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없는데 내전·가짜뉴스까지…콩고서 에볼라 재앙적 확산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백신이 없는 분디부교형 에볼라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의료시설 공격과 허위 정보, 국제 원조 삭감으로 인해 바이러스 대응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5월 5일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주에서 의료 종사자 4명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나흘 만에 숨졌다.
긴급 대응팀이 현장 조사에 투입됐고, 수도인 킨샤사에 위치한 연구센터에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사망 원인이 밝혀졌다. 원인은 에볼라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인 분디부교(Bundibugyo) 바이러스였다. 이후 몇 주 사이 의심 사례는 빠르게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24일 기준 분디부교형 에볼라바이러스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223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의심 사례는 900건을 넘었다. 현재 수치는 이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몇 주 전 필자는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에 관해 보도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3명이 숨졌지만 확산은 통제됐다. 추가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고 승객들도 안전하게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현재 에볼라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분명한 이유는 질병 자체의 위험성이다. 에볼라는 평균 치명률이 50%에 이르는 중증 감염병이다. 과거 유행 때는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타바이러스도 치명률이 높지만 일반적으로 에볼라만큼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지는 않는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유행으로 1만 1,000여 명이 사망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비교적 최근의 유행에서도 백신 접종 캠페인으로 통제되기 전까지 2,299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당시 유행은 이번 바이러스와 유전 서열이 다른 자이르형 에볼라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분디부교형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없다. 자이르형 바이러스용으로 승인된 두 백신이 분디부교형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오히려 이 백신들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인체 면역 반응을 방해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과학자들은 분디부교형 바이러스용 백신 후보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앞선 연구도 임상시험에 들어가기까지는 아직 몇 달이 더 걸릴 전망이다. 분디부교형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특정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없다.
따라서 발병을 통제하려면 의료진이 질병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에볼라바이러스는 과일박쥐, 침팬지, 고릴라 같은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이후에는 혈액이나 구토물 같은 체액 접촉을 통해 사람 간에 전파된다.
이 때문에 에볼라바이러스는 가족 간 접촉, 의료 현장, 일부 장례 절차에서 자주 확산된다. 따라서 질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WHO는 감염자를 치료센터에 격리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사망자와의 신체 접촉을 제한하는 안전한 장례 절차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는 에볼라바이러스와 전파 방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의료진은 현장에서 감염 사례를 진단하고 접촉자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응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지역 주민 일부는 에볼라가 실제로 존재하는 병인지조차 의심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몇 주 동안 이 지역에서는 의료시설을 겨냥한 공격이 세 차례 발생했다.
최근 치료센터 두 곳이 불에 탔다. 첫 번째 사건은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감염 위험이 있는 시신을 데려가려다 제지당한 뒤 발생했다. 두 번째 사건 발생 후에는 의심 환자 18명이 지역사회로 돌아갔다.
며칠 뒤에는 남성 여러 명이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던 몽브왈루 종합병원(Mongbwalu General Hospital)에서 총격을 가했다. 이들은 사망한 친척들의 시신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한 우려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에볼라 발병은 유동 인구가 많은 광산 중심지 몽브왈루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몽브왈루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인근 지역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몽브왈루가 위치한 이투리주는 남수단과 우간다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금까지 우간다는 확진 사례 7건과 사망자 1명을 보고했다. 남수단 보건부는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남수단에서 보고된 사례는 없다.
지역 내 폭력 사태도 질병 확산 억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민간인을 겨냥한 치명적 공격을 포함해 여러 무장단체가 얽힌 분쟁으로 인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인도주의 활동과 의료 대응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열악한 기반시설과 도로 훼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식량 불안까지 겹쳤다. 올해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거의 1,000만 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직면해 있다.
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은 5월 마지막 주 발표한 성명에서 위에서 언급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에볼라 환자를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원조 프로그램 축소도 에볼라 대응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국제 보건 프로젝트에 대한 미국 정부 지원은 급격히 감소했다. 인도주의 비영리단체인 국제구조위원회(International Rescue Committee)는 이러한 삭감으로 질병 감시 체계가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국제구조위원회의 헤더 리오크 커(Heather Reoch Kerr) 콩고민주공화국 담당 책임자는 성명에서 “자금 삭감으로 콩고민주공화국은 위험할 정도로 취약한 상태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서 “수년간의 투자 부족과 최근의 자금 삭감으로 많은 의료시설은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응하는 데 필요한 보호 장비, 감시 역량, 최전선 지원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번 발병 대응을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했으며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행정부의 특정 조치로 인해 에볼라 대응이 어려워진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고 반박한다.
WHO는 5월 17일 이번 에볼라 발병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선포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10일 뒤 성명에서 “이투리주의 에볼라 확산 속도가 대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이번 상황을 “질병과 분쟁이 충돌한 재앙적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같은 날 현장 방문을 앞두고 온라인으로 주민들에게 보낸 호소문에서 휴전을 촉구하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체 정신뿐 아니라 주민들이 처한 어려움도 언급했다. 그는 프랑스어로 “말라리아, 굶주림, 치안 불안,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매일의 싸움까지, 주민들은 이미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이제는 에볼라까지 닥쳤다”며 “이는 부당한 일이고, 나는 이 상황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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