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I의 장밋빛 비전과 현실 사이의 공백

아무리 뛰어난 AI 시스템이라고 해도 코딩을 제외하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수익성이 확보될 정도로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AI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한 단계란 무엇일까?

지난 2월 필자는 런던에서 열린 반(反) AI 시위 도중 한 장의 전단지를 보았다. 이 전단지를 만든 사람들이 의도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국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내용은 이랬다. ‘1단계: 디지털 초지능 만들기. 2단계: ? 3단계: ?’

이 전단지는 당시 시위를 공동 주최한 국제 시민단체 포즈 AI(Pause AI)가 제작한 것으로, 마지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단계가 무엇인지 알아낼 때까지는 AI 개발을 멈추자.”

이 문구는 1998년 미국에서 방영돼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South Park)’의 ‘요정(Gnomes)’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한다. 이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은 밤마다 몰래 집안에 들어와 속옷을 훔치는 요정들을 발견한다. 이유를 묻자 요정들은 자신들의 사업 계획이라며 이렇게 설명한다. ‘1단계: 속옷 수집. 2단계: ? 3단계: 이익 창출!’

이 요정들의 사업 계획은 이후 인터넷에 널리 퍼지며 대표적인 밈이 되었고, 스타트업 전략부터 정책 제안까지 다양한 대상을 풍자하는 데 활용됐다. 미국의 기업가 일론 머스크도 한때 화성 탐사 자금 조달 계획을 설명하며 해당 밈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밈은 AI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기업들은 이미 AI 기술을 만들었고(1단계), 미래의 변화를 약속했다(3단계). 하지만 그 3단계에 어떻게 도달할지는 여전히 큰 의문으로 남아 있다.

포즈 AI 측은 2단계에 어떤 형태로든 규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또 누가 이를 집행할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반면 AI 낙관론자들은 AI가 일종의 ‘만능 해결책’이며 3단계에 어떻게든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중간 과정을 대체로 가볍게 넘긴다. 이들은 우리가 ‘경제적으로 판도를 바꿀 기술’을 등에 업고 밝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오픈AI의 야쿠프 파호츠키(Jakub Pachocki) 최고과학자가 몇 주 전 필자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이들은 어떤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지 알고 있지만, 그 미래는 여전히 흐릿하고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 게다가 모두가 서로 다른 경로를 택하고 있다. 과연 모두가 도달할 수 있을까? 아니면 누구라도 도달할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거창한 주장에는 언제나 현실적인 검증이 뒤따르며 기대를 식히곤 한다. 최근 발표된 두 가지 연구를 살펴보자. 하나는 앤트로픽이 내놓은 것으로, 대형언어모델(LLM)이 어떤 직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지 예측했다. (핵심은 이렇다. 관리자, 건축가, 미디어 종사자는 변화를 대비해야 하지만, 조경사나 건설 노동자, 서비스업 종사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다.) 그러나 이 예측은 실제 직업 환경에서의 성과가 아니라 LLM이 잘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작업 유형을 기준으로 한 추정에 가깝다.

또 다른 연구는 2월 AI 채용 스타트업 머코(Mercor)의 연구진이 발표한 것이다. 이들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딥마인드의 최상위 모델로 구동되는 AI 에이전트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했다. 은행가, 컨설턴트, 변호사가 자주 수행하는 480개의 업무를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테스트에 참여한 모든 에이전트는 대부분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처럼 결과가 크게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앤트로픽은 AI의 능력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기업이다. 또한 큰 변화가 곧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AI 코딩 도구의 빠른 발전 속도를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모든 업무가 코딩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다른 연구들은 LLM이 전략적 판단, 즉 복잡한 상황에서 최적의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게다가 AI 도구가 실제로 사용될 때는 실험실 같은 통제된 환경이 아니라 사람과 기존 업무 방식이 얽혀 있는 현실 세계에 투입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물론 기존 업무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친다면 AI가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이는 상당한 시간과 결단을 요구하는 일이다.

결국 이 커다란 공백이 바로 ‘2단계’가 있어야 할 자리다. 무엇이, 어떻게 일어날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 보니 정보의 공백이 생기고, 그 자리는 근거가 부족한 과장된 주장들로 채워진다. 현재 우리는 AI가 실제로 어떻게 도입되고 활용될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이며, 소셜미디어 게시글 단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추측이 아니라 근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AI 모델 개발 기업들의 투명성, 연구자와 기업 간의 협력, 그리고 실제 현장에서 AI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평가할 새로운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기술 산업, 나아가 세계 경제는 AI가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그 기대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음에 미래에 대한 과감한 주장을 듣게 된다면, 대부분의 기업이 여전히 사우스파크의 ‘속옷 요정들’처럼 AI 기술을 실제 수익으로 연결할 방법을 아직 명확히 찾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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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4월 30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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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4월 30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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