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동료를 대신한다면…중국 기술 업계에 번지는 불안과 대응
중국 IT 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자신의 업무를 AI로 재현하라는 요구가 확산되면서, 자동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노동자의 존엄성과 대체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 IT 업계에서 직원들에게 자신을 대체할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직접 훈련하라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기술 수용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던 현장에서도 이 흐름을 두고 불안과 고민이 빠르게 번지는 분위기다.
4월 초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GitHub)에 올라온 ‘콜리그 스킬(Colleague Skill)’은 이런 문제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동료의 업무 방식과 성격을 ‘추출’해 AI 에이전트로 재현할 수 있다는 설정의 이 프로젝트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순식간에 확산됐다. 애초 패러디로 제작됐지만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일부 기술 인력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회사 측이 오픈클로(OpenClaw)나 클로드 코드(Claude Code) 같은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작업 과정을 세세하게 문서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콜리그 스킬의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사용자가 재현하고 싶은 동료를 지정하고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 라크(Lark)와 딩톡(DingTalk)의 채팅 기록과 파일을 불러와 해당 인물의 업무 내용을 정리한다. 단순한 업무 목록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습관까지 반영한 매뉴얼이 자동으로 생성되며, 이는 AI 에이전트가 특정 인물을 모방하는 데 활용된다.
이 프로젝트는 저우톈이(Tianyi Zhou) 상하이 AI 연구소(Shanghai Artificial Intelligence Laboratory) 엔지니어가 개발했다. 그는 중국 매체 남방도시보와의 인터뷰에서 “퍼포먼스 성격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라며 “AI 관련 해고가 이어지고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스스로를 자동화하라고 요구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데서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질의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이 도구를 둘러싼 농담도 빠르게 퍼졌다. 자신보다 동료를 먼저 자동화하겠다는 식의 자조 섞인 유머다. 그러나 웃음과는 별개로 콜리그 스킬의 확산은 AI 시대에 노동자의 존엄성과 개별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상하이 IT 업계에서 일하는 앰버 리(Amber Li·27)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콜리그 스킬을 접한 뒤 개인적인 실험으로 과거 동료를 재현해 봤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정교했다. 몇 분 만에 해당 인물의 업무 방식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파일이 만들어졌다. 리는 “생각보다 훨씬 잘 구현됐다”며 “반응하는 방식이나 문장 부호를 쓰는 습관 같은 사소한 특징까지 잡아낸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기능을 활용해 코드 디버깅을 돕고 즉각적으로 답을 내놓는 새로운 ‘동료’로 AI 에이전트를 쓰기 시작했다. 다만 “묘하게 섬뜩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고도 털어놨다.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픈클로가 전국적인 열풍으로 번지면서 기업 관리자들이 기술 인력에게 에이전트 활용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컴퓨터를 직접 제어하고, 뉴스를 읽어 요약하거나, 이메일에 답장하고, 식당 예약까지 처리할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콜리그 스킬처럼 직원들에게 일상 업무를 세부 단위로 정리해 매뉴얼화하도록 하는 방식은 에이전트 활용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의 해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AI와 노동을 연구하는 차오한청(Hancheng Cao) 에모리대 조교수는 “기업들이 이런 작업 설계 문서를 요구하는 데에는 단순한 유행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기업은 단순히 도구를 내부에서 활용해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노하우와 업무 흐름,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데이터를 더 풍부하게 축적하게 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표준화하거나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업무와,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를 가려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다르다. 직원 입장에서는 에이전트를 만들거나 이를 위한 업무 설계도를 작성하는 과정 자체가 낯설고 소외감을 동반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고용 안정성에 대한 우려로 익명을 요구한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업무 흐름을 기반으로 AI를 학습시켜 본 경험을 언급하며 “과정이 지나치게 환원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일이 여러 모듈로 잘게 쪼개져 납작해지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대체되기 쉬운 형태로 정리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감정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자조적인 유머의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 레드노트(Rednote)의 한 이용자는 “차가운 작별 인사가 따뜻한 토큰으로 바뀔 수 있다”며 “동료를 먼저 업무 단위로 분해해 두면 자신은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남겼다.
이 흐름에 맞서려는 시도도 등장했다. 사람을 하나의 ‘기술’로 환원하는 발상에 반감을 느낀 베이징의 쉬커치(Xu Koki, 26세) AI 제품 매니저는 4월 4일 깃허브에 이른바 ‘반(反) 증류’ 기능을 공개했다. 약 한 시간 만에 만든 이 도구는 에이전트를 위한 업무 흐름 구축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상사의 관여 정도에 맞춰 약, 중, 강의 방해 수준을 선택할 수 있고, 에이전트는 입력된 내용을 실행이 어려운 일반적인 표현으로 바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쉬가 관련 영상을 공개하자 여러 플랫폼에서 50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쉬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콜리그 스킬 열풍을 초기부터 지켜봤다”며 “이 현상이 노동에서의 소외와 권한 약화, 더 나아가 노동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칼럼을 쓰려 했지만, 이에 대응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편이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모두 보유한 쉬는 이 흐름이 법적 쟁점도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기업은 업무용 노트북에서 생성된 자료나 메신저 기록을 회사 자산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런 도구는 개인의 성격과 말투, 판단 방식까지 포착해 소유권의 경계가 훨씬 모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콜리그 스킬을 계기로 AI 시대에 노동자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보호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며 “이런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가야 직원들도 그 활용 방식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쉬 역시 적극적인 AI 활용자로 개인 기기와 업무용 기기에 총 7개의 오픈클로 에이전트를 구축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상하이의 리는 아직까지 AI가 실제 인력을 대체할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봤다. 기술의 신뢰도가 낮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당장 일자리가 위협받는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내 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은 분명히 있다”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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