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유리 크림에서 착안”…MIT 연구진, 저비용·저탄소 리튬 추출 기술 개발

MIT 연구진이 약한 산을 활용한 저비용·저탄소 리튬 추출 기술을 개발한 뒤 스타트업을 설립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을 더 저렴하고 친환경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5월 29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으며, 연구진은 관련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스타트업 록 제로(Rock Zero)를 설립하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예트밍 치앙(Yet-Ming Chiang) MIT 교수는 “이 기술을 대규모로 적용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리튬 조달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앙은 기후기술 기업인 폼 에너지(Form Energy)와 애디스 에너지(Addis Energy) 등을 설립한 연쇄 창업가이기도 하다.

현재 리튬을 가장 경제적으로 확보하는 방법은 염수(brine)에서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수천 년에 걸쳐 암석에서 녹아 나온 리튬이 축적된 고염도 지하수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적용 가능한 지역이 제한적이며 대규모 증발지를 조성하기 위해 막대한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다. 반면 더 널리 사용되는 경암(hard-rock) 채굴 방식은 대규모 광석층을 폭파한 뒤 고온에서 가공하고 위험한 화학물질로 처리해야 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공정은 반응성이 낮은 규산염 광물을 약한 산으로 용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리튬뿐 아니라 알루미나와 실리카 등 산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다른 물질도 함께 회수할 수 있다.

이번 연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의 출발점은 치앙이 공동 설립한 또 다른 기업인 서브라임 시스템즈(Sublime Systems)였다. 이 회사는 전기화학 공정을 활용해 시멘트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진은 시멘트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반응성이 높은 실리카를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물질의 반응성을 높이는 한 가지 방법은 반응성이 낮은 물질을 먼저 녹인 뒤 다시 고체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른 물질과 더 쉽게 결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다. 규산염 광물을 녹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극도로 위험한 화학물질인 불산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불소계 화합물도 활용 가능 하지만 일부는 반응 과정에서 부산물로 불산을 생성한다.

치앙은 약 25년 전 진행했던 자택 욕실 리모델링 공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치앙은 “매사추세츠주 프레이밍햄에서 샤워실을 리모델링하면서 때 유리가 실리카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당시 사용했던 유리 에칭 크림이 떠올랐고, 문득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떠올린 유리 에칭 크림은 공예용품점이나 주택 개보수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약산인 플루오린화암모늄(ammonium fluoride)을 사용한다. MIT 연구진은 적절한 조건에서는 이 물질이 반응 과정에서 불산을 생성하지 않으면서도 규산염 광물을 효과적으로 용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화학 공정은 다양한 규산염 광물에 적용될 수 있다. 규산염 광물은 지구상에 매우 풍부하다. 하지만 연구진이 가장 먼저 주목한 대상은 리튬 생산을 위해 주로 채굴되는 광물인 스포듀민(spodumene)이었다. 

치앙은 “회사 고문이자 전 ARPA-E 관계자인 더그 윅스(Doug Wicks)의 제안이 연구진의 관심을 스포듀민으로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스포듀민, 실리카, 알루미나, 리튬염 시료 ROCK ZERO

현재 스포듀민 광석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는 이를 가마에서 초고온으로 가열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광물의 상(phase)이 변하면서 부피가 팽창하고, 내부에 있는 리튬을 더욱 쉽게 추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번 기술은 이러한 고온 공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연구 공동 저자인 캠든 헌트(Camden Hunt) 록 제로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초고온 가열 과정이 필요 없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트는 “이 방식은 기존 공정으로는 활용하기 어려웠던 일부 광석의 사용 가능성도 열어준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철 함량이 지나치게 높은 광석은 원하는 상변화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녹아내려 유리 같은 물질로 변해버린다.

새로운 공정은 단순한 교반식 플라스틱 탱크에서 진행되며 공정 온도도 약 95도 수준에 불과하다. 플루오린화암모늄이 규산염 광물을 용해시키는 방식이다. 초기 실험에서는 스포듀민 광석에 포함된 리튬의 거의 전량을 단 며칠 만에 추출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벤저민 모브레이(Benjamin Mowbray) 록 제로 공동 설립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후 연구를 통해 이 시간을 12시간 이하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이 공정을 거쳐 얻어지는 산물은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는 탄산리튬과 알루미늄 생산에 활용되는 알루미나, 그리고 콘크리트 첨가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멘트용 실리카이다. 또한 공정에 사용된 산은 회수해 반복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치앙은 이 방식을 “코부터 꼬리까지 활용하는 채굴(nose-to-tail mining)”이라고 표현했다. 도축한 동물의 모든 부위를 남김없이 활용하듯 광석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현재 이 공정을 대규모로 확대하고 효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연구실의 실험 설비는 한 번에 약 3kg의 스포듀민 정광을 처리할 수 있다.

연구진은 상업화 단계에서의 비용도 추산했다. 플루오린화암모늄을 높은 수준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리튬 1톤당 6,000달러(약 905만 원) 이하의 비용으로 추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구진은 재활용 외에도 저렴하게 플루오린화암모늄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용 공급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공정의 전체 비용은 현재 경암 광석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존 방식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염수 추출 방식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미 파일럿 플랜트 설계를 마치고 건설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2026년 말까지 공사를 완료하고 2027년부터 시설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광산업계의 잠재적 파트너들과 협의도 진행 중이다.

다만 새로운 리튬 추출 기업들이 넘어야 할 과제도 있다. 리튬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은 2022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4년 말까지 급락했으며, 2026년 초부터는 다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네바다대학교 리노 캠퍼스의 사이먼 조윗(Simon Jowitt) 탐사 지질학 교수는 “가격 상승이 록 제로와 같은 신규 업체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다수의 신규 프로젝트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공급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윗은 “업계는 리튬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지켜보고 있다”며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데다가 규모가 큰 기존 업체들도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산업의 성장으로 리튬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시장 규모 자체는 여전히 비교적 작다”며 “그만큼 가격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윗은 또 “록 제로의 기술과 같은 신규 리튬 추출 공정은 기존 대형 업체들이 사용하는 생산 방식과 경쟁해야 하고, 리튬을 사용하지 않는 나트륨이온 배터리와 같은 대체 기술이 확산될 경우 시장 환경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며 “록 제로가 제시한 일부 경제성 전망 역시 다소 낙관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록 제로는 이번 기술을 리튬 생산에만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다른 광물 자원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모브레이는 “지구 지각은 대부분 규산염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이번 기술의 활용 가능성은 리튬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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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6월 01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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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6월 01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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