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재활용의 딜레마…낮아지지 않는 ‘최종 처분’의 벽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폐기물 감소와 자원 재활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기술·안보 문제로 인해 한계가 뚜렷하다.
쓰레기를 다시 쓸모 있는 자원으로 바꾸는 아이디어는 언제나 흥미롭다. 이미 사용한 배터리, 태양광 패널, 사용후핵연료처럼 폐기 예정인 물질을 다시 활용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이익이 되는 선택지처럼 보인다.
원자력 에너지 분야에서는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늘 문제였다. 핵폐기물은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기사에서 차세대 원자로의 등장이 사용후핵연료 폐기물 처리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 바 있다. 그 결과, 기업들이 설계 중인 새로운 냉각재, 연료, 물류 방식으로 인해 기존 핵폐기물 처리 시스템에 약간의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한편, 이 취재를 통해 필자의 머릿속에 맴돌던 또 다른 질문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질문이란 ‘왜 세상은 핵폐기물을 더 많이 재활용하지 않을까?’이다.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에는 여전히 상당량의 활용 가능한 우라늄이 남아 있다. 이를 재활용하면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새로운 자원을 채굴할 필요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리 과정은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며 100% 효율적이지도 않다.
프랑스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체계적인 재처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라아그(La Hague) 시설에서는 매년 약 1,700톤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다.
이 시설에서 활용하는 퓨렉스(PUREX)는 사용후핵연료를 산에 녹인 뒤 화학 처리를 거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분리하는 공정이다. 플루토늄은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데, MOX 연료는 기존 원자로에서 다른 연료와 섞어 쓸 수 있고 일부 특수 설계 원자로에서는 단독으로 사용될 수 있다. 우라늄은 다시 농축되어 일반적인 저농축 우라늄 연료로 활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공공정책 및 국제관계 대학원의 앨리슨 맥팔레인(Alison Macfarlane) 원장은 “재처리를 통해 특별 관리가 필요한 고준위 핵폐기물의 총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맥팔레인 원장은 이전에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위원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현재 영구적인 핵폐기물 저장 시설의 표준은 깊은 지하에 폐기물을 저장하는 ‘지층처분장’이다. 하지만 지층처분장에서는 저장 가능한 물질의 양을 제한하는 핵심 요소가 부피가 아닌 ‘열’인 경우가 많다. 맥팔레인 원장은 “사용후 MOX 연료는 일반 사용후핵연료보다 훨씬 많은 열을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MOX 연료의 경우 부피는 줄어들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일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때와 같은 공간 또는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완전한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맥팔레인 원장에 따르면 재처리로 확보한 우라늄에는 분리하기 어려운 ‘동위원소(같은 원소지만 성질이 다른 형태)’가 섞여 있다. 현재 프랑스는 이 우라늄을 일종의 전략적 비축 자원으로 보관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일부를 러시아로 보내 재농축하기도 했다. 한편, MOX 연료는 일부 원자로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사용한 후에 다시 재처리하기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연료를 무한히 재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많아야 두 번 사용하는 수준이 최선이다.
미국의 과학자 단체 UCS(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에드윈 라이먼(Edwin Lyman) 원자력발전 안전 책임자는 “책임감 있는 모든 분석가들은 재활용 공정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에는 지층처분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먼 책임자는 “재처리에는 단점도 있다”며 “그중 하나는 공정에서 생성되는 플루토늄”이라고 덧붙였다. 플루토늄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높은 수준의 보안뿐 아니라 플루토늄을 MOX 연료로 빠르게 전환하는 방식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재처리는 비용이 매우 많이 들고 현재로서는 우라늄 공급이 크게 부족하지도 않다. 이전에 미국 에너지부와 NRC에서 근무한 바 있는 폴 딕먼(Paul Dickman)은 “지금 시점에는 재처리에 경제적 이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는 주로 정치적인 이유로 재처리 비용을 감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자체 우라늄 자원이 없어 현재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처리는 에너지 자립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딕먼은 “국가 안보를 위해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현재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건설하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는 오랜 지연을 겪어왔다. 1993년에 착공해 원래는 1997년에 가동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2027년 가동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딕먼은 “신기술이 등장해 재처리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면서 “미국 에너지부와 같은 기관이 첨단 분리 기술에 대한 장기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차세대 원자로 개발 기업들은 핵연료를 만들고 사용하고 처리하기 까지의 전체 과정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재처리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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