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너머의 연구…냉동 보존된 친구의 뇌 해동해 분석한 과학자
한 노화 연구자가 언젠가 되살릴 수 있기를 바라며 자신의 뇌를 냉동 보존했지만, 인체 조직을 장기간 보존하는 냉동 보존 기술은 현실적으로 장기 이식 분야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보관 시설에는 노화 연구자 고(故) 스티븐 콜스(L. Stephen Coles) 박사의 뇌가 저장돼 있다. 콜스 박사의 뇌는 약 영하 146℃의 온도에서 10년 넘게 거의 손상 없이 보관돼 왔다.
다만 약 1년 전 과학자들이 촬영을 위해 뇌를 천천히 들어 올린 적이 있으며, 그보다 앞서 일부 조직을 채취해 지인에게 전달한 사례도 있다.
콜스 박사는 생전에 인체와 뇌를 장기간 보관해 향후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냉동 보존 기술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사망 전 냉동생물학자 그레그 파히(Greg Fahy) 박사에게 자신의 뇌가 보존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지 연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파히 박사에 따르면 콜스 박사는 특히 냉각 과정에서 뇌에 균열이 발생하는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콜스 박사의 뇌는 2014년 사망 직후 보존됐지만 파히 박사는 최근에서야 그의 뇌 샘플을 분석했다. 그는 “콜스 박사의 뇌가 놀라울 정도로 잘 보존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인터빈이뮨(Intervene Immune)과 21세기 메디슨(21st Century Medicine)의 최고과학책임자(CSO)이기도 한 파히 박사는 콜스 박사의 뇌에 대해서 “뇌 조직의 미세한 구조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다”며 “이 정도라면 미래에 되살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반면에 다른 저온생물학자들의 시각은 다소 회의적이다.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인간 장기의 냉동 보존 방법에 관해 연구하는 존 비쇼프(John Bischof) 교수는 “콜스 박사의 뇌는 살아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며 파히 박사와 다른 견해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파히 박사의 연구는 새로운 뇌 연구 방법을 찾는 신경과학자들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도 있다. 냉동 보존 후 인간을 되살리는 일은 여전히 공상과학에 가까워 보이지만 이 기술을 장기 이식용 보존에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목표로 여겨진다.
냉동 보존된 인간의 뇌
말년에 인간의 장수에 관해 연구하던 콜스 박사는 췌장암으로 사망하면서 자신의 뇌를 냉동 보존하기로 했다.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뒤 그의 시신은 저온 상태로 유지된 채 애리조나의 냉동 보존 시설 알코어(Alcor)로 옮겨졌다. 그의 머리는 신체에서 분리됐고, 연구팀은 조직이 얼면서 손상되지 않도록 동결 보호제를 뇌에 주입했다. 이어 뇌를 두개골에서 꺼내 영하 146℃까지 냉각했다.
콜스 박사는 과학자로서 자신의 뇌를 연구에 활용해달라는 요청도 남겼다. 콜스 박사처럼 뇌를 냉동 보존 시설에 맡긴 사람은 현재까지 수백 명에 이르며, 알코어에는 259명의 뇌 또는 신체 전체가 보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냉동 보존된 뇌에서 실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또한 냉동 보존된 신체를 되살릴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 콜스 박사는 장수 연구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 파히 박사를 알게 되었고, 그에게 이 문제를 연구해달라고 부탁했다.
파히 박사는 “콜스는 자신의 사례를 통해 냉동 보존 과정에서 뇌에 균열이 생기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파히 박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장기를 영하 196℃의 액체질소에 넣을 경우 장기 내부에 큰 압력이 생겨 작은 충격에도 쉽게 깨질 수 있다. 다만 냉동 보존에 사용하는 온도는 이보다 약간 높기 때문에 균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파히 박사는 샘플 채취 단계부터 연구에 관여했다. 알코어에서 연구를 총괄하는 닉 르엘린(Nick Llewellyn) 책임자는 이와 관련하여 “파히 박사는 전화로 연결된 상태에서 조직검사 위치를 포함해 전 과정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채취된 조직은 액체질소에 보관된 채로 파히 박사에게 전달됐고, 나머지 뇌는 알코어에서 온도 조절 장치가 있는 저장 용기에 보관됐다.
해동 이후 확인된 뇌 조직 상태
파히 박사가 해당 샘플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것은 수년이 지난 뒤였다. 그는 독성이 있는 동결 보호제가 뇌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주목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동결 보호제를 조직에 주입하면 세포 구조가 눌리거나 왜곡될 수 있다.
이는 초저온에서 인체 조직을 보관하려는 과정에서 겪는 많은 난관 중 하나다. 난자와 배아를 영하 196℃까지 냉각해 유리처럼 굳히는 유리화 동결 보존 기술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파히 박사는 1980년대 생쥐 배아 연구로 이 기술에 기여했다), 장기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보존하는 것은 훨씬 까다롭다. 큰 조직은 균일하게 냉각하기 어렵고 동결 보호제를 사용하더라도 얼음 결정이 생기거나 균열이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파히 박사는 콜스 박사의 뇌 세포를 해동하고 수분을 공급했을 때 세포 구조가 어느 정도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듯한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필자와의 영상 통화에서 손으로 모양을 보여주며 “동결 건조된 세포는 이런 형태였다가 다시 이런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조직 구조 역시 상당히 잘 유지된 상태였다. 파히 박사는 “손상이 전혀 없는 상태를 기대한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세포와 내부 구조를 상세히 관찰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연구 결과를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하며 “냉동 보존 방식으로 세포의 거의 모든 것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균열 여부에 대해서는 “초기 보존 과정에서 균열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알코어 연구팀이 촬영된 사진은 서버 오류로 사라졌고 최근 촬영된 사진에서는 뇌가 서리층으로 덮여 있어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파히 박사는 “서리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손상이 생길 수 있어 그대로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되살리기 가능성 놓고 엇갈린 평가
파히 박사와 연구팀은 뇌 샘플을 해동한 뒤 화학물질로 ‘고정’했다. 이 과정은 조직의 부패를 방지하고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해당 조직을 사실상 죽게 만든다.
그럼에도 파히 박사는 이번 결과가 작은 뇌 조직을 냉동 보존한 뒤 다시 되살려 연구에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생쥐 실험에서는 냉동 보존했던 조직의 기능 회복 가능성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최근 독일의 한 연구팀은 영하 196℃에서 보관한 뇌 조직 조각을 되살리는 데 성공했으며 해당 샘플들은 해동된 후에 전기적 활동을 보였다.
이와 같은 성과가 인체 조직에서도 재현된다면 살아 있는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섀넌 테시에(Shannon Tessier) 저온생물학 박사는 심장, 간, 신장 등의 이식용 장기 보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테시에 연구원은 뇌 냉동 보존에 대해서 “사망자의 뇌를 냉동 보존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면 연구 도구의 범위를 한층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A&M 대학교의 매슈 파월-팜(Matthew Powell-Palm) 저온생물학 교수는 파히 박사의 연구에 대해 “약 1리터에 이르는 밀도 높은 조직을 얼음 결정 없이 유리처럼 굳히는 방식으로 보존하려 할 때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액체를 조직 내부로 순환시키는 관류 방식을 통해 얼음 형성을 최소화하면서 비교적 큰 조직이나 장기도 유리화 동결할 수 있다는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파히 박사를 포함해 필자가 인터뷰한 과학자들 대부분은 현재 이식용 장기를 냉동 보존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장기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기증자로부터 장기를 적출한 뒤 수시간 내에 이식해야 하기 때문인데, 연구자들은 냉동 보존 기술을 통해 장기를 더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그런 연구자 중 한 명인 비쇼프 교수는 “냉동 보존 기술은 더 많은 장기를 활용할 시간을 확보하고, 더 적합한 기증자 매칭을 가능하게 하며, 나아가 수혜자의 면역체계를 사전에 준비시켜 평생 면역억제제에 의존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쇼프 교수는 파히 박사 등과 함께 이미 토끼와 쥐의 장기를 적출해 냉동 보존한 뒤 다시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비쇼프 교수는 “인간 규모의 장기 냉동 보존도 현실화되기 직전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뇌 냉동 보존의 경우 목적은 장기 기증이 아니다. 콜스 박사는 자신의 뇌가 되살아나기를 바랐는데 이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 뇌 기능까지 복원해야 하는 훨씬 더 어려운 목표다.
‘뇌 재생’은 여전히 먼 과제
파히 박사는 “콜스의 뇌 샘플 구조가 어느 정도 회복된 것은 사실이지만 세포가 되살아나 전기적 활동이나 정상적인 대사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기능까지 되돌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파히 박사는 뇌 냉동 보존이 “인간의 ‘가사 상태(생명 활동을 극도로 낮춰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살아있는 상태)’를 실현시켜 언젠가 장거리 우주여행을 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이 기술이 ‘의학적 시간 여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치료 기술이 개발될 미래 시점까지 시간을 ‘건너뛰는’ 것이다. 파히 박사는 이에 대해 “궁극적으로 추구할 만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알코어의 르엘린 책임자는 “뇌를 다시 되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이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 수준은 사실상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지적했다.
테시에 박사 역시 “현재 보관된 뇌들은 재생 가능성이 입증된 방식으로 보존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언젠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믿음과 희망에 가까운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월-팜 교수도 “현재 냉동 보존되어 있는 신경세포들은 완전히 손상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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