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오픈AI 상대 소송에서 패소…이유는?
3주간의 치열한 증언 공방 끝에 배심원단은 머스크가 너무 늦게 소송을 제기했다고 판단했다.
‘일론 머스크 대 샘 올트먼’ 사건의 배심원단이 18일(현지시간) 머스크에게 큰 타격을 안겼다. 배심원단은 머스크가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너무 늦게 제기했으며, 그 결과 관련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그의 청구가 인정될 수 없다는 내용의 권고 평결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이를 즉각 받아들였다.
머스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항소 방침을 밝혔다. 그는 “판사와 배심원단은 사건의 본질 자체에 대해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일정상의 기술적 문제에 따라서만 판결했다”고 적었다.
오픈AI는 2015년 머스크와 연구자 그룹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 조직으로, 수익 창출 필요성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의 이익을 위한 AI를 개발한다는 사명을 내세웠다. 머스크는 회사 초기 시절 3800만 달러(약 570억 원)를 기부했으며, 이는 올트먼 오픈AI CEO와 그렉 브로크만 사장이 회사를 사명 중심의 비영리 조직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오픈AI를 상대로 두 가지 주장을 제기했다. 첫째, 올트먼과 브로크만이 회사를 비영리 조직으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수년에 걸쳐 급성장한 영리 자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자신의 기부를 통해 형성된 자선신탁(charitable trust)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둘째, 올트먼과 브로크만이 자신을 희생시키면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2024년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2025년 오픈AI가 영리 자회사를 공익법인으로 전환한 구조 개편을 무효화하고, 올트먼과 브로크만을 경영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오픈AI는 머스크가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너무 오래 지체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그의 각 청구는 관련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선신탁 위반 청구의 소멸시효는 3년, 부당이득 청구의 소멸시효는 2년이다. 이는 머스크가 올트먼과 브로크만의 자선신탁 위반 가능성을 늦어도 2021년에는, 부당이득 가능성은 2022년에는 인지했거나 인지할 이유가 있었어야 한다는 의미다.
머스크는 올트먼과 브로크만이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을 2022년에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픈AI는 머스크가 2021년 훨씬 이전부터 이를 의심할 만한 근거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배심원단에게 오픈AI에 대한 자신의 신념이 ‘3단계 변화’를 거쳤다고 증언했다. 1단계에서는 회사를 열정적으로 지지했고, 2단계에서는 오픈AI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3단계에서는 오픈AI가 비영리 조직을 약탈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재판에서 제시된 주요 사건들의 흐름이다.
2017년: 머스크, 영리 자회사 설립 제안
오픈AI 설립 2년 뒤인 2017년, 머스크와 다른 공동 창립자들은 인간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춘 강력한 AI인 범용인공지능(AGI)을 개발하기 위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영리 자회사 설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누가 이 조직을 통제할지를 두고 치열한 권력 다툼이 벌어졌다. 머스크는 오픈AI를 자신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합병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재판 과정에서 오픈AI 측 변호인단은 이러한 논의를 근거로, 머스크가 이미 2017년에 올트먼과 브로크만의 사업 방향 전환 계획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 계획에 직접 관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 시점에 이미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배심원단에게 “꼬리가 개를 흔드는 상황만 아니라면 비영리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는 소규모 영리 조직이 존재하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9년: 오픈AI, 수익 상한 구조의 영리 자회사 설립
오픈AI는 2019년 투자자와 직원이 제한된 수익만 받을 수 있는 구조의 영리 자회사를 설립했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오픈AI는 이 시점 역시 머스크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 조치가 비영리 조직의 사명을 위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재판 초반 배심원단에게 “수익 상한 구조라면 비영리 조직의 목표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에는 소송을 제기할 근거가 없었다”고 말했다.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 GPT-3 독점 라이선스 확보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의 GPT-3 모델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자 머스크는 X에 “이건 ‘오픈(open)’이라는 이름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보인다. 오픈AI는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에 포섭됐다”고 적었다.
오픈AI는 이 역시 머스크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고려할 수 있었던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후 올트먼이 “오픈AI는 비영리 조직으로서의 사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을 안심시켰다고 증언했다. 그는 의구심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여전히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 100억 달러 투자 추진
머스크는 2022년에 이르러서야 오픈AI가 비영리 사명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고, 이 거래는 2023년에 성사됐다.
머스크는 관련 보도를 접한 뒤 올트먼에게 “오픈AI 가치가 200억 달러로 평가됐다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건 미끼 상품을 내걸고 다른 상품을 파는 수법(bait and switch)’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순간이야말로 ‘꼬리가 개를 흔드는 상황’이 됐음을 깨달은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엄청난 재정적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서는 100억 달러를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이 시점에서 오픈AI가 사실상 200억 달러 가치의 영리 기업이 됐다고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측 변호인인 스티븐 몰로는 최종 변론에서 “2023년 거래는 이전과 달랐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심원단은 오픈AI 손 들어줘
결국 쟁점은 머스크가 정말로 2023년에야 오픈AI가 더 이상 사명 중심 비영리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인식했는지 여부였다.
배심원단은 이번 평결에서 머스크가 2021년 이전에도 올트먼과 브로크만에게 오도되고 있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로 그가 속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법원은 가능할 경우 소멸시효 같은 절차적 사유를 근거로 사건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의 실질적 쟁점을 깊게 다투는 것보다 더 간결하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등 여러 주의 연방지방법원 판결을 심리하는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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