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숏폼 드라마 시장은 어떻게 ‘AI 콘텐츠 공장’이 되었나
최근 중국에서는 화제를 모으는 숏드라마들이 전적으로 AI를 통해 제작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매일 수백 편, 한 달이면 수만 편에 달하는 새로운 작품이 쏟아져 나오며 콘텐츠 시장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어둑한 침실 안. 키가 크고 근육질인 남자가 겁에 질린 젊은 여성을 침대 위로 거칠게 내던진다. 그가 그녀의 손을 움켜잡자 불꽃 형상의 덩굴이 그녀의 몸을 타고 올라와 피부 속으로 스며든다. 그녀는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이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녀의 가슴 위에는 용 문신이 선명하게 새겨진다.
남자가 말한다. “두 달의 시간을 주겠다. 후계자를 낳아라. 그렇지 않으면 널 먹어치우겠다.”
이 장면은 드라마웨이브(DramaWave)나 릴쇼트(ReelShort) 같은 앱에 올라오는 수백 편의 숏드라마 중 하나인 〈용왕의 아이를 임신하다(Carrying the Dragon King’s Baby)〉에 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뭔가 어색한 점이 있다. 조명은 화려하고 영화 같지만 영화와 비디오 게임 중간 영상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기묘한 시각적 질감을 느끼게 한다.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배우, 카메라맨, 촬영 감독, CGI 전문가 없이 오직 AI만으로 제작되는 새로운 트렌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숏드라마 산업은 2018년 출범 이후 급성장했다. 이 초단편적이고 멜로드라마적이면서 선정적이기도 한 드라마들은 스마트폰 시청을 위해 제작됐다. 에피소드 길이는 대개 1~2분에 불과해 시청자들은 30분에서 1시간 만에 시리즈 전체를 다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끝없이 스크롤하며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으며, 감정적인 대립과 멜로드라마적인 반전으로 가득 차 있다. 시청자들을 유인해 구독을 유도하기 위해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이야기의 결정적 순간에서 일부러 끊어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광고를 대량으로 내보내는 앱들이 이러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24년 중국의 숏드라마 시장은 약 69억 달러(약 10.3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중국의 연간 박스오피스 매출을 넘어섰다.
중국 숏드라마 제작사들은 2022년부터 기존 히트작을 현지어로 번역하고 현지 배우들이 출연하는 시리즈를 제작하며 해외 시장으로 공격적으로 진출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숏드라마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억 건에 육박했다. 리서치 업체 데이터아이(DataEye)에 따르면 중국 이외의 시장 중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업계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저예산에 알고리즘 최적화된 엔터테인먼트의 대가인 중국 숏드라마 제작사들은 생성형 AI를 도입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데이터아이에 따르면 지난 1월 하루 평균 470편의 AI 생성 숏드라마가 공개됐다. 쿤룬 테크(Kunlun Tech)와 같은 숏드라마 제작사들은 AI 제작을 확대하고, 제작진을 축소하며, 인력 공급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일부 제작사에게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에서 제작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무한한 이야기, 무한한 클리셰
숏드라마는 저예산 제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AI 덕분에 숏드라마의 제작 비용이 더 획기적으로 절감됐고, 제작 일정도 대폭 단축됐다. 기획, 대본 작성, 캐스팅, 촬영, 편집에 예전에는 3~4개월이 걸렸다. 숏드라마 플랫폼 플렉스TV(FlexTV)의 탕탕(Tang Tang) 부사장은 “AI를 활용하면 이 과정을 이제 한 달도 채 걸리지 않게 할 수 있다”면서 “북미에서 숏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예전에는 약 20만 달러(약 3억 원)가 들었지만, AI를 통해 그 비용을 80~90%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으로 진출한 중국 숏드라마 제작사들은 대체로 중국에서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전략을 따르고 있다.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공격적으로 트래픽을 확보하고, 몇 편의 에피소드를 무료로 제공한 뒤 시청자들이 해당 기업의 앱 내에서 나머지 에피소드를 시청하려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다음 제작물을 결정할 때는 창의적인 직감보다는 성과 데이터에 더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탕 부사장은 “어떤 주제, 줄거리, 작가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지 살펴본 뒤 신속하게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쉴 새 없이 빠르게 돌아간다. 탕 부사장은 “모두가 빠른 수익을 기대한다”면서“중국에서는 시리즈가 한 달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 업계에서 실패작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인터뷰한 각본가들에 따르면 플랫폼들은 종종 장르와 배경부터 줄거리 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아우르는 매우 구체적인 키워드를 사용해 프로젝트를 분류한다. ‘캠퍼스 로맨스’, ‘갱단 간 대립’, ‘적에서 연인으로’, ‘가난에서 부자로’ 등이 그런 대표적인 키워드들이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는 ‘환생 복수’로, 억울한 주인공이 기적적으로 환생하여 운명을 바꿀 기회를 얻는 판타지 클리셰다.
쑤저우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숏드라마 작가 피닉스 주(Phoenix Zhu)는 “갑작스러운 죽음, 배신, 신체적 폭력, 대규모 대결 같은 동일한 플롯 장치를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드라마 전체에 걸쳐 감정적 강도를 극도로 높게 유지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주씨는 이어 “충격적인 효과를 위해 서사적 논리를 희생하는 경우가 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들이 화면을 넘겨버릴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단순한 클리셰들 덕분에 숏드라마는 AI로 제작하기에 적합하다. 플렉스TV는 연초 기존 방식의 촬영 제작을 모두 중단하고 전적으로 AI 생성 드라마로 전환했다. 드라마 앱 ‘드라마웨이브’와 ‘프리릴스(FreeReels)’의 모회사인 쿤룬 테크는 2025년부터 AI 생성 숏드라마 제작을 시작했으며, 현재 자사 플랫폼에서 1,000편 이상의 AI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인기 숏드라마 기업인 스토릴스(StoReels)는 매달 100편의 AI 생성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다니엘 팡(Han Daniel Fang) 쿤룬 테크 CEO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의 집중력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연재형 드라마도 자연스럽게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실제 배우가 출연하는 기존 방식의 숏드라마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계획은 없지만 새로운 장르, 주제,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저비용 수단으로써 AI 제작물을 늘리고 있으며, 플랫폼 내에서의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플랫폼 내 AI 제작물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형식은 해외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서치 기업 옴디아(Omdia)는 전 세계 마이크로 드라마 시장이 2025년 110억 달러(약 16.5조 원) 규모에 달했으며, 2026년 말까지 140억 달러(약 21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이 시장에서 15억 달러(약 2.2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레전드 캐피털(Legend Capital)의 전 파트너이자 투자자인 상관홍(Shangguan Hong)은 “누구도 숏드라마를 보며 고전적인 예술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숏드라마 산업은 실시간성과 데이터 기반이라는 점에서 이미 전통적인 TV 및 영화 제작과 차별화되어 있다. AI는 그 논리를 더욱 강화할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숏드라마는 AI와 완벽하게 호환된다.“
콘텐츠 생산 공장
업계의 AI 혁명은 이미 숏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역할의 유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작가 주씨는 2024년 대학을 졸업하고 철학 학위를 받았다. 수개월 동안 전통 미디어와 영화 제작사로부터 거절을 당한 끝에 그녀는 결국 숏드라마 대본 집필 일을 찾았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주는 바리스타, 꽃집 점원, 이벤트 코디네이터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동시에 온라인에서 광고 및 교육 관련 기업을 위한 프리랜서 글쓰기 일을 병행했다. 그러다 결국 2025년 4월 그녀는 첫 숏드라마 대본을 약 2만 위안(약 440만 원)에 판매했다. 이후 작품 의뢰가 이어졌고, 그녀는 드디어 경력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AI가 등장했다. 주씨에 따르면 이미 계약 단계에 있던 두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업계 전반의 원고료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력이 쌓이면서 기대했던 급여 인상은 결코 없었다.
그럼에도 주씨와 같은 작가들은 업계 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타격을 입은 근로자들에 속한다. 전통적인 촬영 현장에서의 많은 제작 업무는 AI가 제작하는 작품에서 거의 완전히 사라졌다. 플렉스TV의 탕 부사장은 “제작팀을 10명 정도로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많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플렉스TV는 비중국인 캐릭터가 등장하고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주로 중국 작가와 제작팀에 의존한다. 탕 부사장은 그 이유가 단순히 비용 절감 때문만이 아니라 중국 작가들이 숏드라마의 전개 속도와 서사적 리듬을 더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AI 제작물은 카메라 팀, 조명 기술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시각 효과 팀 대신 주로 프로듀서, 작가, AI 감독, 그리고 일명 ‘AI 자산 큐레이터’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에 의존한다. AI 자산 큐레이터는 대본을 프롬프트로 변환하고, AI 영상 모델이 따라갈 수 있도록 등장인물, 의상, 장면의 참조 이미지를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중국 구인 사이트에서 이 직책에 대한 수백 건의 구인 공고를 발견했으며, 그중 다수는 AI 도구에 익숙한 것 외에 별다른 업계 경력을 요구하지 않았다.
베이징에 기반을 둔 AI 숏드라마 프로듀서 한중 바이(Hanzhong Bai)는 “지난 몇 달 사이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면서 “AI 자산 큐레이터들이 캐릭터를 생성할 때 ‘내가 좋아하는 이 연예인들의 얼굴을 합쳐줘’와 같은 프롬프트를 사용하는 것이 이제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은 일반적으로 구글의 이미지 생성 모델 ‘나노 바나나(Nano Banana)’, 바이트댄스의 ‘시댄스(Seedance)’, 콰이쇼우의 ‘클링(Kling)’ 등 다양한 도구를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바이씨와 같은 제작자들에게 AI는 특히 정교한 시각 효과, 의상, 메이크업이 필요한 판타지 시리즈처럼 이전에는 숏드라마 제작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던 장르를 경제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는 “바로 이런 이유로 앞으로 용과 인어에 관한 드라마가 훨씬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작 주기가 단축되면서 각본 집필 과정 자체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작가들이 대본을 완성하는 데 두세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주씨에 따르면 요즘 플랫폼들은 종종 한 달 이내에 대본을 제출할 것을 기대한다. 또한 장면, 시각적 요소, 심지어 줄거리 세부 사항까지 나중에 프롬프트를 통해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대본은 더 거칠고 유연하게 작성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작가들은 인간 시청자만큼이나 AI 모델을 위해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주씨는 이제 장면을 훨씬 더 시각적으로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하며, 사실상 예전에는 촬영 감독이나 시각 효과 팀이 담당하던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고 전했다.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그는 그녀를 차갑게 쳐다보았다’라고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눈에서 차가운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라고 써야 할 수도 있다.”
쿤룬 테크의 팡 CEO는 AI가 제작하는 숏드라마의 품질은 궁극적으로 더 많은 창작자가 참여할수록 함께 높아질 거라고 본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와 훌륭한 글솜씨는 여전히 돋보인다”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AI 숏드라마의] 품질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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