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측정하는 새로운 여정
유엔은 어느 나라가 자연과 가장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를 수치로 측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환경운동은 그동안 인간을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그럴 만도 하다. 인간이 주변 생태계에 큰 피해를 끼쳐온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주류 자연보전 분야에서는 인간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점차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산림 관리 전문가들은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원주민의 전통적인 화전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점점이 꽃이 피어 있는 초원이 사실 고대의 식량 생산 공간이었으며 이를 적절히 관리하고 수확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송골매도 이제는 고층 빌딩에 둥지를 틀고 도시의 풍부한 먹이(쥐)를 이용하여 다시 번성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인간이 지구의 다른 어떤 종과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자연보전은 단순히 보호구역에서 인간을 배제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연’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더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그럼에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산다’는 말은 다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을 때 큰 기대감을 품었다. 그 회의는 인간과 인간 외 존재 간의 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ppm), 멸종 속도, ‘행성 경계(지구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한계)’ 등 환경 파괴 정도를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왔다. 이런 지표들은 분명 유용하지만, 대체로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희망과 바람에 호소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 수는 없을까? 이것이 당시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도해 보니 이는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다. 한 나라의 사람들이 다른 생명체들과 얼마나 잘 공존하는지를 어떻게 수치로 표현할 수 있을까? 회의에서 제안된 일부 지표는 인간과 자연을 서로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접근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예를 들어 1인당 농지 사용량을 집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환경운동에서는 전통적으로 농장을 자연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았지만, 농장 역시 식용 및 비식용 생물다양성을 확보할 공간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사람들이 녹지 공간과 얼마나 가까이 사는지를 위성 이미지로 측정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지역별 실제 접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공간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지까지는 알기 어렵다.
결국 옥스퍼드에 모인 약 20명의 과학자, 작가, 철학자들은 세 가지 핵심 질문으로 논의를 정리했다. 첫째, 자연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 이는 인간이 주변 자연과 실제로 교류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둘째, 자연은 신중하게 이용되고 있는가? (여기서 ‘신중함’의 의미는 단순히 지속가능한 최대 수확량을 유지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자원이 순환되는 완전한 순환 경제를 의미할 수도 있다.) 셋째, 자연은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이 역시 간단히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일정 수준에서라도 측정할 수 있다면 이를 종합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평가하는 하나의 지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지난해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녹지 공간을 원격으로 측정하는 방법과 농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방법 등이 포함됐다. 이후 유엔 인간개발국 팀이 이 작업을 이어받아, 2026년 인간개발보고서와 함께 ‘자연 관계 지수(NRI, Nature Relationship Index)’를 올해 말 공개할 계획이다. 사람들은 순위 매기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각국이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경쟁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인간개발보고서의 주 저자인 페드루 콘세이상(Pedro Conceição) 책임자는 “자연 관계 지수를 통해 각국이 환경 정책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종 지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안된 내용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콘세이상 책임자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존재이며 자연은 손대지 않은 순수한 상태라는 통념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데 이 지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약과 한계, 경계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접근 방식은 사람들을 격려하기보다 오히려 분열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연 관계 지수는 우리가 얼마나 실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대신 더 푸르고 풍요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을 담고 있다.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수록 점수는 올라갈 것이며, 그 숫자에는 끝이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쓴 에마 매리스(Emma Marris)는 《와일드 소울: 비인간 세계에서의 자유와 번영(Wild Souls: Freedom and Flourishing in the Non-Human World)》의 저자이다.
The post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측정하는 새로운 여정 appeared first on MIT 테크놀로지 리뷰 | MIT Technology Review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