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일자리 뺏을까?…예측할 ‘결정적 데이터’가 없다
AI가 일자리를 줄일지 늘릴지는 기술 자체보다 생산성이 높아진 뒤 기업이 인력을 늘릴지 줄일지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를 판단할 데이터가 부족해 AI가 노동시장 변화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AI가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분위기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AI 기업 앤트로픽에서 사회적 영향 분야를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4월 초 AI의 미래를 보다 낙관적으로 바라보자는 주장에 대해 “AI 확산으로 단기적으로는 경기 침체가 올 수 있고 사회 초년생이 경력을 쌓아가는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CEO는 한발 더 나아가 AI를 ‘인간 노동을 전반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규정하며 “5년도 채 지나기 전에 AI가 거의 모든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물론 이런 시각은 앤트로픽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논의로 많은 노동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전면 중단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후 상황에 대해 뚜렷한 대응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AI가 아직 일자리를 줄이지 않았으며 갑작스러운 고용 충격 또한 없을 수 있다고 보던 경제학자들조차 이제는 ‘AI가 노동 시장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교의 알렉스 이마스(Alex Imas) 경제학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이마스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예측 도구가 매우 부정확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학자들이 AI 시대 노동시장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특정 데이터 수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현재의 예측 방식이 어째서 한계가 있는지 살펴보겠다. 어떤 일이건 여러 개의 개별 ‘업무’로 구성되어 있다. 가령 부동산 중개인의 업무 중 하나는 고객이 원하는 매물 조건을 파악하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수천 개의 업무를 1998년부터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왔다. 오픈AI는 지난해 12월 이 데이터를 활용해 각 직업이 AI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부동산 중개인의 경우 약 28%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지난 2월에는 앤트로픽이 자사 AI ‘클로드’ 대화 수백만 건을 분석해 실제로 사람들이 어떤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그러나 이마스 교수는 “업무가 AI에 노출된 정도만 확인해서는 일자리 감소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노출도만으로는 일자리 대체 여부를 판단하는 데 아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모든 업무가 AI로 완전히 대체 가능한 극단적인 경우라면 이야기는 단순해진다. AI가 업무를 사람보다 더 저렴한 금액으로,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해당 일자리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엘리베이터 안내원이 사라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늘날로 치면 전화 문의를 단순 분류하는 고객 상담원이 비슷한 사례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상황이다. 일부 직업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언제 어떻게 변화가 나타날지는 단순한 ‘노출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코딩 업무를 예로 들어 보겠다. 데이팅 앱을 만드는 개발자가 AI 도구를 활용해 예전에는 사흘 걸리던 작업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다.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인력을 늘릴까, 줄일까?
이마스 교수는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바로 이 질문”이라면서 “이 질문의 답은 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이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상태다.
위에서 언급한 코딩의 경우 생산성이 높아지면 데이팅 앱 서비스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회의적인 사람들은 기업이 수익을 전부 가져갈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쟁 시장에서는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다른 기업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가격이 내려가면 데이팅 앱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기 어렵다. 만약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다면 기업은 더 많은 개발자를 채용해야 할 수도 있다. 반대로 가격이 내려가도 데이팅 앱에 신규 유입되는 사용자가 부족해 수요 증가가 미미하다면 개발자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대량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
AI 활용 업무와 관련해 이러한 상황을 모든 직업에 적용하면 결국 핵심은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된다. 가격 변화에 따라 수요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즉 ‘가격 탄력성’의 문제다. 이마스 교수가 강조한 두 번째 핵심도 바로 이 부분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에게 이와 관련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마스 교수에 따르면 시리얼이나 우유 같은 식료품은 가격 변화에 따른 수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미 그런 판매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외 교사, 웹 개발자, 영양사 등 이미 어떤 식으로든 AI에 ‘노출’된 다른 직업에 대해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일부 민간 기업이나 컨설팅 회사에 흩어져 있을 뿐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돼 있지 않다.
이마스 교수는 “그런 데이터 수집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AI의 영향을 받는 직업뿐 아니라 앞으로 영향을 받게 될 모든 분야를 포함해 경제 전반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해당 데이터가 있어야만 AI 시대에 노동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를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있고 정책적인 대응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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