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성 약물 임상시험이 드러낸 기대의 함정

환각성 약물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에 잠재력을 보이지만, 임상시험의 한계로 효과가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다. 연구자들은 정확한 평가와 현실적 기대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환각성 약물(psychedelic drug)’에 관해 살펴보려 한다. 환각성 약물은 한때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에 반대하는 반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주요 임상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았다. 환각버섯에 들어 있는 성분인 실로시빈 같은 물질은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중독, 심지어 비만 치료까지 다양한 건강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탐구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러한 환각성 약물에 대한 과학적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련 임상시험은 규모가 작았고 다양한 문제에 시달려 왔다. 또한 임상시험 결과의 상당수는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지난 3월 중순 발표된 두 건의 연구는 환각성 약물을 연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환각성 약물의 효과가 얼마나 과장되어 왔는지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환각성 약물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살펴보겠다.

이번에 발표된 두 연구는 실로시빈이 우울증 치료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두 연구 모두 환각성 약물 임상시험에서 가장 큰 난관인 ‘맹검(blinding, 임상시험 참가자가 어떤 처치를 받는지 모르게 하는 절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새로운 약의 효과를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작위 대조시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일부 참가자에게 실제 약을 투여하고 나머지 참가자에게는 위약(플라세보)을 제공한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서는 참가자들이 진짜 약을 받았는지 가짜 약을 받았는지 알지 못해야 한다.

그러나 환각성 약물의 경우 참가자가 모르게 위약을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약물의 환각 효과로 인해 실제 실로시빈을 복용했는지 단순한 위약을 먹었는지는 대부분 쉽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두 연구의 저자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독일 연구팀이 치료저항성 우울증(TRD) 환자 144명에게 심리치료와 함께 고용량이나 저용량의 실로시빈, 또는 ‘활성 위약(active placebo, 환각은 없지만 신체적 효과는 있는 물질)’을 투여했다. 이 임상시험은 참가자와 연구자 모두 누가 어떤 처치를 받았는지 알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실로시빈을 투여받은 참가자들은 일부 증상 개선을 보였다. 그러나 그 효과는 위약을 투여받은 그룹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으로 크지는 않았다. 또한 6주 후에는 실로시빈을 복용한 그룹에서 증상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지만, 연구진은 “두 결과 간의 차이가 일관되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번째 연구의 저자들은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발라즈 시게티(Balázs Szigeti) 연구원과 동료들은 환각성 약물과 기존 항우울제를 대상으로 하는 ‘공개 임상시험들(open label, 임상시험에서 참가자가 어떤 약을 받는지 아는 방식)’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24건의 공개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환각성 약물이 기존 항우울제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시게티 연구원은 “연구를 시작할 때는 맹검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환각성 약물이 기존 항우울제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는 임상시험들의 또 다른 문제도 드러냈다.

기존 항우울제 임상시험들에서는 위약 효과가 꽤 강하게 나타났다. 우울 증상은 보통 점수 척도로 측정되는데, 임상시험에서 항우울제는 대체로 약 10점 정도 증상을 낮췄다. 그러나 위약도 약 8점 정도 증상을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를 규제 기관이 평가할 때는 ‘항우울제가 위약 대비 약 2점 정도 증상을 더 낮춘다’는 것이 결론이 된다.

그러나 환각성 약물의 경우 활성 약물과 위약 간의 차이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데이비드 오언스(David Owens) 임상정신의학 명예교수는 “한 가지 이유는 환각성 약물을 복용한 사람들이 자신이 어떤 약을 받고 있는지 아는 상태에서 약물이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유는 진짜 약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효과 때문이다. 시게티 연구원은 “위약을 받았다는 사실은 꽤 쉽게 알아차릴 수 있고 그로 인해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노세보(nocebo, 부정적 기대가 실제로 부정적 결과를 유발하는 현상) 효과’를 플라세보 효과의 반대 개념으로 인식해 왔다. 즉, 상태가 나빠질 거라고 예상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위약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실망감은 이와는 약간 다르다. 시게티 연구원은 이를 ‘노세보(knowcebo) 효과’라고 부른다. 그는 “자신이 위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기대가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역효과”라고 설명했다.

이 현상은 환각성 약물에 관한 임상시험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 시게티 연구원은 “기존 항우울제 시험에서는 위약이 증상을 약 8점 개선시키지만, 환각성 약물 시험에서는 플라세보 효과가 약 4점에 그친다”고 말했다.

만약 기존 항우울제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환각성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약 10점 정도 증상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환각성 약물은 위약 대비 약 6점이나 더 효과적인 것처럼 보이게 된다. 시게티 연구원은 이를 두고 “큰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과거의 소규모 임상시험들은 어째서 그렇게 큰 주목을 받았을까? 많은 연구가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됐고 과장된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결론이 불확실한 연구들조차도 말이다. 필자는 종종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그 연구들이 다른 약물을 대상으로 했다면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시게티 연구원도 필자의 생각에 동의하며 “다른 약물이었다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언스 교수는 “환각성 약물에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정신건강 분야 종사자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절실히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등장한 이후 약 40년간 정신의학 분야에는 큰 혁신이 없었다. 그는 “정신의학은 오래된 이론에 갇혀 있다”며 “기존 약물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게티 연구원은 “또 다른 이유는 환각성 약물 자체가 본질적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면서 “환각성 약물은 문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주제”라고 덧붙였다.

필자는 환각성 약물의 효과가 과장됐다고 우려하곤 했다. 그러한 과도한 기대로 인해 사람들이 환각성 약물을 정신질환의 만능 치료제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취약한 사람들이 자가 실험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시게티 연구원은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플라세보 효과의 강력함을 고려하면 과도한 기대가 반드시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플라세보 반응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된다”며 “환자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할수록 실제로 더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과도한 기대를 줄이면 오히려 약물 효과가 감소할 수도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의학의 목표는 환자를 돕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정신건강 환자들은 기대감이나 플라세보 효과 때문이든 실제 활성 약물의 효과 때문이든 자신이 좋아진다면 그 이유를 크게 따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각성 약물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우리는 환각성 약물이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환각성 약물은 일부 우울증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환각성 약물 임상시험의 한계를 인식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언스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환각성 약물에 관한 연구는 반드시 제대로 수행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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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3월 25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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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3월 25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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