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다시 보는 ‘AI 일자리 공포’

AI가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두고 실제 수치는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답은 예상과 다를 수 있다.

AI 때문에 사무직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최근 코인베이스(Coinbase), 메타(Meta), 시스코(Cisco) 같은 테크 업계의 정리해고 물결은 머지않아 모든 지식 노동자에게 닥칠 일의 예고편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금융 분석가, 혹은 기술 분야 기자로 일하다 사표를 던지고 배관공으로 전직을 고려하기 전에, 잠시 짚어볼 게 있다. 인공지능이 정말로 사무직 일자리를 잠식하기 시작했는가? 지금까지의 경제학 연구는 무엇이라 말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그렇지 않다.

AI가 곧 일자리 대재앙을 불러와 사무직 대부분을 없앨 것이라는 경고, ‘영구적 하층계급’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들린다. 그러나 AI가 미국 노동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미국 노동통계국(BLS)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AI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군의 실업률이 오히려 AI 노출도가 낮은 직군보다 더 낮다. 경제학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AI에게 위협받는 일자리에서 육체노동처럼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일자리로 사람들이 대거 옮겨간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노동 통계가 향후 몇 년 안에 갑작스러운 변화에 휩싸일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일자리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주장, 그리고 이런 종말이 다가오는 속도에 대한 가정에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AI 업계에서는 모두가 “이 기술이 곧 일자리를 모두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 예측하는 듯하다. 또 누구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 한두 명쯤은 알고 있다. 그래서 흔히 이런 말이 나온다. “통계에는 아직 큰 변화가 안 보일지 몰라도, 두고 보라”

그러나 우리는 데이터가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현실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지 모른다. 현재 통계 숫자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비교적 안정된 노동시장이다. AI로 인한 격변은 아직 추측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파괴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 파괴가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우리에게는 대비할 시간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노동경제학자인 에리카 매켄타퍼(Erika McEntarfer)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증거는 AI가 현재 노동시장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매켄타퍼는 2025년 가을까지 BLS를 이끌었다. 행정부의 뜻에 맞지 않는 고용 지표가 나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해임했다. 물론 그녀의 해임 이후로도 BLS의 고용 증가 보고서 속의 지표는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현재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SIEPR) 연구위원으로 있는 매켄타퍼는 AI가 현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이 의외로 작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지만, 사실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역사가 가르쳐주는 바는, 혁신이 산업과 직업의 변화로 스며드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AI가 노동시장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기업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켄타퍼는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인용했다. 어떤 업무에든 AI를 사용하는 기업은 5곳 중 1곳에 불과하다며 “이 데이터는 ‘AI가 어마어마한 파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공포에 대한 훌륭한 현실 점검이다. 파괴적일 수는 있다. 아마 파괴적이긴 할 것이다. 다만 데이터가 지금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 파괴가 아직 오지 않았고 우리에게 대비할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다 — 문제는 그 이유다

물론 미국 일자리 상황은 많은 이에게, 특히 사회에 막 진입하려는 젊은 세대에게 가혹하다. 최근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약 5.6%로, 전체 노동자 평균을 크게 웃돈다. 팬데믹 시기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외에는 보기 어려웠던 수치다. 코로나 이후 채용률이 유난히 부진했다는 점은 더 우려스럽다. 이는 노동시장에 막 진입하려는 청년들에게 특히 큰 타격을 줬다. 갓 졸업한 대학생이 기술 분야의 일자리를 찾으려 할 때, 어디서도 사람을 뽑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비롯해 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직군에서, 22~25세 구직자가 겪는 고통에 AI가 일조하고 있다는 정황은 있다. 그러나 이런 직군은 전체 노동시장에서 일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일자리 부진의 책임을 AI에 얼마나 물을 수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AI 노출 직군에서 신입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다른 직군에도 곧 닥칠 전조인지, 아니면 거시경제 여러 요인이 만들어낸 개별적인 증상일 뿐인지도 아직 알 수 없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저해고-저채용(low-fire, low-hire)’ 노동시장이라고 부른다. 해고도 적지만 신규 채용도 적은 시장이라는 뜻이다.

이 불확실성에 대한 단서들은 AI 경제로 이행하는 시기에 우리의 직업적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과감한 예측이 넘쳐나고 있다. 누군가는 노동의 종말을 예고한다. 다른 누군가는 지난 역사의 교훈을 되짚어 보면 결국 기술 진보가 더 많고 더 나은 일자리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AI가 무엇을 가져올지, 이번에는 정말 다를지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 답을 찾으려면 더 좋은, 그리고 훨씬 더 포괄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미 연방정부가 BLS를 위해 매달 6만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사 통계는 노동시장 변화의 큰 그림을 보여준다. 학계와 일부 AI 기업도 영향을 받는 개별 직업을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의 데이터 수집 도구로는 거대하고 다양한 미국 노동시장에서 AI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들이 계속 새롭게 등장한다. 직장에서 AI는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 AI 사용이 늘면 노동자를 대체하게 되는가, 아니면 노동자를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가? 어떤 직군과 기술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가? 누가 가장 위태로운가?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 데이비드 데밍(David Deming)은 “우리는 사실상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더듬어 가고 있는 셈이다”라고 표현했다.

이 질문들에 답을 얻기 위해 데밍과 동료들은 2024년부터 분기마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매우 기본적인 설문을 진행해왔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가? 얼마나 자주 쓰는가? 그것이 업무 시간을 줄여주는가? 답변을 시계열로 추적하면 경제학자들에게 중요한 단서가 쌓인다.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약 40% 남짓의 노동자가 사용하고 있지만 산업별 편차가 크다. 생산성 향상도 어느 정도 확인됐다. 다만 경제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 PC나 인터넷 같은 과거 기술과 비교했을 때 AI가 업무에 도입되는 속도가 어떤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확실히 이전 기술들보다 빠르긴 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범위에 있다.

AI가 일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완전히 보여주는 그림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예컨대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부문에서도 상당수 노동자가 AI를 써본 적이 있다. 데밍의 결과를 보면, 기업이 공식적으로 AI를 도입하는 속도는 느릴지언정 직원 다수는 이미 AI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초기 사용자들과 그 사용 방식을 파악하는 작업을 두고 데밍은 “노동시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수정구슬”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 AI가 어떻게 쓰일지, 누가 영향을 받고 누가 피해를 입을지,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준다. 앞으로 닥쳐올 일을 미리 진단하는 도구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것이 개별 직업의 운명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가장 취약한 건 젊은 세대다

AI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할 때는 보통 각 직업이 이 기술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서 출발한다. 모든 직업은 여러 과업(task), 즉 세부 업무의 묶음이라고 보는 데서 출발하는 접근이다. 예컨대 최신 대형언어모델(LLM)이 어떤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 그 직업 전체의 노출도를 측정한다.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이런 연구를 쏟아내며 수백 개 직업의 순위를 정밀하게 매겼다. 생성형 AI의 능력이 폭발적으로 발전할 때마다 결과를 부지런히 갱신했다.

이 결과들은 종종 공포를 자극했다. 다양한 직업이 AI에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출도 자체가 어떤 일자리가 AI에 의해 사라질지를 정확히 예측해주는 지표는 아니다. 실제 결과는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 AI가 어떤 종류의 과업을 수행하느냐, 얼마나 빠르게 도입되느냐, 기업이 노동자의 가치를 어떻게 계산하느냐, 심지어 AI 배치 비용은 얼마인가까지 고려해야 한다. 다만 노출도 분석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Stanford Digital Economy Lab) 연구자들은 〈탄광 속 카나리아? 인공지능의 최근 고용 효과에 관한 여섯 가지 사실(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에서 950개 직업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논문에서는 직업을 노출도가 가장 낮은 직군부터 가장 높은 직군까지 다섯 단계로 분류했다. 그리고 글로벌 대형 급여 처리 업체인 ADP의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각 단계에서 고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폈다. ADP의 데이터는 BLS가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 인구통계학적 변수에 따른 영향을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연구를 이끈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연구소장은 연령대별로 살펴봤을 때 결과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챗GPT가 처음 일반에 공개된 2022년 말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고객 응대처럼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군에서 22~25세 인력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연구자들은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일자리의 감소는 챗GPT 출시 한참 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이 AI 기술 도입에 그렇게 빠르게 반응할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스탠퍼드 연구진은 AI 외의 다른 요인들이 초기 감소세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요인들을 통제한 상황에서도 2024년 이후 AI의 유의미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영향은 2025년에 들어 더욱 커졌다. AI 노출 직군의 신입 일자리는 16% 감소했다. 반면 같은 직군에서 더 나이가 많은 노동자의 인력은 오히려 늘었다. 노출도가 낮은 직군에서는 일자리 자체가 증가했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더 파고들어 또 하나의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다.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는 없는 사실이었다. 인력 감소의 정도는 AI가 어떻게 쓰이느냐에 달려 있었다. 구체적으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AI가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자동화형 직군에서 고용이 줄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AI가 인간의 일을 보조하는 용도로 주로 쓰이는 직군에서는 신입 일자리가 평균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

이는 청년 구직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한 가지 설명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스탠퍼드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신입급 일자리는 사람이 교육을 통해 습득하는 종류의 지식, 그러나 AI가 손쉽게 흉내 낼 수 있는 종류의 지식에 더 많이 의존한다. 저자들은 이를 ‘명시적 지식(codified knowledge)’이라 부른다. 신입급 코딩 같은 과업이 자동화하기 특히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경력 노동자는 경험에서 우러난 이른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을 더 많이 갖고 있다. 이런 종류의 지혜는 AI가 대체하기 훨씬 어렵다.

이 논문의 공저자(브린욜프슨, 천루위(Ruyu Chen)와 함께)인 스탠퍼드 경제학자 바라트 찬다르(Bharat Chandar)는 AI가 청년 노동자에게 미친 영향이 확인됐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미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감소가 더 나이 든 노동자, 그리고 AI 노출도가 낮은 직군까지 번질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기업과 노동자가 변화하는 노동 수요에 적응하면서 영향이 잦아들거나 심지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화의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는 곧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AI가 경제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갱신해 공개한다.

스탠퍼드 연구진의 연구를 비롯한 여러 연구가 특히 주목한 직업은 코딩이다. 바로 AI가 빠르게 역량을 키우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경제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도 그리 놀랍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코딩 직군의 연간 고용 증가율은 챗GPT 등장 이후 약 3%포인트 둔화됐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 가지를 짚어야 한다. 코더의 전체 고용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2022년 이전보다 증가 속도가 느려졌을 뿐이다.

요컨대 코딩 일자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적어도 당장은 그렇다. 다만 AI에 의해 명백히 변형되고 있는 직업인 것은 분명하다.

최근 연구가 발견한 다소 의외의 단서가 하나 있다. 챗GPT 등장 이후 AI 노출도가 높은 부문의 임금이 비교적 빠르게 올랐다는 점이다. 한 가지 해석은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지식과 경험에는 고용주들이 여전히 기꺼이 돈을 쓴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AI 노출 직군의 노동 자체가 끝난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전형적인 경력 모델이 끝나간다는 의미에 가깝다. 신입 졸업생을 자동화 가능한 소프트웨어 과업에 채용하고, 천천히 훈련시켜 가치 있는 암묵적 경험을 쌓게 하는 모델이다. 일을 하면서 동시에 배우는 모델이 적어도 일부 직군에서는 마침내 무너지고 있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코딩 능력은 더 이상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전국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줄어드는 현상도 이로써 설명될 수 있다. 컴퓨터공학을 외면하는 학생들은 어쩌면 이 시대의 ‘카나리아’일지 모른다. 자신의 기술이 AI로 대체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구직에 나서야 하는 위험을 감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데이터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학생들이 AI 관련 진로 자체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여러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흐름을 보며, 자신의 기술을 그에 맞게 조정하고 있다. 데이터 과학이나 사이버보안처럼 AI 인접 분야에 대한 관심은 늘고 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전공 중 하나는 AI 그 자체로, 최근 많은 대학에 신설된 전공이다.

이번에는 정말 다를까?

AI가 노동자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불안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필자는 2013년 〈기술은 어떻게 일자리를 파괴하는가(How Technology Is Destroying Jobs)〉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AI를 포함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사무직 일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필자 혼자 그런 글을 쓴 것도 아니다. 노동시장이 부진하고 일자리가 귀했던 그 시기, 이런 주제는 한참 유행을 타고 있었다.

2016년 말 임기 막바지를 보내던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과학 분야 최고 자문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AI가 노동자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였다. 보고서의 결론 중에는 자율주행 차량, 특히 자율주행 트럭이 미국 내 기존 일자리 220만~310만 개를 없앨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같은 시기 AI의 선구자 가운데 한 명인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은 “이제 영상의학과 전공의 양성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 직업이 곧 AI로 대체될 것이 “너무도 명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물론 그 어떤 예측도 현실이 되지 않았다. 이른바 ‘기술적 실업’은 그 이전 여러 차례의 기술 공포 시기에도 벌어지지 않았다. 예측들은 종종 기술 진보의 속도를 잘못 짚었다. 우리는 아직도 고속도로를 누비는 자율주행 트럭 행렬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리고 많은 직업이 얼마나 복잡한 과업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AI는 분명 영상의학 이미지 판독에 쓰이는 도구가 됐다. 그러나 영상의학과 의사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사람 영상의학과 의사는 결과 해석과 환자 응대 등 AI가 아직 해낼 수 없는 가치 있는 과업들을 다양하게 수행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경제사의 교훈을 잠시 옆에 두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분명 AI는 인간과 비슷한 과업을 수행할 상상하기 어려운 능력을 얻었다. 어쩌면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방식으로 일자리를 잠식해버릴지도 모른다. 그것이 노동 통계 속에 묻혀 있는 어떤 경고 신호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AI 일자리 공포에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이 있다. 우리가 정작 집중해야 할 곳은 디스토피아적 공포가 아니다. 수백만 명에게 실제로 영향을 미칠 업무 환경의 매우 구체적인 전환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이자 바이든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보를 지낸 제드 콜코(Jed Kolko)는 “대규모 실업이 일어나지 않거나 실업률이 늘지 않는다고 해도, 전환 자체가 매우 힘들 수 있다”며 “어려운 전환기란 어떤 의미인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일자리가 재정의되면서 임금이 낮아지거나 의미가 떨어지는 형태로 바뀐다는 의미다. 그리고 일자리가 위협받는 사람 중 일부는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환을 더 잘 이해할수록 우리는 그에 더 잘 대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좋은, 더 완전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BLS 전 국장이었던 매켄타퍼에게 진짜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변화가 통상적인 기술 진보의 속도로 일어난다면, 노동시장은 적응할 시간을 가질 것이다. 만약 급격하고 심각한 격변이 닥친다면, 그것은 정책 입안자들에게 커다란 과제가 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환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 것인가?” 그는 “그것은 데이터를 지켜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년 전, 미국은 이른바 ‘차이나 쇼크(China shock)’에 무방비로 당했다. 자유무역 정책이 수입품 유입을 불러왔고, 미국 곳곳의 제조업 일자리가 무너졌다. 경제학자들이 대체로 환영했던 그 무역 정책이 어떻게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있었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를 연구자들이 이해하기까지 여러 해가 걸렸다. 오늘 AI가 가져올 경제적 격변의 위협은 그 규모가 훨씬 더 크다. 훨씬 더 많은 노동자 집단에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또 한 번의 파괴적 노동 전환을 막으려면 시의적절한 정부 및 기업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자의 재교육과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그렇다. 매켄타퍼와 다른 노동경제학자들이 옳다면, 우리에게는 신중하고 효과적인 전환 관리 전략을 설계할 시간이 아마도 남아 있다. 다만 그러려면 먼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빨리 일어나고 있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AI의 미래에 대해 스탠퍼드의 브린욜프슨보다 더 낙관적인 경제학자를 찾기는 어렵다. 그는 우리가 경제를 변모시킬 거대한 도약 직전에 있다고 믿는다. 그는 “어쩌면 내 생애 최고의 생산성 증가가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브린욜프슨은 이렇게도 경고한다. 데이터가 부족한 탓에 우리가 앞으로 닥칠 경제·사회적 영향을 거의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 AI 기술을 확산시키는 데는 수천억 달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그 전환을 이해하는 데에는 그 금액의 1%조차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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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5월 31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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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5월 31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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