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없는 인간 복제’를 제안한 비밀 스타트업의 실체
영원히 사는 궁극적인 방법은 새로운 몸을 얻는 것이다.
수년간 비밀리에 운영되어왔던 스타트업 R3 바이오(R3 Bio)가 최근 갑자기 자사의 연구 내용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동물 실험의 대안으로 의식이 없는 원숭이의 ‘장기 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IT 전문매체인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R3는 억만장자 팀 드레이퍼(Tim Draper), 싱가포르 기반 펀드 이모탈 드래곤스(Immortal Dragons), 수명 연장 투자사 롱게임 벤처스(LongGame Ventures)가 자사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비밀리에 운영되던 이 스타트업의 창립자 존 슐렌도른(John Schloendorn)이 ‘뇌 없는 복제체(brainless clones)’를 백업용 인간 신체로 활용하겠다는, 충격적이고 의학적으로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슐렌도르가 말한 ‘뇌 없는 복제체’는 신장이나 간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뇌 구조만 갖춘, 마치 아기 같은 자신의 복제체를 말한다.
그는 언젠가 자신의 뇌를 더 젊은 복제체의 몸에 이식할 수도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이는 아직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신체 이식’이라는 시술을 통해 두 번째 생명을 얻는 방법이 될 수 있다.
R3이 제시한 제안에 대한 자세한 배경이나 이 회사와 유사한 목표를 갖고 비밀리에 운영되는 또 다른 스타트업들의 활동은 지금까지 보도된 바가 없다. 이렇게 된 이유는 그들의 목표가 마치 소름 끼치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R3의 복제 관련 발표를 듣고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한 인사는 “슐렌도른의 발표 방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슐렌도른은 주로 아이들이 대뇌 반구의 대부분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 선천적 기형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뇌가 거의 없는 상태로도 신체가 생존할 수 있다는 증거로 거의 비어 있는 이 아이들의 두개골이 등장하는 의료 영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그는 복제체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인공 자궁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이상 뇌가 없는 신체는 실험실에서 배양할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이 일을 대가로 돈을 받는 여성들이 첫 번째 뇌 없는 복제인간을 임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래에는 뇌 없는 복제인간이 또 다른 복제인간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와이어드〉를 통해 세상에 자신을 알린 바로 그날 R3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의 이런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성명을 보내왔다. R3는 “슐렌도른은 대리모가 임신하게 될 가상의 ‘의식이 없는 인간 복제체’에 관해 어떠한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반박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인간 복제체나 뇌 손상을 입은 인간을 만들려는 의도나 음모에 대한 모든 주장은 명백히 거짓”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슐렌도른과 공동 창업자 앨리스 길먼(Alice Gilman)조차도 이 주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노화 방지 옹호자 피터 디아만디스(Peter Diamandis)가 보스턴에서 주최한 행사인 ‘어번던스 롱제비티(Abundance Longevity)’에서 발표했다. 약 40명을 대상으로 한 이 행사에서 슐렌도른은 ‘전신 교체(Full Body Replacement)’라는 세션에서 소위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시도’를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한 참석자에 따르면 행사에서는 동물 연구와 예비 장기를 위한 개인 복제인간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발표 도중 길먼과 슐렌도른은 심지어 복제 바늘 이미지가 걸린 앞에 서 있기도 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R3가 사람을 복제했거나 설치류보다 큰 동물을 복제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우리는 R3가 2023년 후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신체 대체 복제’라고 명명한 기술 로드맵을 설명하는 문서, 추가 회의 안건 및 기타 자료들을 찾아냈을 뿐이다. 해당 로드맵에는 복제 과정의 개선과 완전한 뇌가 없는 동물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유전적 배선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R3가 이번에 자금을 조달한 주된 목적은 카리브해의 한 기지를 통해 원숭이에게 이러한 기술을 시도하기 위해서다. 회사가 ‘원숭이 장기 주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개발할 수만 있다면 보다 윤리적인 의학 실험과 독성학 테스트를 위한 단기 사업 계획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향후 인간 대상 연구에 참고가 될 게 분명하다.
슐렌도른은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 분야의 비주류 인물로 간주된다. 그는 과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자택 차고에 DIY 실험실을 구축한 사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그는 수명 연장 과학의 실험적 영역과의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실리콘밸리 내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미국 보건 혁신 기관인 ARPA-H와도 협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그가 투자 유치에 성공한 점까지 고려하면 ‘뇌 없는 복제체’ 개념은 보다 폭넓은 과학자, 의사, 윤리학자 커뮤니티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로부터 R3의 ‘뇌 없는 복제체’에 대해 들은 호세 시벨리(Jose Cibelli) 미시간 주립대학 연구원은 “미친 소리처럼 들린다”면서 “안전성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비정상적인 인간을 만들려고 할 때 안전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벨리는 25년 전 인간 배아 복제를 시도한 최초의 과학자 중 한 명이다. 당시 그의 연구는 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기와 일치하는 줄기세포를 얻으려는 게 목적이었다. 그는 “인간의 상상력과 돈을 버는 방법에는 한계가 없지만 분명히 경계선은 있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바로 인간이 아닌 인간을 만드는 경계선”이라고 강조했다.
“타당성 연구”
1996년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 이후 연구자들은 개, 고양이, 낙타, 말, 소, 흰담비 등 다양한 포유류 종을 복제해 왔다. 기존 동물의 세포를 난자에 주입하면 발달할 수 있는 똑같은 복제 배아가 만들어지지만, 결함, 기형, 사산 같은 문제도 흔하게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심각한 위험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인간 복제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 복제에 대한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뇌 없는 복제체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 그 이유는 이것의 궁극적인 목표가 건강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영양 공급관과 같은 생명 유지 장치가 필요할 수 있는 의식 없는 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몸은 복제 대상자의 DNA를 공유하므로, 그것의 장기는 면역학적으로 거의 완벽하게 일치할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지지자들은 의식이 없는 신체에서 장기를 적출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부는 신선하고 젊은 신체 부위로 교체하는 것이 수명 연장의 가장 유력한 길이라고 믿는데, 이는 지금까지 노화를 되돌리게 해줄 약물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완전한 신체 이식이라는 개념도 존재한다. 스웨덴의 저명한 트랜스휴머니스트이자 미래 기술 윤리 전문가인 앤더스 샌드버그(Anders Sandberg)는 “분명 냉동 보존 환자들에게는 정말 유망한 일처럼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후 냉동 보존실에 보관되기를 선택한 많은 사람들은 비용이 덜 드는 ‘머리만’ 보존하길 선택한다”며 “따라서 여분의 복제 신체를 갖는 데 대한 시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슐렌도른이 2023년 ‘신체 교체 미니 컨퍼런스(Body Replacement Mini Conference)’라는 비공개 온라인 세미나를 주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4년 처음으로 그에게 접촉했다. 그는 컨퍼런스에서 “신체 교체 기술 개발을 위한 최근 실험실 진전 상황”을 발표했다.
의제 사본에 따르면 당시 컨퍼런스에서는 미국 차병원 줄기세포연구팀을 이끈 복제 전문가 정영기 교수의 발표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당시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교수였으며 현재 ARPA-H의 프로그램 매니저로 재직 중인 장 에베르(Jean Hébert)의 발표도 있었다.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뇌 조직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에베르는 2020년 출간된 《노화 대체하기(Replacing Aging)》라는 저서를 통해 죽음을 피하기 위한 이른바 ‘대체 솔루션’을 대중화했다.
2024년 정부에 합류하기 전 인터뷰에서 에베르는 “슐렌도른과 비공식적이지만 매우 협력적이었다”고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명했다. 한 사람은 노화를 막기 위해 뇌를 복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다른 한 사람은 뇌가 없는 몸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에베르는 당시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완벽한 조합이지 않은가? 몸과 뇌라니!”라고 말했다.
에베르는 같은 해 슐렌도른과 주고받은 링크드인 메시지에서 자신의 연구를 “신체 대체에 대한 타당성 연구”라고 설명했다.
슐렌도르는 당시 “우리는 초기 단계부터 명확한 사회적 혜택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이를 추진할 것이며, 만약 이것이 안전하게 수행될 수 없다고 판명된다면 거절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닥”고 적었다. 그러면서 ”‘스텔스 모드’를 벗어나기 전에 그러한 혜택이 현실에 합리적으로 근거를 두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수 있다. 신체 부위 이식은 낡은 자동차의 타이밍 벨트를 교체하는 것처럼 논리적으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더 젊은 자신의 복제체로부터 장기를 이식받는 것이 수명을 연장해 준다는 증거는 사실상 없다.
한편, 완전한 신체 이식은 적어도 현재 기술로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지난 7월 발표된 이 개념에 대한 최신 실험에서 러시아 외과의사들은 돼지의 머리를 절단한 뒤 다시 봉합했다. 동물은 살아남아 약하게 숨을 쉬며 주사기에서 물을 핥아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척수가 절단됐던 탓에 그 외에는 완전히 마비 상태였다. 아직 절단된 척수를 다시 연결하는 검증된 방법은 없다. 의사들은 약 12시간 후 돼지를 안락사시켰다.
R3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화성 식민지화와 맞먹는 위험하고 성공 확률이 낮은 프로젝트로 보는 사람이 있다. 보이앙 왕(Boyang Wang) 이모탈 드래곤스 대표가 그런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과거 신체 교체 기술에 대해 “때가 되면 내 뇌를 새로운 몸으로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지만 이후 낙관적인 전망을 접었다. 그는 이제 전신 이식을 “매우 실현 불가능하며, 과학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는 R3에 대한 투자가 노화 극복을 위한 획기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비주류적인 도박이 자신의 철학과 부합한다고 믿는다.
스텔스 모드
복제체는 예비 장기를 배양하려는 다양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연구자들은 줄기세포, 합성 배아, 덩어리 형태의 오가노이드 등을 탐구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이미 몇몇 환자에게 신장과 심장이 이식된 유전자 조작 돼지를 복제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접근법은 동물의 신체가 자궁 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과정인 ‘발생(發生)’을 활용해 온전하게 기능하는 장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배양할 수만 있다면 지각 능력이 없는 신체가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주류 과학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두 교수는 이러한 구조물을 ‘바디오이드(bodyoids)’라고 명명하고, 지난해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인간 예비 신체 제조를 지지하는 사설을 발표했다. 이 사설은 많은 세부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아이디어를 “적어도 타당하며, 어쩌면 혁명적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분야 스타트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조지 처치(George Church) 하버드대학 교수는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태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신체 전체를 배양하는 것은 지나친 접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식 대기자 대부분이 심장이나 신장과 같은 단일 장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신체 전체가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언젠가는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지금 시작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뇌가 없는 인간 신체는 거부감을 줄 뿐 아니라 실용성도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신체 교체 기술은 여전히 논의 자체가 부담스러운 주제로 남아 있다. 일부 수명 연장 지지자들이 펩타이드 주사나 냉동 보존과 같은 급진적 방법에는 비교적 열린 태도를 보이면서도 전신 교체에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베를린에 본사를 둔 기업 투모로우 바이오(Tomorrow Bio)의 에밀 켄지오라(Emil Kendziorra) CEO는 “과학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지만, 사회는 아직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향후 생명 복원을 기대하며 인체를 영하 196도에서 보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냉동 보존에 대해서는 대부분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받아들이지만, 전신 교체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진다. 즉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거부감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 교체’ 기술은 ‘바이탈리즘’이라는 철학을 따르는 일부 장수 추구 집단 사이에서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은 사회 자원을 무한한 수명 달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로비와 투자, 인재 영입, 대중 메시지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러한 움직임은 올해 초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도 상세히 다뤄졌다.
지난해 봄 열린 이 커뮤니티의 모임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신체 부위 교체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장수 바이오테크 펠로우십(Longevity Biotech Fellowship)’이 작성한 노화 기술 로드맵에 따르면 신피질이 없는 인간 복제체의 개념 증명을 구현하는 데 약 4,000만 달러(약 600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평가된다.
이 보고서는 지각 능력이 없는 완전한 신체 복제를 추진 중인 두 개의 비공개 기업이 존재한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프랑스의 한 리조트에서 해당 로드맵을 발표한 기업가 크리스 보러(Kris Borer)는 “이들 기업의 활동이 공개되면 엄청난 반발이 일어날 것이고, 사람들은 이를 강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된 디스토피아 영화와 소설이 매우 많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피하고 있다”며 “기술이 준비될 때까지는 투자 역시 비공개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확인된 또 다른 비공개 스타트업은 전신이 아닌 내부 장기 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뉴햄프셔에 기반을 둔 이 기업 카인드 바이오테크놀로지(Kind Biotechnology)는 노화 연구가 저스틴 레보(Justin Rebo)가 이끌고 있으며, 그는 슐렌도른과 협력 관계를 이어온 인물이다.

카인드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제출한 특허 출원서에 따르면 레보가 이끄는 연구팀은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환경을 감지하는 능력이 완전히 결여된” 동물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허에 포함된 이미지에는 뇌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쥐와 얼굴이나 사지가 없는 개체들이 등장한다. 연구팀은 최소한의 신경계만 갖춘 채 대부분 스스로 성장하는 장기 주머니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를 활용해 배아의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특허청에 제출된 도식 이미지에는 생명 유지 장치 튜브에 연결된 육질(肉質)의 가방 형태 구조가 묘사돼 있다.
레보는 이메일을 통해 자사의 목표가 인간에게 실험적으로 이식할 수 있는 동물 장기를 “윤리적이고 확장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동안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인드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일부 특허는 이러한 장기 주머니를 인간 세포로부터 생산하는 가능성도 포함하고 있다. 다만 레보는 이를 아직은 가설적 단계의 구상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연구가 장수 기술에서 ‘교체’ 접근법의 일부라고 설명한다. 젊고 고품질의 장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면 현재 이식 대상이 아닌 고령의 심장 질환 환자들까지 포함해 더 다양한 환자에게 이식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충분한 양의 고품질 장기가 확보된다면 기능이 저하된 부위를 교체하는 방식 자체가 직접적인 회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레보는 하나의 구조 안에서 함께 배양된 여러 내부 장기를 동시에 교체하는 방식이 더 광범위한 회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궁극적으로 고장 난 신체 부위를 교체하는 것이 건강한 인간 수명을 연장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카인드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자문으로 합류한 처치 하버드대 교수는 이러한 연구를 기술의 방향을 “처음부터 더 유용하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형태로 유도하려는 시도”로 평가했다. 그는 “우선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부터 제시하고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부에서 지향하는 것처럼 가장 혐오감이 크고 실용성이 낮은 방향으로 곧바로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알아볼 방법은 하나뿐이다”
슐렌도른을 아는 사람들은 그를 극단적인 수명 연장이라는 목표에 100% 헌신하는, 마치 발전기처럼 끊임없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인물로 묘사한다. 그는 2006년 한 생명윤리학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 영원히 살고자 하는 욕망이 왜 합리적인지 설명했으며, 애리조나대학교에서 수행한 박사 연구는 장수 연구 기관인 센스 재단(SENS Foundation)의 지원을 받았다.
그는 폭넓은 인맥도 갖추고 있다. 센스 재단의 공동 설립자이자 영향력과 논란을 동시에 지닌 인물인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는 인터뷰에서 슐렌도른을 “내 제자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2010년경 피터 틸이 슐렌도른이 설립한 줄기세포 치료 개발 기업 이뮨패스(ImmunePath)에 약 150만 달러(약 22.5억 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 회사는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틸 측은 해당 투자 규모에 대한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2021년 슐렌도른은 새로운 회사인 R3 바이오테크놀로지스를 설립하며 다시 활동에 나섰다. 그는 신체 교체 개념을 확산시키는 한편,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우선 실험실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이후 원숭이 실험을 거쳐, 장기적으로는 인간에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슐렌도른이 서명한 2023년 ‘이해관계자 서한’은 “신체 교체 복제는 영장류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다중 구성 요소 유전자 공학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뇌 기능을 제거하는 기술은 쥐에서는 이미 잘 확립되어 있으며, 원숭이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전체를 대상으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술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서한은 이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고 밝혔다.
이모탈 드래곤스의 왕 대표는 R3가 완전한 뇌가 없는 생쥐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뒤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 생쥐들이 살아남아 성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실험이었다”며 “같은 결과를 영장류에서도 재현하려는 시도에 투자할 충분한 근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R3는 이메일 성명을 통해 “어떤 종에서도 뇌 변형을 수행한 적이 없으며, 이를 시도하거나 외부에 의뢰한 적도 없고 향후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살아 있는 비인간 영장류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은 여전히 복제 자체다. 일반적으로 동물 복제는 100번 시도 중 극히 일부만 성공할 정도로 효율이 낮다. 이 점만으로도 인간이나 원숭이 복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로 여겨진다.
R3는 이러한 효율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검토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히스톤 탈메틸화효소라는 단백질을 활용해 세포의 유전적 기억을 제거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이 단백질을 추가하면 실험실에서 난자에 주입된 세포가 복제 배아로 발달할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 기술은 2018년 중국에서 이루어진 최초의 원숭이 복제 성공 사례에서도 사용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발정기에 있는 다수의 원숭이를 관리하고 체외수정을 수행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투입됐다. 시벨리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원숭이 복제가 미국에서는 “비용 문제만으로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원숭이 복제의 성공은 적어도 생물학적으로 인간 생식 복제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R3는 복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또 다른 문제인 태반 기능 이상도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함 때문에 일부 복제 동물은 태어난 직후 사망하기도 한다.
R3 문서는 복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이른바 ‘출생 문제 해결 기술’을 언급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3년 R3 이해관계자 서한에 공동 서명한 과학자이자 에베르 매니저의 전 연구 조교인 마이트리예 마한타(Maitriyee Mahanta)의 이력에서도 관련 연구가 확인된다.
마한타는 현재 비인간 영장류 세포를 활용해 복제, 출생률 개선, 대뇌 피질 발달 등을 연구하는 분자 연구 책임자로 활동 중이다. 그녀의 소속은 오브리 드 그레이 설립자가 회장 겸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롱제비티 이스케이프 벨로시티 재단(Longevity Escape Velocity Foundation)으로 기재돼 있다. 다만 드 그레이는 해당 재단이 마한타의 비자 발급을 지원했을 뿐, 실제 근무지는 별도의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 취재 과정에서 드 그레이를 포함한 여러 관계자들은 R3의 존재를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신체 복제 기술의 이론적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밝혔다.
드 그레이 회장은 예를 들어, 복제체가 장기 적출에 적합한 크기로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추가적인 유전자 변이를 도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중추성 조발 사춘기’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 경우 유아 단계에서 급격한 신체 성장과 함께 2차 성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재자들의 복제
누가 자신의 신체를 복제하고, 필요할 때까지 수년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까? 이 비용이 많이 드는 기술(만약 실현 가능하다면)의 첫 고객은 아마도 극도로 부유하거나 권력이 막강한 사람들일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정상급 독재자들은 교체 장치 가능성에 대해 이미 정보를 얻은 듯하다.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을 걷던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눈 대화가 포착됐다. 이 자리에서 푸틴은 수명 연장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푸틴은 통역을 통해 “생명공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 장기는 계속 이식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젊어지며, 심지어 불멸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진핑은 “일부는 이 세기 안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동의했다.
이 지도자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독재자를 대상으로 한 시나리오는 신체 교체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늘 논의되는 주제다.
롱게임 어드바이저스(LongGame Advisors)의 윌 하본(Will Harborne)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팟캐스터 줄리안 이사(Julian Issa)와의 인터뷰에서 “이 분야에 관련된 회사들이 있다. 그들은 비밀리에 활동 중이라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윤리적 문제만 없다면 오늘날 대부분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당신이 어떤 나라의 독재자라서 자신의 복제체를 원한다면 이미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을 복제한 배아를 만들고, 대리모를 통해 출산시키고, 두뇌가 있는 몸을 18세까지 키운 다음 필요하다면 복제체를 처분하고 자신의 머리를 이식할 수도 있다.”
그는 이어 “물론 누구도 실제로 그렇게 하라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매우 비윤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술은 이미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본은 이후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롱게임 펀드가 약 1년 반 전 R3에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투자했다고 확인했다.
신체 교체 과정이 윤리적이 되려면 복제체의 뇌가 의식이 없을 정도로 발달이 억제돼야 한다. 여기서 선천적 뇌 결함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희귀 질환인 수두증성 무대뇌증(hydranencephaly)을 앓는 아이들의 의료 스캔은 대뇌반구가 완전히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적절한 돌봄을 받으면 말을 하지 못하고 목적 있는 움직임을 하지 못하더라도 20대까지 살 수 있다.
따라서 기술적 질문은 이러한 상태를 복제체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가다. 미래학자 샌드버그는 R3 실험실을 방문하고 길먼과 이야기를 나누며, 유전자 공학을 통해 뇌 발달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이전 연구에서 독성 유전자를 추가하면 성장 중인 배아의 특정 세포 유형만 죽이고 나머지는 살릴 수 있, 신피질이 없는 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됐다.
샌드버그는 생명공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R3의 이론이 합리적으로 보였다고 말한다. 그는 “뇌 발달을 충분히 막아 ‘여기에는 거의 확실히 의식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실제로 고통이나 개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반적인 목표는 실제로 윤리적으로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식이 시작되고 끝나는 지점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현재 의학 기준으로, 수두증성 무대뇌증 환자의 장기를 취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뇌사 기준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뇌간이 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뇌간만으로도 기본적인 형태의 의식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있다. 이에 대해 100명 이상의 환자를 돌본 신경과학자 비욘 메르커(Bjorn Merker)는 “이 상태를 모방한 개체에서 장기를 취득하려는 계획은 비윤리적”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신체 교체 기술의 극단적 형태는 단순히 장기를 취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몸 전체를 통째로 가져가는 것이다. 두개골 및 뇌 이식 수술을 제안한 논란의 이탈리아 외과의 세르지오 카나베로(Sergio Canavero)는 몇 년 전 슐렌도른과 다른 연구자들이 조언을 구했다고 말한다. 그는 “그들은 두세 살짜리 아이를 대상으로 머리 이식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생체역학적 호환성도 전혀 맞지 않는다. 나는 최소한 14세는 되어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16세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외과의가 아닌 생물학자라는 것이 명확했다”고 말했다.
카나베로는 복제를 통한 몸 이식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는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복제체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비감각적(non-sentient)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인, 즉 타살이 된다”고 경고했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R3가 ‘장기 주머니’를 만들었다거나, 두뇌 없는 인간 복제를 한 증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전체 신체 교체’라는 가상 미래가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단순히 불멸을 꿈꾸는 환상일 가능성이 높다.
시벨리 교수는 장벽이 너무 많다고 믿는다. 인간 복제는 많은 나라에서 불법이고, 안전하지 않으며, 능력 있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뇌 없는 복제체를 출산시키는 방법은 현재 여성의 몸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없다. 그는 “비정상적인 배아를 임신할 여성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설명한다.
샌드버그도 “문제는 물론 엄청나게 역겹다는 점”이라고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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