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거 시장 긴장시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변심
탄소 제거 업계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가 크레딧 구매를 일시 중단한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최근 여러 언론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소 제거 크레딧 구매를 중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이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 제거 시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까지 계약된 전체 탄소 제거 크레딧의 약 80%를 단독으로 구매했다. 따라서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비용을 지불해줄 고객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일시 중단’에 대한 추가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않은 채 탄소 제거 크레딧 구매를 영구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잇따른 보도로 업계 전반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탄소 제거 산업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탄소 제거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포집해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분야에는 다양한 기술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화학 물질로 흡착·분리하는 직접공기포집(DAC)이다. 또 다른 중요한 방식으로는 나무나 폐기물 기반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배출 온실가스를 포집하는 바이오에너지 탄소 포집 및 저장(BECCS)이 있다.
이러한 탄소 제거 기술은 2020년대 초반 큰 관심을 끌며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유엔 기후 보고서>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제한하려면 2050년까지 매년 최대 11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탄소 제거 분야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적 측면이다. 대기 중 탄소를 줄이는 일은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결국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실상 그 역할을 맡아온 곳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였다. 탄소 제거 산업 분석 기관인 공익 법인 CDR.fyi의 로베르트 회글룬드(Robert Höglund) 공동 설립자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탄소 제거 계약 시장에서 단연 최대 구매자이며 100만 톤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특히 대형 계약에 대한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배출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하는 상태)’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는 과거 배출량까지 모두 상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배출량 감축은 쉽지 않았다. 2025년 6월 발표된 <환경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탄소 배출량은 2020년 이후 오히려 23.4% 증가했다.
지난 4월 10일 기후 전문 매체 히트맵 뉴스(Heatmap News)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급업체와 협력업체들에게 향후 탄소 제거 계약 구매를 일시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당 매체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존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지, 언제 구매를 재개할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 다음날 블룸버그도 유사한 내용을 전했다. 블룸버그 보도에서 일부 내부 관계자들은 해당 결정이 회사의 재무적 부담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면 답변을 통해 “탄소 제거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멜라니 나카가와(Melanie Nakagawa)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계속 보완하는 과정에서 탄소 제거 구매의 속도나 규모를 조정할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조정은 계획적인 접근의 일부일 뿐 목표 수준이 낮아진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내부 상황과 별개로 업계 전반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메리칸 대학교 산하 책임 있는 탄소 제거 연구소(Institute for Responsible Carbon Removal)의 윌 번스(Wil Burns) 공동 소장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탄소 제거 산업을 떠받쳐온 핵심 후원자로 인식돼 왔다”고 설명했다.
번스 공동 소장은 “이번 일시 중단이 단기적인 조치든 아니든, 해당 조치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달 방식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탄소 제거 계약을 추진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를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는 만큼,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략 조정에 대해 업계와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탄소 제거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탄소 제거 산업 자체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미국 내 탄소 제거 기업들은 정책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예산이 축소됐을 뿐 아니라 환경보호청(EPA)의 최근 기조 변화도 정부의 탄소 오염 규제 역량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기업 후원자인 마이크로소프트마저 계획을 수정하거나 일정 기간 투자를 줄이게 된다면, 탄소 제거 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회글룬드 공동 설립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일시 중단이 오래 지속된다면 탄소 제거 업계는 그동안 소규모 계약에 의존하면서 정부나 자선 단체의 지원을 기대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한편, 번스 공동 소장은 “탄소 제거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탄소 배출 기업들이 이산화탄소를 직접 저장하거나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쩌면 이번 사태는 탄소 제거 산업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누군가의 선의’에만 단순히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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