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세미’ 본격 양산 돌입…전기 트럭 판도 바꿀까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주문을 앞세운 테슬라 세미가 오염 배출이 큰 화물 운송 부문의 전동화를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대형 전기 트럭 ‘세미(Semi)’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테슬라는 최근 새로 구축한 본격 양산 라인에서 첫 차량이 출고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는 거의 10년이 소요됐다. 테슬라는 2017년 말 세미를 처음 발표했지만, 이제야 최종 배터리 사양과 공식 가격, 대규모 주문 소식을 공개하게 됐다.

세미는 성능 면에서 꽤 인상적이면서도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대형 전기 트럭이다. 특히 이번 출시는 테슬라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예전 같은 지배력을 잃어가고 있는 시점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테슬라 세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세미가 어째서 전기 트럭 업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지 살펴보자.

버스와 대형 트럭 같은 중대형 차량은 도로 위 전체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NOx), 미세 입자 같은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 전 세계적으로 트럭과 버스는 도로 위 전체 차량의 약 8%에 불과하지만, 도로 교통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5%를 차지할 정도다.

테슬라가 자사 차량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한 대형 트럭 ‘세미’는 이러한 운송 부문으로 인한 대기 오염을 줄이는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로 필자는 2016년 테슬라에서 잠시 인턴으로 일한 적이 있으나 현재 테슬라와는 아무 관계도 없으며 금전적 이해관계도 없다.)

2017년 11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화려한 행사 무대에서 세미를 공개했다. 당시 머스크 CEO는 세미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약 97km까지 5초 만에 도달하고, 1회 충전으로 약 805km를 달릴 수 있으며, 열핵폭발에도 견딜 수 있는 유리를 장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참고로 2017년은 트위터 인수와 도지코인 논란이 있기 전으로, 머스크 CEO가 이러한 대단한 약속들로 주목받던 시절이었다.)

공개 직후 미국의 대형 유통 기업 월마트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세미를 일찌감치 주문했다. 당시 차량 인도는 2019년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물론 그 일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출시 시점은 여러 차례 미뤄졌고, 2022년이 되어서야 테슬라는 소수의 시범 운행용 트럭을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은 한층 본격화됐다. 테슬라는 지난 2월 최종 양산 사양을 공개했고, 4월 말에는 대량 생산 라인에서 첫 세미를 출고했다.

그리고 5월 초, 전기 화물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와트EV(WattEV)가 테슬라 세미 370대를 주문했다고 발표했다. 와트EV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트럭을 구매하거나 충전 인프라를 마련하지 않고도 전기 트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형 트럭’을 제공하는 회사다. 와트EV는 이번 신차 구매에 1억 달러(약 1,492억 원) 이상을 지불할 예정이며, 첫 50대는 올해 안으로, 전체 차량은 2027년 말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이 트럭들은 미국 오클랜드, 프레즈노, 스톡턴, 새크라멘토에 설치된 메가와트급 충전 시스템의 지원을 받게 된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고 대규모 주문까지 확보되면서 세미는 이제 정말 시장에 안착할 준비를 마친 듯 보인다. 2017년 머스크 CEO가 내놓은 주장 가운데 일부도 실제에 가까워졌다. 기본 모델의 주행거리는 약 515km(320마일), 장거리 모델은 약 772km(480마일)인데, 이는 당시 머스크 CEO가 제시했던 약 805km(500마일)에 상당히 근접한 수치다.

이처럼 큰 트럭에 이 정도 주행거리를 구현하려면 엄청난 크기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테슬라 세미 기본 모델의 배터리 팩은 실제 사용 가능한 용량이 548kWh(킬로와트시)다. 장거리 모델의 배터리는 이보다 훨씬 더 크다. 무려 822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일반적으로 64kWh 배터리 팩이 들어가는 테슬라 모델 3와 비교하면 이 배터리들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본 기사와 관련해 세미의 실제 배터리 용량을 확인하고 다른 질문도 하기 위해 테슬라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가격은 2017년 당시 예상보다 상당히 높아졌다. 당시 예상 가격은 기본 모델이 15만 달러, 장거리 모델이 18만 달러였다. 그러나 테슬라가 CARB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현재 가격은 기본 모델이 26만 달러, 장거리 모델이 30만 달러다.

이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디젤 트럭의 중간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조사에 따르면 2025년형 디젤 트럭의 중간 가격은 17만 2,500달러였다. 반면 현재 판매되는 비슷한 배터리 전기 트럭과 비교하면 세미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이들 전기 트럭의 중간 가격은 약 41만 1,000달러다.

무엇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기업들이 전기 트럭 구매 가격 중 12만 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바우처를 받을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 세미는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 특히 전기 트럭은 디젤 트럭보다 운행비와 유지비가 훨씬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세미가 실제로 도로 위를 달리게 될지는 확실치 않았다. 위에서 언급한 2017년 행사에서 머스크 CEO는 새로운 로드스터 스포츠카도 발표했지만, 그 차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고, 프로젝트에 상업적 추진력을 더해줄 만한 대규모 주문이 들어온 것은 세미가 실제 출시되는 데 고무적인 신호다.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가 생산 규모를 키우고 충전 인프라까지 제대로 갖출 수 있다면, 트럭 업계에서도 그와 같은 대단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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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5월 19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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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5월 19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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