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를 위한 선택…냉동 보존에 몸과 뇌를 맡기는 사람들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미래 의학에 희망을 걸고 사후 냉동보존을 선택한다. 죽음과 노화를 피하려는 욕망과 철학적 고민이 교차하는 선택이다.
최근 필자는 고(故) 스티븐 콜스(L. Stephen Coles) 박사의 뇌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다소 특이한 연구에 대해 보도했다.
콜스 박사는 2014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노화 연구 전문가였다. 그는 학자 생활의 후반부를 인간의 장수 연구에 전념했다. 그리고 생전에 자신의 뇌를 냉동 보존 시설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그의 뇌는 애리조나주에 소재한 한 센터에서 얇은 서리층으로 덮인 채 영하 146°C에서 보관 중이다.
콜스 박사는 또한 오랜 친구인 그레그 파히(Greg Fahy) 박사에게 자신의 뇌 조직을 연구해 상태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저명한 냉동생물학자인 파히 박사는 콜스 박사의 뇌가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뇌가 그렇게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해서 콜스 박사를 되살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필자는 냉동 보존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 냉동 보존을 연구하는 사람들, 혹은 단순히 이를 원하는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만나본 모든 이들은 언젠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뇌를 냉동 보존하기로 하는 걸까?
최초로 냉동 보존된 사람은 1967년 신장암으로 사망한 은퇴한 심리학 교수 제임스 히람 베드포드(James Hiram Bedford)였다. 과학적·의학적 훈련이 없는 TV 수리공이 이끌던 캘리포니아 냉동보존협회(Cryonics Society of California) 관계자들은 유해한 얼음이 형성되는 걸 막기 위해 그의 몸에 냉동보호제를 주입하고, 그를 ‘급속 냉동’시켰다.
오늘날 베드포드 교수의 시신은 여전히 애리조나의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냉동 보존 시설 알코르(Alcor)에 보관되어 있다. 이곳은 사람의 전신이나 뇌만을 보존해 사실상 무기한 저장하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다. 콜스 박사의 뇌 역시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두 사람 모두 암으로 사망했다. 당시 의학으로는 그들을 치료할 수 없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어떨까? 냉동 보존의 전제 중 하나는 시간이 갈수록 의학이 계속 발전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1990년대 초 이후 미국에서 암 사망률은 크게 감소했다. 콜스 박사와 베드포드 교수가 정확히 어떤 이유로 냉동 보존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암이 치료 가능한 시대에 다시 깨어나기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그저 죽고 싶지 않은 바람에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작년 필자는 삶은 가치 있고 죽음은 ‘인류의 핵심 문제’라고 믿는 사람들의 모임인 ‘바이탈리스트 베이 서밋(Vitalist Bay Summit)’에 참석했다. 행사에서 냉동 보존 기업 투모로우.바이오(Tomorrow.Bio)의 에밀 켄지오라(Emil Kendziorra) CEO가 냉동 보존을 주제로 연설했는데,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 주제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들 중 다수는 과학이 노화를 사실상 ‘극복’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일부는 그때까지 자신의 몸을 보존해 두는 데 큰 관심을 보였다. 이는 죽음뿐 아니라 노화 자체를 피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켄지오라 CEO와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은 특정 집단을 넘어 더 널리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2021년 직거래 중개 서비스인 크레이그리스트를 통해 모집한 미국 내 인터넷 사용자 1,4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냉동 보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 낙관적인 경향을 보였다. 응답한 남성의 3분의 1 이상이 ‘영원히 살고 싶은 욕구’에 관심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냉동 보존은 여전히 틈새 분야다. 켄지오라 CE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사망 후 냉동 보존을 신청한 사람이 약 5,000~6,000명에 불과하고, 그의 회사는 매달 20~50명의 신규 가입자만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냉동 보존을 선택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켄지오라 CEO의 설문조사에 응답한 사람들 중 일부는 냉동 보존이 디스토피아적이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심지어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비용 문제도 크다. 알코르는 뇌 보관에 약 8만 달러(약 1.2억 원), 전신 보관에는 약 22만 달러(약 3.3억 원)를 청구한다. 투모로우.바이오의 비용은 이보다 조금 더 높다. 켄지오라 CEO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 비용을 생명보험으로 충당한다.
그래도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냉동 보존을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로서는 사람을 되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베드포드 교수의 몸과 콜스 박사의 뇌는 각각 50년과 10년 넘게 보관되어 있다.
필자가 인터뷰한 모든 과학자들은 이들을 다시 되살릴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고 믿는다.
그래도 그 가능성이 완전히 0이 아니라는 점은 일부 사람들에게 충분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닉 르웰린(Nick Llewellyn) 알코르의 연구개발 책임자 역시 그런 기대감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과학자로서 부활이 실제로 가능할 확률이 상당히 낮다고 인정하지만, 미래를 직접 보고 싶다는 이유로 자신의 뇌를 냉동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냉동생물학자로 일하고 있는 섀넌 테시어(Shannon Tessier)는 “설령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더라도 이를 선택하지 않겠다”며 “선택은 결국 생각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모두 사라지고 세상이 완전히 달라진 수백 년 뒤에 다시 살아나고 싶지 않다”면서 “이런 면에서 냉동 보존 결정 시 꼼꼼히 따져봐야 할 철학적·사회적·법적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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