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나도 걱정”…이란 분쟁 속 전기차 인기 뒤에 숨은 ‘경고음’
이란 분쟁으로 미국 휘발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높은 화석연료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필자는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고 주차 공간은 부족한 도시 지역에 살고 있어 자가용이 없다. 따라서 현재 휘발유 가격이 얼마인지 전혀 모르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이란 분쟁이 격화되면서 기름값이 급등하자 필자도 휘발유 가격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3월 25일 기준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약 3.8리터) 3.98달러(약 6,000원)로, 전쟁 이전 3달러 미만과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기름값 변동을 두고 특히 전기차 소유자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이 마치 ‘응원’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소셜미디어 게시글과 기고문에서는 거의 들뜬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그런 반응에 담긴 속뜻은 ‘그렇게 될 줄 알았다’에 가깝다.
물론 현재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확산될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가 없는 필자 같은 사람들도 사실 지속적인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걱정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기름값 급등은 사람들이 이동 수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곤 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미국인들은 크기가 더 작고 연비가 좋은 자동차로 대거 갈아탔다. 이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게 큰 기회가 되었는데, 일본 차량이 당시 미국 자동차보다 이런 조건에 더 잘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전기차에 이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한 온라인 자동차 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초기 공격 이후 전기차 검색량이 20% 증가했다. 테슬라 모델 Y 같은 인기 모델은 검색량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이러한 관심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외곽의 한 자동차 판매점은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워 직원들을 경매에 보내 추가로 전기차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필리핀 마닐라의 또 다른 판매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2주 만에 한 달치 주문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현재 시기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다. 곧 더 저렴한 중고 전기차가 대거 시장에 풀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3년 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해당 법에 포함된 리스용 전기차에 대한 혜택 덕분에 ‘리스 붐’이 시작됐는데, 올해 약 30만 건의 리스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며 이 차량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저렴한 중고 전기차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관심은 충분하다. 그렇다면 더 많은 운전자가 전기차로 ‘실제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사람들은 소수보다는 정수처럼 ‘깔끔하게 떨어지는 기준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에서는 이에 따라 ‘갤런당 4달러’를 하나의 기준으로 본다(현재 미국의 전국 평균이 거의 이 수준에 근접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블룸버그NEF의 데이터에 따르면 ‘갤런당 4달러’ 정도의 가격에서는 전기요금이 높더라도 전기차의 총소유비용이 내연기관차보다 확실히 낮아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의 설문조사에서 미국 소비자 대부분은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에 도달해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로 전환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하버드 대학교의 일레인 벅버그(Elaine Buckberg)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이번이 두 번째로 큰 화석연료 가격 변동 사건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2022년 여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였다.
필자는 기후, 에너지 분야 기자로서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전기차나 다른 선택지로 전환한다는 소식이 언제나 반갑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화석연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이 미친다는 사실이다. 연료 비용은 해외 물류 비용의 50~60%를 차지한다. 또한 오늘날 비료 생산에는 천연가스가 필요한데, 천연가스는 전쟁 이후 특히 유럽에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지난 한 달간 거의 두 배로 올랐다. 항공유 비용은 항공사 운영비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해당 비용 상승은 곧 항공 여행뿐 아니라 항공 운송되는 모든 물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이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면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 등 자금 조달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주택이나 자동차(전기차 포함)를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다.
지금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라면 불안정한 기름값 흐름을 보며 전기차 구매를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통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서 진정한 ‘탈탄소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차 없는 필자 역시 높은 휘발유 가격을 보며 걱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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