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확대 속도 빨라지는데 핵폐기물 해법은 ‘제자리’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다시 늘고 있지만 핵폐기물의 장기 처리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에서 원자력 에너지는 최근 드물게 정치권 전반의 지지를 받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기술 기업들의 관심이 더해지면서 관련 산업에 다시 자금과 시선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일수록 오래된 문제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바로 핵폐기물이다.
미국 원자로에서만 매년 약 2,000톤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를 영구적으로 처리할 곳이 여전히 없다는 점이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미국의 원자력 산업은 결코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자로와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첫 상업용 원전이 가동된 지 70년 가까이 지났지만, 핵폐기물에 대한 장기적 해법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사용후 핵연료는 현재 가동 중이거나 폐쇄된 원전 부지에 그대로 보관되고 있다. 강철과 콘크리트로 만든 수조와 저장 용기에 담겨 관리되는데,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안전하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조치일 뿐 영구적인 해결책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력한 장기 보관 방식은 ‘심층 지질 처분’이다. 지하 수백 미터 깊이까지 파 내려가 방사성 물질을 매립하고 콘크리트 등으로 밀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영구 보관을 목표로 한다.
아직 사용후 핵연료를 위한 지질 처분 시설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는 없지만 일부 국가는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핀란드다. 2026년 기준 시험 운영 단계에 들어섰으며, 최종 인허가가 이뤄지면 이르면 올해 안에 본격 가동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다른 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단계까지 접근하고 있다.
프랑스는 50기 이상의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동시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분야에서도 가장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처리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분리해 혼합산화물(MOX) 연료로 다시 만드는 방식이다. 다만 이 과정은 완전한 재활용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남은 폐기물은 결국 별도의 처분이 필요하다. 현재는 라아그(La Hague) 재처리 시설에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질 처분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르면 2020년대 후반 인허가를 받고, 2035년 무렵 시범 운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기술적으로는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할 ‘목적지’를 갖고 있다. 네바다주 유카 마운틴(Yucca Mountain)이다. 이 부지는 연방 소유 토지로 1987년 의회가 처분장 후보지로 지정했다. 그러나 정치적 반대에 가로막혀 사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11년 연방정부가 관련 예산 지원을 중단한 이후 약 10년 넘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 사이에도 핵폐기물은 계속 쌓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산업은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르고 있다. 중국은 가장 빠르게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와 터키 등 일부 국가는 첫 원전 건설에 나섰다.
오랜 기간 정체돼 있던 미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승인 움직임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으며,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냉각 방식과 연료, 설계를 달리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도 본격화되면서, 일부 프로젝트는 규제 승인 절차에 들어가거나 이미 허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처럼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새로운 형태의 핵폐기물이 등장할 상황을 고려하면, 이제는 원자력 기업은 물론 이들의 주요 고객까지 나서 심층 지질 처분 시설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자 차세대 원자로 개발의 중심지 중 하나인 미국은 더 이상 뒤처지기보다 선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최근 늘어난 투자와 관심의 일부만이라도 폐기물 문제 해결에 돌린다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가 맡고 있는 핵폐기물 관리 기능을 별도의 전담 기구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핀란드와 캐나다, 프랑스에서 운영 중인 체계와 유사한 방식이다.
핵폐기물의 영구 처분 방안을 계획하고 건설해 실제 운영 단계까지 이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핀란드는 1980년대에 계획을 시작해 2000년대 초 부지를 확정했고, 이제는 폐기물 반입을 눈앞에 둔 단계에 와 있다. 아직 영구 저장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 국가라면,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은 이미 수십 년 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좋은 시점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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