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의 새로운 표적 된 담수화 시설이 뭐길래
이란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됐을 때 중동 지역의 핵심 생존 인프라인 해수 담수화 시설이 위협받았다. 지난 3월 초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케슘섬(Qeshm Island)에 위치한 […]
이란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됐을 때 중동 지역의 핵심 생존 인프라인 해수 담수화 시설이 위협받았다.
지난 3월 초 아바스 아라그치(Abbas Araghchi)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케슘섬(Qeshm Island)에 위치한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약 30개 마을의 물 공급이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이를 부인했다. 이후 몇 주 사이 바레인과 쿠웨이트도 담수화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히며 이란을 지목했지만, 이란 역시 책임을 부인했다.
3월 말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이란의 거의 모든 담수화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후에도 발전소와 교량 등 주요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동, 특히 걸프 지역 국가들은 농업과 산업은 물론 식수 확보를 위해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이어지는 공격과 위협은 이 산업이 지역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극단적 기후가 더해지면서 상황은 한층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
리즈 사코치아(Liz Saccoccia)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수자원 안보 연구원은 “현재 중동의 83%가 극심한 물 부족 상태에 놓여 있으며, 2050년에는 이 비율이 거의 10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 추세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중동 지역의 해수 담수화 기술과, 전시 상황에서 이러한 핵심 인프라가 위협받을 경우 어떤 영향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핵심 생존 인프라, 담수화 기술
해수 담수화 기술은 20세기 초부터 중동 지역의 물 공급을 뒷받침해 왔으며, 1960~70년대를 거치며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담수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열을 이용해 바닷물을 증발시킨 뒤, 수증기를 다시 응축해 담수를 얻는 ‘열 기반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소금과 불순물은 자연스럽게 제거된다. 다른 하나는 역삼투(reverse osmosis)와 같은 ‘막’을 이용한 기술로, 미세한 구멍을 가진 필터를 통해 물만 통과시키고 염분은 걸러내는 방식이다.
초기 중동의 담수화 시설은 대부분 화석연료를 태워 물을 증발시키는 열 기반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효율성이 높은 막 기반 기술이 점차 확산되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신규 담수화 설비 대부분이 막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되고 있다. 걸프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건설된 대형 열 기반 담수화 시설도 2018년에 가동을 시작한 것이 마지막이다. 현재도 일부 역삼투 설비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에너지 효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 같은 기술을 통해 최근 몇 년간 하루 1,500만 세제곱미터 이상의 담수를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수백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에 해당한다.
중동 지역의 담수화 설비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중동 각국은 담수화 시설 건설과 업그레이드에 5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운영에도 비슷한 규모의 비용이 투입됐다.
현재 중동 전역에는 약 5,000개의 담수화 시설이 가동 중이며 앞으로도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하루 생산 능력은 2024년 약 2,900만 세제곱미터에서 2028년 4,100만 세제곱미터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 취약성
중동 지역에서도 담수화 기술에 대한 의존도는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이란은 도시용 담수의 약 3%만을 담수화에 의존한다. 지하수와 하천 등 일부 지표수 자원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농업용수 수요와 극심한 가뭄이 겹치면서 이들 수자원 역시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반면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 걸프 국가들은 상황이 다르다. 이들 국가는 자체 수자원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담수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여섯 나라 가운데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식수의 절반 이상을 담수화로 충당하고 있으며, 바레인과 카타르, 쿠웨이트는 그 비중이 90%를 넘는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글로벌 식량·물 안보 프로그램의 데이비드 미셸(David Michel) 선임연구원은 “걸프 국가들은 이란보다 담수화 시설 공격에 훨씬 더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역 전반에 수천 개의 담수화 시설이 분포해 있어 일부 시설이 가동을 멈추더라도 전체 시스템이 곧바로 붕괴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최근 설비가 대형화되고 중앙 집중화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담수화 시설의 평균 규모는 15년 전보다 약 10배 커졌다. 오늘날 대형 시설은 하루 100만 세제곱미터의 물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수십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미셸은 “이런 초대형 시설이 하나라도 멈출 경우 전체 물 공급 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조되는 위협
담수화 시설은 여러 공정과 장비가 직렬로 연결된 구조다. 한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설비가 멈출 수 있다. 미셸은 “취수 시설이나 운송망, 전력 공급이 공격받을 경우에도 시스템 전체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이 원유를 바다에 유출하면서 해수가 오염됐고, 쿠웨이트의 담수화 시설이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최근 분쟁에서는 시설의 입지 자체도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담수화는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동 지역 시설의 약 4분의 3이 발전소 인근에 위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발전소를 반복적으로 공격 대상으로 언급해 왔고, 이에 대해 이란군은 “민간 인프라가 공격받을 경우 훨씬 더 광범위하고 강력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과 유럽연합, 국제적십자 등 국제기구들은 이러한 인프라 공격 위협이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만 전쟁만이 유일한 위협은 아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이 지역의 사이클론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설비 가동 중단이나 장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질 오염 역시 위험 요소다. 걸프전 당시와 같은 유류 유출은 물론, 사고로 인한 오염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2009년에는 적조 현상이 발생하면서 오만과 아랍에미리트의 담수화 시설이 수주간 가동을 멈춘 사례도 있다. 조류가 막을 오염시키고,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에서 바닷물을 끌어오는 취수 과정 자체를 차단하면서 시설 가동이 불가능해졌다.
담수화 시설은 물 공급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담수화 시설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현재 대부분의 설비가 석유에 의존하고 있지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일부라도 도입해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건설 중인 하시안(Hassyan)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는 재생에너지로만 운영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역삼투 시설이 될 전망이다.
복원력을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는 전략적인 물 저장 능력 확대가 꼽힌다. 카타르는 최근 담수 관리와 저장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며,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공동 인프라를 구축하고 물 공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물 공급을 포함한 핵심 인프라가 점점 더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동 지역에서는 대비와 복원력, 그리고 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진저 매첼(Ginger Matchett) 대서양협의회(Atlantic Council) 부국장은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물 인프라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물이 이전보다 훨씬 전략적으로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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