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오염원, ‘인간의 소음’이 동물을 위협한다

팬데믹으로 세상이 멈추자 새들의 노랫소리가 돌아왔다. 인간이 만들어낸 소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동물들의 의사소통과 번식, 생존을 위협하는 명백한 오염이다. 그러나 다른 오염과 달리, 소음은 발생원을 줄이는 순간 즉각 사라진다. 우리가 조용해지는 법만 배운다면 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 제니퍼 필립스(Jennifer Phillips)의 귀에는 참새 노랫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또렷하게 들렸다.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집에 머물고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차량 통행량이 급감했다. 항공 여행도 거의 사라졌다. 경적 소리, 타이어 마찰음, 엔진 굉음으로 늘 시끄럽던 도시들이 무덤처럼 고요해졌다.

필립스는 수년간 인간 활동이 만들어내는 소음, 이른바 ‘인위적 소음(anthropogenic noise)’에 동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해왔다. 그녀와 동료들이 연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분명했다. 동물들은 소음을 싫어한다. 동물들은 늘 귀를 열어두고 산다. 다가오는 포식자의 기척을 살피고, 같은 종의 짝짓기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거대한 도시와 광산 개발, 그리고 세계를 가로지르는 도로망이 늘어나면서 환경은 갈수록 시끄러워졌고, 동물들은 서로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됐다.

소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검은 연기를 뿜는 굴뚝도, 오염된 수로도 없다. 우리는 그저 그 소음이 배경처럼 진동하는 환경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필립스 연구팀은 2010년대에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Presidio) 공원에서 흰관참새(white-crowned sparrow)의 노랫소리를 녹음했다. 프레시디오 공원은 울창한 숲과 초지가 펼쳐진 공간이지만, 동시에 골든게이트 브릿지로 이어지는 두 개의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곳이기도 하다. 1950년대부터 쌓인 녹음 자료를 보면, 이 지역 참새들은 복잡하고 낮은 음역대의 멜로디로 노래하며 세 가지 주요 ‘울음 패턴’을 구사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소음이 심해지자 새들은 서로 소리를 듣기 위해 더 빠르고 높은 음조로 울기 시작했다. 심지어 가장 조용했던 두 개의 울음 패턴은 이미 사라졌거나 소멸 직전이었다.

필립스는 “새들이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있다. 교통 소음으로 인해 낮은 주파수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도시 소음은 새들의 노랫소리뿐 아니라 신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새들은 더 야위고, 그들의 스트레스 수치도 높아진다. 높고 큰 소리의 울음은 짝짓기에도 역효과를 낸다. 연구에 따르면 암컷 새들은 대체로 고음의 고함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컷이 건강하지 않은 신호로 읽히기 때문이다. 소음은 새들 사이의 충돌도 부추긴다. 경계하는 울음을 듣지 못한 새가 자기도 모르게 다른 텃새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결과는 생물다양성의 훼손일 것이다. 도시 소음을 버티지 못하는 종들은 그 지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팬데믹이 가져온 갑작스럽고 기이한 침묵 속에서 필립스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렇게 조용해졌으니 프레시디오 공원의 참새들은 이제 서로의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필립스는 곧바로 공원으로 달려가 녹음을 시작했다. 결과는 예상 그대로였다. 공원의 소음은 7데시벨 낮아져 있었다. 적지 않은 변화다. 평균적인 가정집 소음과 속삭임 소리의 차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변화는 소리에서도 뚜렷했다. 흰관참새의 노래가 달라져 있었다. 새들은 더 조용하게, 그러나 더 풍부한 음역대로 노래했다. 소리가 닿는 거리도 예전의 두 배로 늘었다. 짝짓기 울음소리는 한층 더 매혹적으로 바뀌었다.

필립스는 “새들이 더 완성도 높고, 말하자면 더 매력적인 노래를 부르면서도 그렇게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됐다”고 설명했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흘러 모든 손상이 순식간에 회복된 것 같았다. 이 결과는 필립스와 동료 연구자들이 꾸준히 입증해온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인위적 소음은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새로운 형태의 오염이라는 것이다. 쉼 없이 움직이는 산업 사회의 소음은 야생동물과 인간을 포함한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는 이제 막 그 심각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전기 자동차의 확산이나 도시 설계 혁신 같은 해결책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프레시디오 공원의 사례가 보여주듯, 조용히 하는 법을 찾아낸다면 소음은 하룻밤 사이에도 사라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피해

대부분의 오염은 눈에 보인다. 독성 물질을 호수에 버리는 행위는 누가 봐도 나쁘다. 석탄 발전소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이산화탄소, 고래의 목을 조르는 비닐봉지와 폐어망이 문제라는 사실도 이제는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빛 공해조차 대중의 인식 속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도시에서 별을 보기 어려운 이유이고, 빛이 철새의 방향감각을 혼란시킨다는 사실이 알려진 덕분이다.

그런데 소음 문제는, 특히 교통 소음은 우리 레이더에 잡히기까지 훨씬 더 오래 걸렸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은 연기를 뿜는 굴뚝도, 오염된 수로도 없다. 우리는 그저 소음이 배경처럼 진동하는 환경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프레시디오 공원 참새들은 인근 교통 소음 속에서도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더 빠르고 더 높은 음조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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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턱벌새는 소음이 많은 지역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며, 조용한 지역의 같은 종보다 더 많은 새끼를 무사히 길러낸다.
MDF/WIKIMEDIA COMMONS

1970~80년대에 소음이 동물에게 해롭다는 연구가 몇 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 분야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자연 속에서 장시간 소리를 녹음하고 분석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초기 연구의 선봉에는 생물학자 한스 슬라베코른(Hans Slabbekoorn)이 있었다. 그는 네덜란드 레이던시에서 비둘기를 연구하던 중 배경 소음 때문에 깨끗한 녹음을 거의 얻지 못한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느꼈다. 비둘기의 목이 움직이는 건 보이는데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듣기 힘들다면, 비둘기들끼리도 소통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는 동료와 함께 레이던시 곳곳의 소음 수준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주거 지역은 비교적 조용한 42데시벨 수준이었지만, 시끄러운 교차로나 고속도로 인근은 63데시벨까지 올라갔다. 일상적인 대화 소리 정도의 크기다. 예상대로 시끄러운 지역의 새들은 더 높은 음조로 울고 있었다.

이후 20여 년간 관련 연구가 쏟아졌다. 소음이 동물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을 보였다.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건 기본이다. 소음은 동물에게 전반적인 스트레스를 주고, 체중 감소에서 짝짓기 반응 저하까지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도로 근처에 둥지를 틀면 번식률이 낮아지는데, 동부파랑새(eastern bluebird)의 경우 무사히 자라나 둥지를 떠나는 새끼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공항 인근처럼 소음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새의 청력 손상도 일어난다. 포식자의 접근을 감지하지 못해 위험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도 생긴다. 반대로 늘 극도로 예민해진 나머지 사소한 자극에도 즉각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개체도 나타난다.

농촌 지역이라고 다르지 않다. 고속도로 소음은 주변 들판 깊숙이까지 퍼진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생물학자 프레이저 실링(Fraser Shilling)은 농촌 고속도로에서 80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도 60데시벨에 이르는 소음을 측정했다. 야생에서 보통 기대하는 수준보다 20데시벨 이상 높다. 그는 “특히 오토바이와 대형 트럭이 소음을 멀리까지 퍼뜨린다”고 말했다.

55데시벨이 넘어서면 소음에 민감한 동물 상당수가 강한 경계·회피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소음에 특히 취약한 멸종위기종인 붉은스라소니(bobcat)의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고 실링은 설명했다. 그는 또한 65데시벨이 되면 거의 모든 야생동물이 그 환경에서 밀려나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야생동물이 견뎌야 하는 소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전역의 천연가스 유정은 약 50만 개에 달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물을 지하로 밀어 넣는 고출력 압축기를 이용한다. 이럴 경우 가까이서는 95데시벨을 기록하며, 이는 지하철 소음과 맞먹는 수준이다. 와이오밍주의 한 가스 유정에서는 40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도 48데시벨이 측정됐다.

물론 이 모든 피해가 정말 소음 탓인지 증명하는 건 쉽지 않았다. 혹시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도로 근처에서 동물 개체 수가 줄어드는 이유가 소음 때문이 아니라 자동차 사고로 인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소음만으로도 야생동물이 교란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일련의 정교한 비교 실험들이 입증했다. 그중 하나가 당시 보이즈 주립대학교 소속 보전생물학자 제시 바버(Jesse Barber) 연구팀의 ‘유령 도로(phantom road)’ 실험이다. 연구팀은 아이다호주 보이즈 구릉지에서 도로가 전혀 없는 조용한 지역으로 향했다. 매년 수천 마리의 철새가 남쪽으로 이동하는 길목이었다. 새들은 이곳에서 버찌를 실컷 먹으며 앞으로 날아갈 에너지를 비축했다. 연구팀은 더글러스 전나무(Douglas fir) 15쌍에 스피커를 달아 500미터 길이의 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고속도로 소음 녹음을 크게 틀었다. 4일간 소음을 켰다가, 4일간 껐다. 그러면서 수천 마리의 새를 관찰하고 많은 수를 포획해 체중을 쟀다.

소음의 영향은 뚜렷했다. 소음이 켜지자 무리의 3분의 1가량이 그 지역을 떠났다. 남은 새들은 먹이를 덜 먹었다. 하루 종일 먹이를 먹으면 체중이 늘어야 정상인데, 이 새들은 거의 늘지 않았다. 소음이 먹이 활동을 방해해 이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쌓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비슷한 형태의 정교한 비교 실험이 잇따랐다. 조지 메이슨 대학교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루터(David Luther) 연구팀이 2015년에 진행한 실험도 그중 하나다. 루터는 샌프란시스코의 코로나19 연구에서 필립스와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갓 태어난 흰관참새 17마리를 실험실에서 키웠다. 노래를 가르치기 위해 저음과 고음의 성체 울음 녹음을 들려줬다. 6마리에게는 방해 없이 들려줬고, 나머지에게는 도시 소음을 함께 재생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교통 소음 없이 자란 새들은 조용하고 감미롭고 복잡한 노래를 익혔다. 소음 속에서 자란 새들은 높고 빠르고 긴장된 소리만 배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소음이 그들의 소통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인간도 소음을 싫어한다

인간을 실험실에서 키우며 소음의 영향을 관찰하는 건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실험이 가능하다면, 결과는 동물 연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동물이고,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인위적 소음으로 비슷한 방식의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통 소음은 수면의 질 저하, 혈압 상승, 심장 질환 증가, 스트레스 악화와 상관관계를 갖는다.

지난 수십 년간의 연구는 소음, 특히 교통 소음이 수면의 질 저하, 혈압 상승, 심장 질환 증가, 스트레스 악화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덴마크의 한 연구는 약 2만 5,000명의 간호사를 수년에 걸쳐 추적했다. 소음이 10데시벨 더 높은 환경에 노출됐을 때 23년 동안 사망률이 8% 더 높았고 암, 정신 질환, 뇌졸중 등 거의 모든 건강 문제 발생률도 높았다. 다른 건강 위험 요인을 통제한 결과였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바르셀로나 연구팀이 초등학생 약 3,000명을 1년간 추적했더니 더 시끄러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작업 기억과 주의력 테스트에서 더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진화생태학 교수 게일 패트리셀리(Gail Patricelli)는 “우리는 소음에 ‘적응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적응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음의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많은 사람이 도시와 고속도로의 소음이 불쾌하다는 걸 알면서도 감수한다. 도시는 일자리와 인맥, 만남의 기회를 주고, 자동차와 트럭은 물자를 나르고 이동의 자유를 준다.

흥미롭게도 동물들도 비슷한 셈법을 따른다. 일부 종은 소음 환경에서 오히려 이득을 보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의 생물학자 클린턴 프랜시스(Clinton Francis) 연구팀은 뉴멕시코주 농촌의 시끄러운 가스 유정 인근 조류 개체군을 연구했다. 대부분의 종은 펌프 소음을 피해 떠났다. 그런데 의외로 일부 벌새(hummingbird)와 되새(finch) 종류는 오히려 소음 지역을 선호했다. 게다가 한 가지 중요한 지표에서는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조용한 곳보다 시끄러운 곳에서 더 많이 둥지를 튼 것이다. 새끼를 무사히 길러내는 비율도 더 높은 종들이 있었다.

이는 소음이 포식자가 새 소리를 듣고 둥지를 찾아내는 것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프랜시스는 소음이 일종의 포식자를 막는 차단막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포식자는 알이 무사히 새끼로 자라지 못하는 원인의 최대 76%를 차지한다. 그러니 이는 생존에 있어 꽤 큰 이점이다.

도시도 일부 종에게 같은 방어막을 제공한다. 2023년 2월 센트럴파크 동물원을 탈출한 유라시아수리부엉이 플라코(Flaco)를 보자. 플라코는 도심에서 사냥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를 찾아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교통 소음은 청각에 의존하는 사냥꾼에게 불리할 것 같지만, 뉴욕에는 나름의 이점이 있었다. 먹잇감이 넘쳐났다. 게다가 그 먹잇감들은 날개폭 2미터짜리 수리부엉이가 덮쳐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경계심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EDDIE GUY

물론 이런 일부 이점이 수많은 단점을 상쇄할 수는 없다. 소음이 일부 새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지만, 스트레스 호르몬 상승과 체중 감소 같은 형태로 동물들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더 큰 문제는 도시나 고속도로 주변에서 살아남는 종들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종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은 전체 종 중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종은 점점 더 먼 곳, 더 좁은 서식지로 밀려나고 있다. 인간의 문명 세계가 넓어지는 만큼, 동물이 차지하는 공간은 점점 좁아진다.

루터는 “생물다양성 입장에서 보면 악몽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세상을 조용하게 만드는 방법

2000년대 초, 네덜란드 소도시 알베르나의 조용한 일상에 소음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주요 도시를 잇는 도로가 마을 한가운데를 관통했는데, 지난 10년 사이 통행량이 3분의 2나 늘었다. 소음 민원이 빗발치자 마을은 도로 양쪽에 4미터 높이의 방음벽 설치를 제안했다. 주민들은 반대했다. 창밖에 거대한 벽이 보이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 당국은 도로를 세심하게 손보는 방식을 택했다. 도로를 약 0.5미터 낮춰 타이어 소음을 일부 차단했다. 양쪽에 1미터 높이의 경사면을 쌓고 고풍스러운 돌로 마감해 소음을 더 줄였다. 소음을 흡수하는 나무도 심었다. 마지막으로 제한 속도를 시속 8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로 낮췄다. 차가 천천히 달릴 때는 엔진 소음이 주를 이루지만, 시속 70킬로미터를 넘어서면 타이어와 노면 마찰 소음이 훨씬 커진다. 각각의 조치는 미미했지만, 다 합치면 도로가 무려 10데시벨이나 조용해졌다.

이 이야기는 소음 오염의 독특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다른 오염과 달리 소음은 빠르게 줄일 수 있다. 독성 오염 물질이나 이산화탄소는 수만 년간 환경에 남는다. 췌장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은 아마 평생 빠져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소음은 발생원을 줄이는 순간 효과가 즉각 나타난다.

실링은 “더구나 대부분의 해결책은 ‘로켓 과학’처럼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속도로 옆에 높은 방음벽을 세우면 10데시벨을 줄일 수 있고, 이중벽 사이에 자갈을 채우면 효과는 더 크다. 그것만으로도 교통 소음을 55데시벨 이하로 낮출 수 있어 소음에 민감한 야생동물 보호에 도움이 된다. 다만 방음벽은 동물의 이동을 막는다는 단점이 있다. 야생동물이 많은 지역에서는 도로 양쪽에 흙더미를 쌓는 편이 낫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우선 선정하면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실링은 “반경 80킬로미터 안에 유일하게 남은 중요한 습지가 있다면, 그 주변에 방음벽을 설치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동물이 이동할 수 있는 육교나 지하 통로도 필요하다. 농촌의 가스 유정 소음을 줄이려면 각 주 정부가 유정 주변 방음벽 설치를 기업에 의무화할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인근 주민이 민원을 넣거나 소송을 걸어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동물에게는 변호사가 없으니 말이다.

도시도 조용해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도시는 소도시보다 훨씬 과감한 방법을 쓸 수 있다. 도심을 관통하던 소음 많은 고속도로를 아예 땅속으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보스턴의 ‘빅딕(Big Dig)’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고가도로를 통째로 지하에 묻었다. 슬라베코른의 고향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곽 암스텔페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 A9 고속도로를 터널 안으로 집어넣고, 그 위에 녹지 공원과 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슬라베코른은 “소음이 사라질 뿐 아니라 공간까지 되찾는 셈이니,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대규모 재설계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정치인들이 도로 소음 감소 요구 앞에서 머뭇거리는 이유다. 빅딕에는 150억 달러, 이자까지 합치면 최대 240억 달러가 들었다. 비용 이야기가 나오자 실링은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B-1 폭격기나 부자 감세만큼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라며 ” 환경 사업이 비싸다고 여겨지는 건 우리가 감당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에 대해 기대하는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더 저렴하고 정치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쉬운 방법도 있다. 도시 제한 속도를 낮추는 것도 그중 하나다. 파리는 순환도로 최고 속도를 시속 70킬로미터에서 50킬로미터로 낮춰, 야간 소음이 평균 2.7데시벨 줄었다. 이는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도로와 도시 곳곳에 나무와 풀을 심으면 몇 데시벨을 더 줄일 수 있고, 주민들도 반긴다.

전기차 보급도 소음을 낮춘다. 패트리셀리는 “모든 종류의 전기차가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가 바뀌어 옆의 전기차가 출발할 때 나는 소리는 비슷한 크기의 내연기관차보다 최대 13데시벨 낮다. 고속 주행 시에는 타이어 소음 때문에 차이가 줄지만, 도심의 저속 구간에서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훨씬 쾌적하다. 가솔린 엔진을 쓰는 모든 기기가 전기로 바뀌면 도시 전체가 조용해진다.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와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같은 도시들은 이미 내연기관 방식의 낙엽 청소기와 잔디깎이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장비에 비해 전동 제품은 작동 시에 훨씬 조용하다.

우리는 굉음을 내는 문명을 만들어냈다. 다음 단계는 그 문명이 조용히 속삭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동물들이 고마워할 것이다.

이 글을 쓴 클라이브 톰슨은 뉴욕 기반의 과학기술 저널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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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6년 04월 23일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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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일: 2026년 04월 23일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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