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오픈소스 전략
중국의 주요 AI 연구소들은 자사의 최고 모델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미국 경쟁사들을 제치고 개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AI 기업들은 익숙한 전략을 따른다. 핵심 기술은 API 뒤에 숨겨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반면 중국의 주요 AI 연구소들은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은 모델을 다운로드 가능한 ‘오픈 웨이트(open-weight)’ 형태로 배포하는데, 이는 학습된 AI 모델의 핵심 파라미터를 공개해 누구나 내려받아 실행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특정 기술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고 이용 조건과 비용을 결정하는 미국의 플랫폼 기업과 별도의 상업적 계약을 맺지 않고도 모델을 자체 하드웨어에서 실행하며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이 전략은 2025년 1월 중국의 딥시크가 R1 추론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해당 모델은 미국 최고 수준의 시스템과 맞먹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비용은 훨씬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한 성능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 연구소 간 격차는 단숨에 좁혀진 듯 보였다. 동시에 중국은 보다 미묘하지만 지속적인 성과, 즉 개발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경쟁사들이 유료로 제공하는 것을 무료로 공개하는 전략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흐름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딥시크 공개 1년 만에 Z.ai(구 지푸(Zhipu)), 문샷(Moonshot), 알리바바의 큐웬(Qwen), 미니맥스(MiniMax) 등 중국 오픈소스 기업들이 같은 전략을 따랐다. 이들은 더 높은 성능의 모델을 내놓기 위해 경쟁하며,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미국 경쟁사들을 추격하고 있다.
이는 AI에 대한 과열된 기대가 점차 식고, 기업들이 화제성 중심의 시범 프로젝트에서 실제 배포와 통합 단계로 초점을 옮기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단계에서는 가격이 저렴하고 맞춤화가 용이한 도구가 경쟁력을 갖는다. 중국의 가격 전략은 예산이 제한된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실험 기회를 제공하며, 오픈 웨이트 방식은 별도의 허가 없이 모델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게 한다.
MIT가 AI 개발자 플랫폼 허깅 페이스와 공동으로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8월까지 1년간 전 세계 AI 모델 다운로드 가운데 중국산 오픈 웨이트 모델의 비중은 17.1%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의 15.86%를 근소하게 앞선 수치다. 이 지표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선 건 처음이다. 또한 3월 허깅 페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큐웬 제품군을 포함한 알리바바 모델이 ‘사용자 생성 변형 건수(user-generated variants)’ 면에서 1위를 차지했다. 구글과 메타 모델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그러나 오픈소스라는 이상은 냉혹한 현실과 충돌한다. 중국 모델에는 자국의 콘텐츠 검열 체제가 반영되어 있으며, 정부 정책과 충돌하는 결과를 피하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2월 앤트로픽은 여러 중국 연구소가 디스틸레이션(distillation), 다시 말해 모델의 아웃풋을 활용해 다른 모델을 학습시키는 방식을 통해 클로드의 성능을 부당하게 추출했다고 주장했다. 디스틸레이션 자체는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들은 일부 중국 기업이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수단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서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로벌 사우스(개발도상국 또는 제3세계) 국가들은 오픈소스를 AI 주권 확보의 수단으로 보고 중국 모델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 지원 프로그램 ‘AI 싱가포르’는 최신 지역 모델 구축을 위해 메타의 라마 대신 알리바바의 큐웬을 선택했다. 또한 말레이시아는 자국의 소버린 AI 생태계를 딥시크 기반으로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이로비, 상파울루,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활동하는 전 세계 창업가들 역시 중국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기술 기업 CEO들은 최고 성능의 모델은 비공개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막대한 학습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고, 강력한 최첨단 모델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중국 연구소들의 전략은 순수한 이상주의에만 기반한 것은 아니다. 오픈소스는 무료 홍보 수단인 동시에 효과적인 우회 전략이기도 하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최첨단 칩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모델을 공개하면 외부 피드백과 기여를 빠르게 끌어들여 제한된 컴퓨팅 자원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리눅스와 안드로이드 사례에서 보듯, 더 많은 개발자가 해당 모델을 기반으로 구축할수록 생태계는 더욱 강화된다. 이는 결국 API 사용 증가와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
어느 쪽이든, 오픈소스 모델은 이미 AI의 미래를 실리콘밸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극적인(multipolar)’ 구조로 바꿔 놓았다. 그리고 이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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