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연구팀, 자궁을 몸 밖에서 살려냈다…임신 연구 새 국면

스페인 연구팀이 여성 자궁을 인체 밖에서 하루 동안 유지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하며 생식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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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를로스 시몬 재단 연구팀이 사람의 자궁을 몸 밖에서 하루 동안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장치는 ‘마더(Mother)’라고 불리며, 심장처럼 혈액을 순환시키고, 폐처럼 산소를 공급하고, 신장처럼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구팀의 최종 목표는 자궁을 약 28일(한 달경 주기) 동안 유지하면서 배아가 자궁에 붙는 ‘착상’ 과정을 직접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시험관 시술의 성공률을 높이고,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먼 미래에는 몸 밖에서 임신 전 과정을 진행하는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요?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 배아가 자궁에 제대로 붙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기술로 착상 과정을 직접 관찰하면 임신 성공률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자궁 관련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주요 용어 설명
정상 체온 관류 (Normothermic Perfusion)

몸에서 꺼낸 장기에 따뜻한 혈액이나 영양액을 계속 흘려보내 살아 있는 것처럼 유지하는 기술입니다. 마치 화분에서 뽑은 꽃을 영양분이 든 물에 꽂아두면 더 오래 싱싱하게 유지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현재 간, 신장, 심장 이식 등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착상 (Embryo Implantation)

수정된 배아가 자궁 안쪽 벽(자궁 내막)에 달라붙어 자리를 잡는 과정으로, 이것이 성공해야 임신이 시작됩니다. 씨앗이 흙에 뿌리를 내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시험관 시술에서 이 단계의 실패가 임신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배아 유사 구조체 (Embryo-like Structure)

실제 정자와 난자 대신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만든, 진짜 배아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세포 덩어리입니다. 윤리적 문제 때문에 실제 인간 배아를 실험에 쓸 수 없어서, 이것을 대신 사용해 착상 과정 등을 연구합니다.

자궁내막증 (Endometriosis)

원래 자궁 안쪽에만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바깥(난소, 복막 등)에서 자라는 질환입니다. 마치 잔디가 화단 밖으로 퍼져 나가 엉뚱한 곳에서 자라는 것처럼, 엉뚱한 곳에 생긴 조직이 심한 통증과 불임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기계 관류 (Machine Perfusion)

기계 장치를 이용해 적출된 장기에 혈액이나 특수 용액을 지속적으로 흘려보내는 기술입니다. 인체가 하는 혈액 순환을 기계가 대신 해주는 것으로, 장기를 단순히 냉장 보관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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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인체라고 생각해 보세요.” 생의학자인 하비에르 곤살레스(Javier González) 연구원이 말했다.

필자의 눈앞에는 바퀴가 달린 금속 장치가 놓여 있다. 약 1미터 높이로, 식당 주방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리대를 연상시키는 이 장치는 복잡하게 연결된 유연한 튜브들로 가득하다. 이 튜브들은 마치 인체의 정맥과 동맥처럼 기계의 핵심 부품인 투명 용기들을 연결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표면에 놓인 크림색 통이다. 10개월 전 카를로스 시몬 재단(Carlos Simon Foundation)의 동료들과 함께 장치를 개발한 곤살레스 연구원은 갓 기증받은 인간 자궁을 이 통 안에 넣어 배치했다. 연구팀은 자궁을 장치의 튜브에 연결하고 변형된 인간 혈액을 주입했다.

이 장치는 체외로 나온 자궁을 하루 동안 생동하는 상태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체 밖에서 자궁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한 기념비적인 첫걸음이다. 아직 정식 발표 전인 이 연구의 최종 목표는 자궁을 한 번의 월경 주기인 약 28일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 같은 질환을 연구하고, 배아가 자궁 내막에 착상하는 신비로운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이 발전한다면 태아의 전 임신 기간을 외부에서 유지하는 미래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이 장치의 공식 명칭은 ‘관류를 통한 자궁 보존(preservation of the uterus in perfusion)’의 약자 ‘PUPER’이다. 다만 연구팀 내부에서는 더 직관적인 이름을 쓴다. 재단 의학 부문 부대표 자비에르 산타마리아(Xavier Santamaria)는 “우리는 이 장치를 ‘마더(Mother)’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기계 속 ‘장기’

지난 3월 초 필자가 스페인 발렌시아에 있는 카를로스 시몬 재단을 찾았을 때, 곤살레스 연구원과 산타마리아 부대표는 이 장치의 작동 방식을 직접 시연했다. 당시 장치에는 실제 장기가 연결돼 있지는 않았다.

이들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착상’이다. 배아가 자궁 내막에 자리를 잡는 이 순간이 곧 임신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재단 설립자이자 책임자인 카를로스 시몬은 “이 과정이 시험관 시술에서 가장 큰 난관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험관 기술은 지난 수년간 크게 발전했지만 배아가 자궁에 제대로 착상하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실제 살아 있는 장기에서 이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면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비에르 곤살레스 연구원이 관류 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이전 버전 장치는 양의 자궁을 체외에서 하루 동안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 JESS HAMZELOU

연구팀은 이식을 위해 기증된 장기를 더 오래 보존하는 기술에서 착안을 얻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증된 장기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해 몸 밖에서 일정 시간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장치들이 전 세계적으로 잇따라 개발됐다.

이 기술의 핵심은 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다. 인체 장기는 적출된 뒤 수 시간 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식 수술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급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장기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공여자와 수혜자를 더 정교하게 매칭하고, 장기의 상태도 더욱 면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정상 체온 관류(normothermic perfusion)’ 또는 ‘기계 관류(machine perfusion)’로 불리며, 이미 간이나 신장, 심장 이식 등 일부 분야에서는 실제 임상에 활용되고 있다.

카를로스 시몬 재단 연구팀은 이 원리를 자궁에 적용했다. 장치 한쪽에 걸린 혈액 주머니에서 시작된 혈액은 플라스틱 튜브를 따라 펌프로 이동하는데, 이 펌프는 심장처럼 혈액을 순환시킨다. 이후 혈액은 산소 공급 장치를 통과하며 폐처럼 산소를 공급받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후 혈액은 체온에 맞게 데워지고, 포도당과 산소 농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거친다. 이어 ‘신장’ 역할을 하는 장치를 통과하며 노폐물이 제거된다. 이렇게 순환된 혈액은 마지막으로 자궁에 도달한다. 자궁은 자체적인 ‘동맥’과 ‘정맥’에 해당하는 튜브에 연결돼 있으며, 실제 인체와 비슷하게 기울어진 상태로 배치된다. 장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주변 환경도 습하게 유지된다.

‘마더’의 첫 자궁

연구팀은 약 4년 전 양의 자궁을 이용한 실험으로 첫발을 뗐다. 장치를 약 320킬로미터 떨어진 사라고사의 동물 연구 시설로 옮겨야 했고, 그곳에서 수의사들이 여섯 마리 양의 자궁을 적출해 장치에 연결했다. 동일 개체에서 채취한 혈액을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각 자궁을 하루 동안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장치는 발렌시아로 돌아와 개량을 거쳤고, 현재의 형태인 ‘마더’로 완성됐다. 연구팀은 자궁 적출 수술을 시행하는 지역 병원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인간 자궁을 확보했다.

가장 큰 과제는 시간이었다. 산타마리아 부대표는 “적출 후 최대 몇 시간 이내에 자궁을 장치에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혈관을 튜브에 정교하게 연결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특히 장기 관류에서 주요 난관으로 꼽히는 혈전 형성을 막는 것이 관건이었다. 자궁은 혈액은행에서 확보한 인간 혈액과 연결됐다.

결과는 제한적이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산타마리아 부대표는 “자궁을 하루 동안 살아 있는 상태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다만 터프츠대학교에서 장기 이식과 관류를 연구해 온 케런 레이딘(Keren Ladin) 생명윤리학자는 “개념 검증 단계로서는 매우 인상적인 성과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24시간이라는 시간은 짧아 보이지만, 장기가 인체 밖에서 유지되기에는 상당히 긴 시간이다.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의과대학교의 제럴드 브랜다커(Gerald Brandacher) 실험·이식외과 교수는 “이 정도라면 자궁 이식의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 이식은 임신을 원하지만 기능하는 자궁이 없는 일부 환자에게 제공되는 비교적 새로운 치료법이다.

그는 “현재는 장기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몇 시간에 불과하다”며 “이보다 개선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자궁 이식은 대부분 생체 기증자를 대상으로 계획적으로 진행돼 왔지만, 이런 기술이 발전하면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확보한 장기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팀은 당장 이식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지는 않다. 산타마리아 부대표는 “현재는 다른 연구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실에서의 임신 가능성

연구팀은 장기를 오래 유지하는 기술 자체보다 그 장치를 활용해 무엇을 밝혀낼 수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연구실 한쪽 벽에는 장치를 향해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마더’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며 밸브가 분리되는 등의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 산타마리아 부대표는 “한 번은 압력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혈액 주머니가 빠져 바닥에 1리터의 피가 쏟아진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설정한 목표는 자궁을 약 28일 동안 유지하는 것이다. 월경 주기 전체를 관찰하고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 같은 질환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다만 장기를 이 정도 기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브랜다커 교수는 “현재까지 간조차 7일 이상 유지한 사례는 거의 없다”며 “기계 관류 환경에서 30일 이상 장기가 생존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연구팀은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핵심 관심사는 임신 초기 배아가 자궁 내막에 착상하는 과정이다. 인체 밖에서 유지되는 자궁을 통해 이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검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인간 배아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곤살레스 연구원에 따르면 그 선을 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다. 대신 연구팀은 줄기세포로 만든 ‘배아 유사 구조체’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정자와 난자 없이 실험실에서 만들어지지만 실제 인간 배아와 매우 유사한 특성을 지닌다.

시몬 책임자는 더 먼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그는 ‘마더’와 같은 장치가 배아 단계부터 출산까지 전 과정을 외부에서 수행하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자궁이 없거나 임신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같은 전망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수 다. 그는 “인체 밖 자궁에서 실제 임신이 가능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적어도 그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는 하고 있다”며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무엇이든 시작해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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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3월 31일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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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4월 02일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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