연구와 자원 개발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연구선 레이니어호(Rainier)는 현재 호주와 남미 사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해저 광물 자원을 탐사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약 8,000제곱해리에 이르는 해저 지형을 지도화하는 작업이다. 5월 첫째 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이 탐사에는 특수 임무를 맡은 무인 잠수정 두 대도 투입된다. 길쭉한 형광색의 이 장비는 수심 약 6,000미터까지 내려가 해저를 따라 이동하며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 잠수정은 신생 기업 오르페우스 오션(Orpheus Ocean, 이하 ‘오르페우스’)이 개발한 것으로, 바로 이런 심해 환경을 겨냥해 설계됐다. 해저는 진흙처럼 질척한 지반 위에 미생물부터 벌레, 달팽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이 뒤섞여 살아가는 공간이다. 동시에 구리와 코발트, 니켈, 망간 등 첨단 기술에 필수적인 금속이 포함된 달걀 크기의 ‘망간단괴’도 널리 분포해 있다.

과학자와 기업들은 오랫동안 심해를 탐사해 이 같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2024년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에서 분사한 오르페우스는 이 작업을 보다 낮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이크 러셀(Jake Russell) 오르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더 깊이, 더 저렴하게’라는 회사의 경영 철학을 설명했다. 기존 심해 탐사 장비가 500만~1,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과 달리 이 잠수정은 한 대당 수십만 달러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자율형 해양 탐사 장비와 달리 해저 지층을 직접 파고들어 지층 시료와 그 안의 생물까지 함께 채취할 수 있다.

오르페우스의 엔지니어들은 수년간 심해 탐사 장비를 개발해 왔다. 작업의 상당 부분은 우즈홀 해양연구소에서 이뤄졌고, NOAA와 미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도 병행됐다. 시제품은 마리아나 해구 최심부에 해당하는 수심 약 1만1,000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상업 임무를 수행했지만, 이번 탐사는 장비 성능을 본격적으로 검증하는 가장 큰 시험대다. 수주에 걸쳐 넓은 범위를 이동하며 다양한 장비를 동시에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이니어호를 해상 거점으로 삼아 잠수정은 한 번에 약 10킬로미터씩 이동한다. 이동 중에는 초당 한 장씩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하고, 각 기체는 해저에서 최대 8개의 시료를 채취할 예정이다.

이번 시험이 성공할 경우 이 장비는 심해 탐사에 나서는 정부 기관과 연구자, 기업들에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아직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심해와 그 안에 잠재된 자원을 탐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또 작은 크기와 낮은 제작 비용을 강점으로 심해 탐사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이 같은 심해에 도달하려면 정부 기관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소수의 고가 잠수정을 이용해야 한다. 장비 수가 제한적이고 비용도 높아 심해를 단편적으로 관측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와 생지화학적 시스템을 정밀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러셀은 “우리가 조사하는 지역의 상당 부분은 지금까지 제대로 탐사된 적이 거의 없다”며 “이번에 얻는 결과는 NOAA를 비롯한 과학계 전반에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퇴적물 전문가

오르페우스 잠수정은 자율형 무인 잠수정(AUV)이다. 케이블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사전에 입력된 경로와 현장 판단을 결합해 운용된다. 하지만 장거리·고속 이동에 초점을 맞춘 기존 AUV와는 성격이 다르다. 짧고 두툼한 몸체에 작은 다리를 단 이 장비는 해저에 내려앉은 뒤 진흙층을 파고들어 시료를 채취하는 데 특화돼 있다. 한 지점에 착지했다가 다시 떠올라 몇 미터 이동한 뒤 재착지하는 식으로 ‘뛰듯이’ 해저를 이동한다.

기체는 대부분 부력을 띠는 합성 소재로 만들어졌고 핵심 전자 장치는 두꺼운 유리 구체 안에 들어 있다. 이 소재는 내부에 미세한 유리 입자가 섞여 있어 심해의 높은 압력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2012년 마리아나 해구 탐사에 사용한 잠수정에도 같은 재료가 쓰였고, 그는 남은 소재를 오르페우스 초기 시제품 제작에 제공하기도 했다.

러셀은 “길이 2미터 미만, 무게 약 270킬로그램에 불과한 이 장비는 수심 6,000미터까지 내려갈 수 있는 해양 탐사 장비 가운데 가장 작고 저렴한 축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런 소형 장비를 다수 운용하는 방식으로 향후 ‘군집형 탐사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설계는 심해 탐사의 근본적인 위험을 고려한 결과다. 과거 오르페우스 장비를 활용한 연구에 참여했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빅토리아 오판(Victoria Orphan) 지구생물학자는 “심해에 장비를 투입하면 다시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을 항상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NOAA나 우즈홀 해양연구소,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 연구소(MBARI)가 운용하는 기존 장비는 수량이 적고 비용이 높아 하나만 잃어도 타격이 크다. 장비 사용 시간 자체도 제한돼 있어 연구자들 사이 경쟁이 치열하다.

2024년 봄, 오판 연구팀은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 인근의 심해 메탄 분출 지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르페우스 잠수정을 시험했다. 이 장비로 해저 지형을 먼저 정밀하게 파악한 뒤 유인 잠수정 ‘앨빈(Alvin)’을 투입해 특정 지점의 미생물과 생태를 집중적으로 분석할 계획이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오판은 “새로운 기술에는 항상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극저온 환경과 급격한 해저 지형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만 3주가 걸렸다.

그럼에도 그는 이 장비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오판은 “퇴적층과 해수의 경계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적절한 센서와 시료 채취 기능을 갖춘 이런 장비는 연구를 크게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러셀은 이 장비에 다양한 특수 장비를 결합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화학 물질이 분출되는 지점의 열을 감지하거나, 퇴적물 기둥, 해양 생물이 남긴 DNA, 해저 케이블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 신호 등을 포착하는 장치다.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의 앤드루 스위트먼(Andrew Sweetman) 심해 생태학자는 오르페우스와 직접 협업하지는 않았지만 “이 잠수정은 두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장비”라고 평가했다. 넓은 범위를 탐사하는 능력은 AUV와 비슷하면서도, 케이블로 연결된 원격조종 잠수정처럼 정밀한 시료 채취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낮은 가격뿐 아니라 작은 크기도 중요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연구선을 동원하지 않아도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 탐사선을 보유하지 못한 소규모 국가나 개발도상국에도 심해 탐사의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 스위트먼은 “이런 장비는 심해 과학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잠수정이 확보한 시료를 활용하면 해저 생물의 영양 순환을 연구할 수 있으며, 이는 해양이 탄소를 저장하는 과정과도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해저 채굴의 확산

소형이면서도 저렴한 해양 탐사 장비가 과학계를 넘어 산업계의 관심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러셀은 “심해 채굴과 방위, 해상 풍력, 통신, 석유·가스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로부터 매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어디까지나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하는 역할에 그칠 뿐, 해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해저 지형과 퇴적물 상태, 생물 존재 여부 같은 정보가 축적될수록 정부와 규제 기관이 설정해야 할 기준 역시 더 엄격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저 채굴 확대를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광물 탐사와 가공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며 이 같은 흐름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4월에는 해양 광물 관리를 전담하는 새로운 정부 기관인 ‘해양 광물청(Marine Minerals Administration)’ 설립도 발표됐다.

오르페우스 잠수정을 아래쪽에서 올려다본 모습. ORPHEUS OCEAN

심해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채굴을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트먼은 “심해 채굴 추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지적했다. 오판은 “심해 생태계는 지구에서 가장 안정적인 환경 가운데 하나”라며 “그곳에 사는 생물은 외부 교란에 거의 적응돼 있지 않고, 한 번 훼손되면 회복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검토되는 채굴 방식 가운데 하나는 사실상 거대한 불도저처럼 해저를 긁어내는 방식이다. 장비가 바닥을 따라 이동하며 물질을 빨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해저에는 흔적이 남고 주변에는 퇴적물 구름이 퍼진다. 브렛 홉슨(Brett Hobson) MBARI 해양공학자는 오르페우스와 같은 장비가 이러한 방식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해저를 무차별적으로 긁어내고 거기서 걸러내는 대신 필요한 지점에서만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MBARI에서 수십 년간 해양 탐사 장비 개발을 이끌어온 홉슨은 “오르페우스 잠수정이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르웨이와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등 여러 국가의 기업 및 기관이 유사한 심해 탐사 장비를 개발 중”이라며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은 이런 시스템이 더 많이 보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몇 주 동안 오르페우스의 형광색 잠수정이 태평양 심해로 내려가면서, 이 장비가 과학 연구와 자원 탐사에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 점차 드러날 전망이다. 잠수정이 한 번 잠수할 때마다 데이터는 조금씩 쌓인다. 오판은 “이는 지구라는 거대한 퍼즐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아직 밝혀야 할 것은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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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5월 06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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