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핵융합, 비용 하락 기대는 시기상조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핵융합 기술의 비용 하락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융합 발전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아왔다. 다만 실제로 발전소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단계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미래가 현실이 되더라도 비용이 기대만큼 빠르게 낮아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내려간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2013년 대비 약 90% 저렴해졌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같은 속도로 비용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 핵융합 역시 배터리나 태양광처럼 가파른 가격 하락을 보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의 비용을 예측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공공과 민간에서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에너지 구조와 비용에 대한 전제가 타당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때 핵심 지표로 활용되는 것이 ‘경험률(experience rate)’이다. 설비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날 때마다 비용이 얼마나 낮아지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값이 높을수록 기술 확산에 따른 비용 절감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과거 사례를 보면 육상 풍력의 경험률은 약 12%, 리튬이온 배터리는 20%, 태양광 모듈은 23% 수준이다. 반면 원자력 발전은 2%에 그쳐 비용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핵융합 기술의 미래 비용을 보다 정교하게 예측하기 위해 경험률을 추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설비 규모와 설계 복잡성, 맞춤화 필요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기술 규모가 클수록, 복잡할수록, 또 적용 환경에 따라 맞춤 설계가 많이 필요할수록 경험률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진은 공공 연구기관과 민간 기업에 속한 핵융합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발전소의 규모와 설계 복잡성, 맞춤화 필요성 등을 평가하도록 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핵융합의 경험률을 추정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현재 대부분의 투자가 집중돼 있는 자기밀폐 방식과 레이저 기반 관성밀폐 방식, 두 가지 핵융합 접근법에 한정됐다. 다른 방식은 비용 구조에서 다른 결과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핵융합 발전소는 석탄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처럼 열을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는 기존 설비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큰 규모로 지어질 가능성이 크다. 맞춤 설계 필요성은 원자력보다는 낮지만 태양광 같은 기술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와 안전 요건이 상대적으로 단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복잡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 공과대학교에서 에너지·기술 정책을 연구하는 링시 탕(Lingxi Tang) 박사과정 연구원은 “핵융합은 매우 복잡한 기술이라는 데 사실상 의견이 모였다”며 “일부 전문가는 평가 척도를 넘어설 정도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핵융합의 경험률은 2~8% 수준이다. 이는 원자력보다는 비용 하락 속도가 빠르지만, 현재 널리 보급되고 있는 다른 에너지 기술들에 비해서는 완만한 수준이다.

이 같은 결과는 핵융합 발전소 건설 비용이 의미 있게 낮아지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대규모 보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당분간 핵융합으로 생산된 전력은 높은 비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는 현재 많은 모델링 연구에서 가정하는 8~20%의 경험률보다도 낮은 수치다.

탕은 “현재 핵융합에 대한 투자 규모를 전반적으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에너지 시스템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한다면 과연 이것이 공공 자금을 사용하는 최선의 방식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24회계연도에 핵융합 분야에 10억 달러 이상을 배정했으며, 민간 투자도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22억 달러에 달했다.

다만 과거의 추세를 바탕으로 미래 에너지 가격을 단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 연구소의 에게멘 콜레멘(Egemen Kolemen) 교수는 “의미 있는 분석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영역이 얼마나 큰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 사례를 들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많은 분석가들이 태양광 발전이 계속 비쌀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후 생산이 급격히 늘면서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특히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당시 분석이 틀렸던 것은 아니다”라며 “그저 당시 관측된 흐름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콜레멘은 “기술 비용의 하락 속도가 규제와 지정학적 환경, 노동 비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실제로 구축된 적 없는 기술인 만큼 결국은 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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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4월 26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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