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으론 부족하다”…화성 탐사 조준한 NASA의 신무기 ‘핵추진 우주선’
NASA가 2028년 화성 도달을 목표로 사상 최초의 원자로 기반 핵추진 우주선 ‘SR-1’ 개발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일정이 매우 도전적이고 야심 찬 계획이라고 평가한다.
아르테미스 2호가 역사적인 달 궤도 근접 비행을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재러드 아이작맨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워싱턴 D.C. 본부에서 일련의 발표를 내놓았다. 그는 미국이 조만간 훨씬 더 정기적인 달 탐사 임무에 나설 것이며,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달 남극 기지 건설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달 표면에 원자로를 설치하겠다는 NASA의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러한 목표들은 대체로 예상된 것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뜻밖의 발표도 이어졌다. 아이작맨 국장은 NASA가 사상 최초로 원자로로 추진되는 행성간 우주선을 건조해 2028년 말까지 화성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우주선은 ‘스페이스 리액터-1 프리덤(SR-1)’으로 명명됐다. 그는 “수십 년간의 연구와 지구를 벗어나지 못한 개념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끝에 미국은 마침내 우주에서의 원자력 활용을 본격화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 최초의 행성간 임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임무가 성공한다면 우주 비행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지구와 달, 화성 간 이동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쉬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이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 경쟁국보다 먼저 다른 행성에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는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NASA와 산업 파트너들이 공학적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사이먼 미들버그(Simon Middleburgh) 영국 방고르대 핵미래연구소 공동 소장은 “NASA 발표를 접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했다.
SR-1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NASA 연구진 역시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여러 원자력 및 추진 분야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SR-1의 작동 방식을 분석했다.
핵추진 방식의 장점
전통적으로 우주 비행은 화학 추진 방식에 의존해왔다. 액화 수소와 액화 산소를 로켓 내부에서 혼합한 뒤 점화하면, 이 폭발로 발생한 극도로 뜨거운 배기가스가 노즐을 통해 분출되며 로켓을 앞으로 밀어낸다.
화학적 추진 방식은 상당한 추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당분간 지구에서 우주선을 발사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하지만 핵추진 방식은 우주선이 현재 가능한 것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그리고 더 빠르게 태양계를 비행할 수 있게 해준다.
미들버그 소장은 “핵추진 방식은 kg당 훨씬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 핵기술 전문가인 린지 홈즈(Lindsey Holmes) 애널리티컬 미케닉스 어소시에이츠(Analytical Mechanics Associates)의 첨단 프로젝트 부사장 역시 “에너지 효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평가했다.
핵추진은 태양광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아르테미스 2호 임무에 쓰인 오리온 우주 캡슐을 포함해 기존 우주선은 태양광을 주요 전력원으로 활용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행성이나 위성에 가려질 경우 전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화성 너머로 갈수록 이용 가능한 태양광도 급격히 줄어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에도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가 사용돼 왔다. 보이저 1호와 2호 임무는 물론, 토성을 탐사한 카시니 탐사선이 대표적 사례다. RTG는 플루토늄의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전환하지만, 이는 원자로와 달리 출력이 낮은 ‘방사성 배터리’에 가까운 방식이다. 구조도 더 단순하며 출력도 훨씬 낮다.
그렇다면 원자로로 동력을 공급받는 우주선은 어떻게 작동할까?
운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우주에서 원자로를 가동하는 기본 원리는 지구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라늄 연료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며 막대한 열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우주에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게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이 아이디어는 물론, 관련된 많은 기초 기술조차도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왔다. 과거 소련은 정찰 위성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다수의 우주 원자로를 운용했고, 미국도 1965년 ‘SNAP-10A’를 통해 한 차례 우주 원자로를 시험한 바 있다. 이 원자로로 최소 1년 동안 전력을 생산하는 게 목표였지만, 불과 1개월여 만에 우주선의 고전압 고장으로 인해 오작동을 일으키고 가동이 중단됐다.
반세기 이상이 지난 지금, 미국은 역사상 두 번째로 개발되는 우주용 원자로에 전혀 다른 임무를 부여하고자 한다. 바로 행성 간 우주선에 동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미국은 분명 여러 핵추진 프로그램을 추진했다가 중단해왔다. 가장 최근에 중단된 프로그램은 NASA와 국방부가 공동으로 진행했던 드라코(DRACO)로, 2025년 종료됐다. 이전의 여러 시도와 마찬가지로 드라코는 높은 실험 비용, 기존 로켓 추진 시스템의 가격 하락, 그리고 지상 시험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점(결국 엄청난 규모의 핵반응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취소됐다.
하지만 이제 외부적 요인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달 복귀가 본격화되고, 새로운 우주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핵추진 기술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추진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하는 국가는 심우주를 항해하는 데 있어 상당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
핵추진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핵열추진(NTP)으로, 고온의 원자로에 기체를 통과시켜 팽창시킨 뒤 분사해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나머지 하나는 핵전기추진(NEP)으로, 이는 원자로에서 생산한 전력을 이용해 기체를 가속해 분사한다. NEP는 추력은 낮지만 효율이 높아 장기간 운용에 유리하다. 두 방식 모두 우주비행사의 방사선 노출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행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이다.
핵추진 우주선을 만드는 방법
SR-1에는 핵전기추진 방식이 채택됐다. 이 방식은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원자로를 기존 전력·추진 시스템과 결합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취소된 달 궤도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의 기술이 SR-1에 활용된다는 점이다. 해당 정거장의 동력·추진 시스템은 원래 태양광 기반이었지만, 이를 우주용 원자로와 결합해 새로운 추진 체계로 전환할 예정이다.
현재 공개된 개념도에 따르면 SR-1은 거대한 깃털 달린 화살 형태를 띤다. 후방에는 동력 및 추진 시스템이, 전방에는 20킬로와트급 이상의 출력을 내는 우라늄 충전 원자로가 탑재된다. (참고로, 지구상의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는 1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SR-1보다 5만 배 더 강력한 수준이다.) 또한 대형 방열판이 장착돼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우주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개발 일정은 매우 빠듯하다. 2026년 6월 하드웨어 개발을 시작해 2028년 1월까지 SR-1의 시스템 조립과 시험 단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해 10월이면 우주선이 발사장에 도착해 연말 이전에 발사될 준비를 마칠 것이다.
가장 큰 난관은 발사 과정이다. 강한 진동과 충격을 견디면서 원자로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는 무중력 환경에서의 작동 안정성도 검증해야 한다. 미들버그 소장은 “우주선이 흔들리고, 덜컹거리고, 요동치게 될 테니 발사 과정을 안전하게 통과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을 위해 원자로는 발사 약 이틀이 지나 우주 공간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시점에 가동될 예정이다. 우라늄 자체는 그다지 위험하지 않지만, 원자로가 가동될 때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그렇지 않으므로 이러한 물질이 지구로 떨어지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SR-1은 발사 약 1년 후 화성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일정이 매우 공격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양국은 2035년까지 공동 운영할 국제 달 연구 기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달 표면에 자체 원자로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R-1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번 프로젝트는 향후 달 표면 원자로 구축에도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할 전망이다. 그리고 만약 성공하면 이는 NASA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미들버그 소장은 “공학적 경이이자 인류가 화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도전이야말로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게 만드는 원동력이며, 평생 기억하게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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