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부터 생산까지…AI가 바꾸는 전자상거래

미국의 소규모 온라인 판매자들이 알리바바의 아치오와 같은 AI 도구를 활용해 제품 기획과 공장 탐색 과정을 크게 단축하고 있다.

미국에서 소규모 아웃도어 브랜드를 운영하는 마이크 맥클라리(Mike McClary·51세)는 오랫동안 ‘가디언 LTE 플래시라이트(Guardian LTE Flashlight)’라는 검은색 손전등을 온라인에서 판매해 왔다. 밝기와 내구성을 앞세운 이 제품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인기 상품이었다. 2017년 판매를 중단한 이후에도 구매 문의가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맥클라리는 2025년 이 제품을 다시 선보이기로 하면서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과거처럼 공급업체를 일일이 찾아보고 공장에 문의하는 대신, 알리바바닷컴의 AI 소싱·리서치 도구 ‘아치오(Accio)’를 먼저 활용했다.

그동안 미국의 소규모 사업자에게 상품을 정하고 생산지를 결정하는 과정은 수개월이 걸리는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치오와 같은 AI 도구가 이 과정을 크게 바꾸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지의 제조업체를 연결해 주는 것은 물론, 제품 아이디어 단계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인터뷰한 사업자들과 전자상거래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소싱 과정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리노이 자택 거실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맥클라리는 가죽 관리용품부터 캠핑용 조명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해 왔다. 충전식 랜턴 하나로 50만 달러(약 7.4억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시장 수요를 빠르게 포착해 기존 제품을 개선하고, 공장을 찾아 생산한 뒤 최소한의 마케팅으로 신속하게 출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아치오에 기존 손전등의 설계와 생산 단가, 목표 수익률을 입력했다. 그러자 아치오는 제품 크기를 줄이고, 밝기를 소폭 낮추고, 충전 방식을 배터리로 바꾸라는 등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소재한 제조업체를 추천했는데, 이를 통해 생산 단가를 기존 17달러에서 약 2달러 50센트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맥클라리는 해당 공급업체와 직접 연락해 수정된 설계를 협의했다. 그 결과 한 달 만에 새로운 버전의 가디언 플래시라이트를 아마존과 자사 웹사이트에 다시 출시할 수 있었다.

새로운 공장 찾기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Taobao)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출발점은 중국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Alibaba.com)이었다. 이곳에서 대량 주문이 가능한 공장을 찾기는 단순히 ‘구매’ 버튼을 누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판매자들은 보통 수일에서 수주에 걸쳐 공급업체를 탐색하고, 후기와 생산 능력을 비교하며, 최소 주문 수량을 확인하고, 샘플을 요청한 뒤 납기와 맞춤 제작 조건을 협상해야 한다.

하지만 2024년 출시된 AI 소싱 도구 아치오가 이 과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아치오는 2026년 3월 기준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알리바바 이용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제품 소싱 과정에서 아치오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아치오의 인터페이스는 챗GPT나 클로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용자가 입력창에 질문을 입력하고 ‘빠른 모드’와 ‘사고 모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다만 제품을 검색하면 단순한 텍스트 답변에 그치지 않는다. 그래프와 링크, 시각 자료를 함께 제시하고, 구매자의 요구를 구체화하기 위해 추가 질문도 이어진다. 이후 조건에 맞는 공급업체를 몇 곳으로 압축해 제시한다. 다만 그 이후 단계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사용자가 직접 공급업체에 연락해 세부 조건을 협의해야 한다.

장쿼(Zhang Kuo) 알리바바닷컴 이사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구는 자사의 큐원(Qwen) 시리즈를 포함한 여러 최신 AI 모델을 기반으로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큐원은 오픈소스로 공개된 대형언어모델(LLM)이다. 아치오는 수백만 개의 공급업체 프로필과 26년간 축적된 거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능을 고도화했다.

뷰티 브랜드 100% 퓨어(100% Pure)의 리처드 코스틱(Richard Kostick) 최고경영자(CEO)는 “제품 조사나 소싱 분석과 같은 작업에서는 이 도구가 챗GPT 같은 범용 AI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쇼핑을 돕기 위한 AI 도입은 여러 플랫폼에서 시도돼 왔지만, 알리바바는 특히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에디 우(Eddie Wu) 알리바바 그룹 CEO는 지난 3월 임원들에게 회사의 핵심 서비스에 큐원의 AI 기능을 통합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알리바바는 “춘절 기간 진행된 큐원 기반 개인 쇼핑 AI 에이전트 프로모션에서 현금 지급 이벤트와 함께 약 2억 건의 주문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판매자이자 컨설턴트인 빈첸초 토스카노(Vincenzo Toscano)는 고객들에게 아치오를 추천해 온 데 이어, 직접 선글라스 브랜드를 준비하며 이 도구를 활용했다. 그는 “이탈리아적 정체성과 개인 스타일, 부티크 감성을 반영한 브랜드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아치오가 이를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다듬는 데 도움을 줬다”며 “소재를 제안하고 디자인 방향을 정교화하는 한편, 최신 트렌드에 맞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치오의 한계도 분명하다. AI 도구를 꾸준히 활용해온 맥클라리는 “아치오는 제품 아이디어 구상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광고나 소셜미디어 운영 같은 마케팅 영역에서는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추천 결과 가운데 일부는 다소 일반적인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있어, 사용자가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화하는 사업 환경

플랫폼이 AI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제조업체들도 이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중국 우한의 화장품 패키징 업체 관계자 샐리 리(Sally Li)는 “제품 설명을 더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장비와 생산 경험에 대한 정보도 적극적으로 추가하고 있다”며 “이런 정보가 많을수록 AI 검색 결과에 더 잘 노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는 다만 “고객 문의가 AI에 의해 생성됐는지, 혹은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됐는지는 제조업체 입장에서 구분하기 어렵다”며 “자사 역시 가격 협상이나 제품 세부 조건 조율에는 AI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 인간중심 AI 연구소(Stanford Institute for Human-Centered AI)의 자신 페이(Jiaxin Pei) 연구원은 “AI 에이전트가 구매 결정을 돕거나 직접 거래를 수행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된다면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전트는 투명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도구를 개발하는 기업은 수집하는 데이터와 내재된 이해관계를 공개해야 시장의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쿼는 “현재 아치오에는 광고 기능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닷컴의 기존 검색에서는 공급업체가 비용을 지불하면 상위 노출이 가능하지만, 아치오는 해당 시스템과 연동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도구를 어떻게 수익화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해답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무료 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추가 토큰을 구매해 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판매자들은 AI 도구가 아이디어 발굴과 사업 초기 단계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은 사실이지만, 전자상거래의 핵심 역량까지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맥클라리는 “같은 시장 정보를 갖고 있어도 누가 더 빠르게 판단하고, 실행하며, 주문을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가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토스카노 역시 몇 달 만에 새로운 선글라스 브랜드를 공식 출시한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소규모 사업자는 대부분 많은 결정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고, 무엇을 팔지 결정하는 일도 결국은 경험에 기반한 추정에 의존해 왔다”며 “이제는 그런 결정을 내리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진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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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4월 08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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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4월 08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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