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읽는 것도 당신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
신경과학자 우리 마오즈는 인간의 선택이 자유의지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밝히기 위해 뇌의 의사결정 과정을 실험으로 추적하고 있다.
우리 팔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뇌가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밝히는 일은 우리 마오즈(Uri Maoz)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박사 과정 시절 그는 수학적 모델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뇌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는 계산신경과학 분야에서 인간의 움직임과 관련된 매우 구체적인 주제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도교수로부터 학부생 강의를 맡아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마오즈는 강의 내용이나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지침이 주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최소한 발표 자료 정도는 전달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학생들과 관련이 있기만 하면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정해 강의할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의 뇌 증강이나 사이보그 같은 주제를 다룰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공상과학적인 주제는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머릿속을 파고든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었다. 그는 “자유의지라는 문제에 대해 신경과학은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회상했다.
인간이 과연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를 붙잡고 있었다. 20대 초반에 접한 한 글에서 인간의 선택이 실은 환상일 수 있다는 주장을 읽은 뒤였다. 그 경험은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졌다. 애초에 자신이 그 글을 읽기로 한 선택 자체가 진짜 선택이었을까. 삶에서 내리는 결정들이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단지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불과한 것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채프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그런 생각에 이른 뒤로는 되돌아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 과정에서는 인간의 움직임을 연구했지만 이후에는 주제를 한층 확장해 욕망과 신념이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팔을 들어 올리는 단순한 동작부터 금요일 저녁 누군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선택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행동이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해 왔다.
오늘날 마오즈는 이러한 ‘신경적 연쇄(neural chain)’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연구의 중심에 서 있다. 그의 연구는 기존 신경과학의 대표적 실험들을 재해석하고 때로는 뒤집으면서 자유의지라는 문제를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서 새롭게 조명해 왔다. 무엇보다 그는 이 논쟁에 새로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논의를 한층 더 확장하고 있다.
기계와 마술의 경계
자유의지라는 개념은 직관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보편적으로 합의된 정의는 없다. 일반적으로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의도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 즉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힘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우주가 미리 정해진 경로를 따르는 결정론적 체계인지, 그렇다면 인간의 선택이 그 안에서도 성립할 수 있는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마오즈는 “그건 물리학자들의 몫”이라며 선을 긋는다. 신경과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순간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하려는 일은 욕망과 바람, 신념이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오즈가 2008년 박사 과정을 마칠 무렵, 이 문제를 둘러싼 신경과학 연구는 이미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상태였다. 1960년대의 한 기초 연구는 사람이 스스로 선택해 손을 움직인다고 여겨지는 행동조차 그에 앞서 뇌에서 ‘준비 전위(readiness potential)’라는 전기 신호가 나타난 뒤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 발견을 바탕으로 1980년대 신경과학자 벤저민 리벳(Benjamin Libet)은 하나의 실험을 수행했다. 이 실험은 오랫동안 자유의지 개념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은 결정적 근거로 받아들여졌으며, 마오즈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뇌에서 포착되는 전기 신호만으로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설계하는 존재인지 여부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리벳은 참가자들을 앉혀놓고 “아무 때나 이렇게 손목을 움직여보라”고 지시했다. 이어 참가자들에게 손목을 움직이고 싶다는 충동을 처음 느낀 시점을, 화면 위에서 회전하는 점의 위치를 기준으로 보고하게 했다. 그 결과 준비 전위는 단순히 손을 움직이기 전에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참가자들이 ‘움직이고 싶다’는 충동을 인식했다고 보고하기 이전, 즉 스스로 움직이려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전에 이미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구들도 이러한 결과를 뒷받침했다. 준비 전위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인식하기 1~2초 전에 나타나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에서는 그 시점이 최대 10초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결과도 제시됐다. 마오즈는 “이런 결과는 우리가 사실상 자율주행차의 ‘승객’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무의식적인 생물학적 시스템이 방향을 모두 결정하고, 의식은 운전석에 앉아 그 공로만 가져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마오즈 역시 초기에는 리벳 실험을 변형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임상 목적으로 이미 뇌에 전극을 삽입한 간질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고, 환자들이 실제로 손을 들기 전에 어느 쪽 손을 들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리벳 실험을 바탕으로 한 기존 연구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는 “이 연구들은 ‘아무 때나 손을 들어보라’는 식의 그 어떤 이유도 없는 임의적 선택만을 다뤘다”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선택은 연인과의 이별을 결정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 결정까지 두고 과연 ‘당신은 운전자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에 따라 마오즈는 연구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해 철학자들과 협업에 나섰다. 철학자들은 의도와 욕망, 충동 같은 개념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도록 요구했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 다루는 경향이 있지만, 철학에서는 이를 명확히 나눈다. 욕망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바람이고, 충동은 즉각성과 강제성을 내포하며, 의도는 특정 행동을 실행하겠다는 계획을 의미한다. 마오즈는 이 가운데 특히 ‘의도’에 주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의 잠재적 의도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그는 2017년 자유의지를 주제로 첫 학술대회를 열었고 이후 관련 철학자들을 꾸준히 모아왔다. 개회식에서 그는 “여러분이 스스로 선택해서 온 건 아니겠지만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농담을 건넸다고 회상했다. 어느 날 참석자들과 함께 호수로 나들이를 갔을 때는 누군가 “이 분야 전문가들이 다 여기 있으니 배가 가라앉으면 큰일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은 마오즈에게 실존적 불안을 안기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발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어차피 다 모였으니 함께 연구 과제 제안서를 써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텔아비브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공동 연구자인 리아드 무드릭(Liad Mudrik)은 “그는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곧바로 떠올리고, 그것을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채프먼대학교 동료이자 의식·의도·의사결정 연구소((LUCID)를 함께 이끄는 애런 슈거(Aaron Schurger) 역시 “마오즈는 현재 이 분야의 중요한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며 “큰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부 실험으로 드러난 선택의 순간
마오즈는 최근 오랫동안 매달려온 핵심 질문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사소한 결정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이 뇌에서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밝히는 작업이다. 그는 무드릭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임의적 선택과 감정과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선택 사이의 신경학적 차이를 분석해 왔다.
그렇다면 준비 전위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결과는 기존 통념과 달랐다. 중요한 선택에서는 이 신호가 관측되지 않았다. 2019년 마오즈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두 비영리단체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실제로 1,000달러를 기부하는 상황에서 뇌의 전기 신호를 측정했다. 이어 같은 참가자들이 아무 기준 없이 버튼을 눌러 두 단체에 각각 500달러를 기부하는 경우와 비교했다. 그 결과 임의적 선택에서는 준비 전위가 나타났지만 1,000달러 기부 대상을 고르는 결정에서는 해당 신호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리벳의 결과가 중요한 선택에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준비 전위가 의식 이전에 뇌가 이미 결정을 내렸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기존 해석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무드릭은 “리벳이 신중한 결정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면 신경과학이 자유의지를 환상으로 증명했다는 논쟁 자체가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오즈의 연구는 다른 연구자들이 리벳 실험을 재해석하는 계기가 됐다. 리벳의 방법론을 분석해 온 심리학자 비앙카 이바노프(Bianca Ivanof)는 “사고의 틀을 크게 넓혀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회전하는 점을 활용한 실험 설계 방식에 따라 준비 전위가 포착되는 시점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결과를 단순히 비교하거나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마오즈는 이후에도 관련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뇌의 전기 신호를 두피에서 측정하는 검사인 EEG를 활용해 참가자들이 키보드 스페이스바를 누르기 직전의 뇌 전기 신호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준비 과정 중 무작위로 소리를 들려주며 참가자들에게 현재 의도를 물었는데, 준비 전위와 실제로 버튼을 누를 계획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해당 신호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행동 계획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신 참가자들이 실제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을 때는 뇌의 다른 영역에서 별도의 신호가 관측됐다.
그렇다면 이것이 곧 자유의지의 증거일까. 마오즈는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뇌에서 포착되는 전기 신호만으로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설계하는 존재인지 여부를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처럼 복잡하고 상충하는 데이터 자체가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 그는 “이 문제는 단순히 예·아니오로 결론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며 “사소한 선택은 의식 없이 이뤄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결정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특정한 뇌 상태에서만 의식적으로 행동을 바꿀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과학만으로 자유의지의 존재 여부를 완전히 규명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마오즈는 “욕망과 충동, 의도, 바람, 신념처럼 서로 다른 의사결정 요소들이 뇌에서 어떻게 나타나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밝히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는 분명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통제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을 받아들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글을 쓴 사라 스콜스는 미국 콜로라도 남부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과학 저널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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